아래 칼럼은 국산항공기의 외국시장진출에 대한 우리대학 허희영학장(아래 사진)의 글로써
'매일경제신문 테마진단' 코너에 2009년 3월 30일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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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국산항공기가 명품 되는 길
"훈련용으로는 T-50이야말로 지금까지 개발한 기종 가운데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성능만을 놓고 본다면 미국시장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
다양한 기종을 경험한 베테랑 조종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이 비행기는 초음속기 개발 자체만으로도 세계에서 열두 번째가 된다. 더욱이 고등훈련기뿐 아니라 경공격기로도 개량이 가능하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 개발을 통해 우리가 초음속기 개발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결정적인 사업이다.
T-50은 그러나 최근 아랍에미리트 수출 경쟁에서 이탈리아 M-346에 고배를 마셨다.
구매자 측이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M-346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은 더 크다. 2003년 양산체제로 들어가면서 외국시장 첫 진출 기회를 모색했던 그간 노력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이보다 앞서 개발한 초등훈련기 KT-1 수출실적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와 17대 판매계약을 맺었지만 55대를 주문한 터키는 인도 시점까지 비행 안전성을 한국 정부가 보장해 달라는 요구조건이 붙어 있다.
성공적인 항공기 개발사업 성과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데는 물론 국제시장 마케팅 경험 부족, 그리고 신규 사업자로서 시간과 노력으로 역량을 축적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외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상품에 대한 품질보증 체제를 갖추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야심적인 고급 모델 개념설계와 기술 개발, 생산시스템 구축에 몰입해 오다 보니 그동안 비행기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말았다.
초도비행 이후 다년간 시험비행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는 동안 생산 과정에서부터 비행 안전성을 입증해 줄 정부의 품질인증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지난 임시국회에서 `군용항공기 비행 안전성 인증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국산 군용항공기 안전성을 보증하는 제도가 이제야 비로소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품질인증 미비는 T-50이 그동안 국외 마케팅 과정에서 고전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구매자 처지에서는 당연히 성능 이상이나 사고 발생에 대비해 생산국 정부가 비행 안전성을 인증해 주기를 원한다.
한편 각고의 노력으로 외국시장 진입에 일단 성공해 우수한 성능이 입증된다고 하자. 공급자가 제한돼 과점시장으로 형성된 군수시장에서 구매자들 간에는 순식간에 평판이 형성된다. 그러면 수출은 쉽게 탄력을 받는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급기종 T-50은 약 100대만 수출하더라도 매출액 규모만으로 개발비 2조원은 회수하고도 남는다.
대규모 투자와 기술적 불확실성이 큰 항공기산업 특성만큼이나 성공이 가져다주는 기술적ㆍ경제적 효과는 군용기 사업의 큰 매력이다.
국제무대 데뷔를 준비해 온 이 상품의 외국 진출이 일단 탄력을 받는다면 `골든 이글`이라는 애칭만큼이나 황금알을 낳는 수출명품이 되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이번처럼 정부의 법적ㆍ제도적 지원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민간항공기뿐 아니라 군용기에 대해서도 감항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구매 국가들 역시 이 같은 경향이 늘고 있다.
이제 곧 설립될 감항인증센터는 품질보증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 그간 국산 모델 개발경험을 통해 시스템엔지니어링의 소중한 첨단기술들은 작업현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비행 안전성 확보를 계기로 세계 군용기 시장에서 T-50과 KT-1, 그리고 한국형 헬기사업(KMH) 성과물들이 가져올 대박을 기대해 본다.
비행 안전성을 인증하는 제도조차 없이 신규 사업자가 국제시장의 신뢰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간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 항공업계는 톡톡히 학습을 한 셈이다.
가격경쟁력과 우수한 성능, 그리고 여기에다 품질보증시스템까지 갖추게 되는 국산 항공기의 외국시장 진출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ㆍ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