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인 배출사업을 계기로 우주법제의 필요성을 제시한 항공우주법학과 김종복교수의 칼럼입니다.
( 2008년 5월 2일 조선일보)
[ 칼럼 내용 ]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12일간의 우주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28일 귀국했다. 그러나 환영행사로 떠들썩해야 할 귀국이 소유즈 우주선 귀환과정 충격으로 인한 이씨의 건강 문제로 오히려 걱정을 안겼다. 대통령 면담 등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국민들은 이소연씨가 마중 나온 어머니와 포옹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이소연씨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라면서, 정부의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이 첫 우주인을 탄생시킨다는 상징성에 치중한 결과 마땅히 챙겨야 할 법적 안전장치 보장 측면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론들은 200억원을 내고도 우주인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정부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의 해명이 없는 것을 보면 러시아에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일방적 계약이 체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법적인 문제는 우주선 출발 전부터 있었다. 출발 1개월 전 우주인이 교체된 것이다. 러시아 우주법 제20조 제5항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에서 비행훈련 과정을 받는 자는 러시아 연방법을 준수하게 되어 있다. 우리 우주인이라도 일차적 통제 및 관할권을 러시아가 가지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러시아측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도록 관련 법과 규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사전교육을 했어야 했다.
로고 부착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법적 준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정부 당국은 상업광고를 통해 우주인 사업비용의 상당부분을 조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러시아측과 협상을 했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 계산만 앞세워 너무 안이하게 일을 하지 않았나 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우주활동에서 각종 실험 결과로 얻어지는 지적재산권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토가 필요한 분야이다. 우리가 실험한 결과로 얻은 것이라 해서 당연히 우리 소유라고 생각해서는 똑같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출발 후에는 이소연씨가 '우주인'이냐 '우주비행참여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한 당국의 해명은 법적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NASA에서 어떻게 분류하고 있든 우주법상으로 보면 이소연씨는 당연히 우주인이다. 우주법상 우주인 여부는 우주로 가는 목적과 우주에서 행하는 실질적 활동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아무리 우주에 나가 활동하더라도 군사 목적인 경우는 우주법상에서는 우주인으로 보지 않는다. 우주법상에선 우주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우주비행사(astronaut)라는 용어를 써서 우리가 말하는 우주인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이소연씨는 우주선의 승원으로서 다녀왔고 목적과 활동에 있어 우주조약 및 우주구조반환협정상의 우주비행사에 해당해 당연히 우주인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첫 우주인 배출을 시발로 금년 12월 자력으로 개발한 로켓을 발사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개발 활동을 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개발과 활동에는 자칫하면 우주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초극단적 위험(ultra-hazardous)이 따르므로 충분한 보험 장치와 더불어 철저한 법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주법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상호포기 제도(Cross Waiver of Liability)'처럼, 일반 법제와는 다른 독특한 법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이한 대응은 또 다른 낭패와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