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오른 뒤에도 화면을 향한 시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목표 궤도에 다다른 누리호가 큐브위성을 두 기씩 우주로 밀어냈고, 마침내 ‘GBSAT’의 사출이 확인됐다. 비상대기 인원으로 센터 안에서 그 순간을 맞은 GBSAT의 프로젝트 총괄(PM), 항공우주공학전공 22학번 양준영 학생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GBSAT은 경기북과학고 동문 일곱 명이 우리 대학과 KAIST, DGIST, 서울대, GIST로 진학한 뒤 다시 뭉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주로 대학 연구실 단위로 참가하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큐브위성 경진대회에 학부 1학년끼리 도전해 누리호에 실릴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에서 우주 산업에 도전할 자신감을 얻은 양준영 학생은 이듬해 VF SPACE를 창업했고, 지난여름에는 '금속 3D 프린터와 사운딩 로켓을 개발하는 우주 스타트업 VF SPACE 대표'로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됐다. 창업의 출발점이 된 이 위성을 두고, 사출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번 누리호 5차에 실린 큐브위성 10기 가운데 3기가 우리 대학 교수와 학생의 손을 거쳤어요. 그중 하나인 GBSAT의 사출을 확인한 순간,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륙부터 저희 위성이 사출될 때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사출에 성공한 걸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GBSAT이 문제없이 운용되기만을 바랐어요."
Q. 지금 GBSAT은 어떤 상태인가요?
"초기 운용 단계에 있습니다. 사출 직후 위성의 회전 속도(각속도)가 생각보다 높았고, 소프트웨어 버그도 일부 발견돼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어요. 해결 방법이 있는 문제이고 순조롭게 풀어 가는 중이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기 운용이 끝나면 GBSAT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지구 자기장에 정렬된 고에너지 양성자를 측정하고, 대한민국 상공을 지날 때마다 그 데이터를 한국으로 보내게 됩니다."

Q. GBSAT이 측정하는 우주 방사선은 무엇이고, 왜 측정해야 하나요?
"저희 임무는 '지구 자기장에 정렬된 50메가전자볼트(MeV) 이상의 양성자 측정'입니다. 고에너지 양성자는 우주 방사선의 하나예요. 방사선이 사람에게 위험하듯 위성도 우주 방사선에 맞으면 여러 고장과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치명적입니다. GBSAT이 측정한 양성자 데이터가 앞으로 여러 위성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쓰이길 기대하고 있어요.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고에너지 양성자는 주로 태양계 안쪽이 아니라 더 먼 곳에서 날아오는데, 태양 활동이 강한 시기에는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고에너지 양성자와 태양 활동을 비교 분석하는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Q.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지켜보셨다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발사체를 좋아해서 친구들이 저한테 소감을 묻더라고요. 늘 팰컨 9 발사만 보다가 우리나라가 직접 개발한 발사체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니 정말 설렜어요. 성공했느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때 누리호 발사 타임라인을 외우고 있어서 예정보다 연소가 일찍 끝난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Q. 그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듬해 다시 모였어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처음 대회를 제안한 건 당시 DGIST에 다니던 이상훈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요. 코로나 직후였고 대회 공고가 4월쯤 나왔는데, 학교에 아는 친구가 많지 않다 보니 고등학교 친구들을 모아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만한 친구들에게 연락했습니다. 원래 대학 연구실 단위로 많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1학년이라 그런 사정을 잘 몰라서 그냥 우리끼리 팀을 짜 보자고 했던 거죠. KAIST 윤효상 교수님이 지도교수를 맡아 주셨어요."

Q. 위성 이름인 ‘GBSAT’에는 어떤 뜻이 담겼나요?
"당시 학부 1학년이던 팀원 일곱 명이 모두 경기북과학고 졸업생이에요. 국내 큐브위성은 주로 '소속 기관 이름+SAT' 형태로 이름을 지어 왔기 때문에, 경기북의 GB를 따서 GBSAT으로 정했습니다."
Q. PM을 맡으셨는데, 개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PM이면서 자세제어시스템(ADCS) 개발을 맡았어요. 그 밖에 지상지원장비(GSE) 개발도 종종 담당했고요. 팀 대표이긴 했지만 다들 비슷한 지식과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팀은 수평적으로 운영됐습니다.”
Q. 개발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고비는 언제였나요?
"명령·데이터처리시스템(CDH)의 오동작이 1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을 때예요. 위성은 우주 환경에서 보통 영하 15도에서 영상 60도 사이를 쉽게 오가는데, 특정 부품이 예상과 달리 영하 5도에서 고장 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리면서 인공위성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느꼈습니다."

Q. 이 대회가 창업을 앞당긴 계기였다고 하셨죠. 그때 만든 위성이 실제로 궤도에 오른 지금, 대회와 창업은 어떻게 이어져 있다고 보시나요?
"대회에 선정돼 위성을 개발한 경험은 저에게 곧 자신감이었어요. 한없이 높아 보이던 우주 산업의 진입장벽을 넘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고,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인공위성과 발사체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도 느꼈어요. 둘 다 우주 산업을 상징하는 기술이라 비슷한 지식과 철학을 공유할 줄 알았는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어렵더라고요. 발사체를 만들 줄 알아도 인공위성은 아마 처음부터 공부해야 할 거예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VF SPACE는 지금 금속 3D 프린터와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어서, GBSAT 이후 인공위성 개발과는 잠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이 경험을 살려 인공위성을 개발하게 되리라는 건 분명해요."
Q. 마지막으로 위성을 만들어 보고 싶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공위성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우주로 떠나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지만, 역설적으로 위성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장 기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꼭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저희 팀원 가운데 인공위성을 공부해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누구든 우주 산업의 진입장벽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GBSAT 팀원(이름 / 현재 소속 / 담당 분야 / 개발 당시 소속)
양준영 / 우리 대학 항공우주공학전공 / PM, 자세제어시스템(ADCS) / (당시 항공우주및기계공학부)
이상훈 / KAIST 우주탐사공학학제 석사과정 / 탑재체 / (당시 DGIST 기초학부)
이제민 / KAIST 항공우주공학과 / 명령·데이터처리시스템(CDH) / (당시 KAIST 새내기과정학부)
정범준 / DGIST 기계공학 / 열제어시스템(TCS) / (당시 DGIST 기초학부)
김현민 / DGIST 컴퓨터공학 / 통신시스템(CS)·전력시스템(EPS) / (당시 DGIST 기초학부)
이태균 /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복무 중) / 탑재체 / (당시 GIST 기초교육학부)
방우찬 / 서울대 물리교육과 / 구조·기구시스템(SMS)
지도교수: KAIST 윤효상 교수
*VF SPACE㈜: 2023년 8월 양준영 학생이 창업한 우주 스타트업으로, 와이어 레이저 방식(WLAM) 금속 3D 프린터와 하이브리드 엔진 기반 사운딩 로켓을 개발하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패밀리기업에 선정됐고, 올해 3월 사운딩 로켓 '히페리온 주니어' 발사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