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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우 교수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강력하다”… 극초음속 스텔스 복합재 연구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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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단순(simple)한 것이 가장 강력하고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영우 교수의 연구 철학은 분명했다. 그 철학은 지금 그가 몰두하고 있는 극초음속 스텔스 복합재 연구에도 이어진다.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으면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도와 수천도 이상의 고온을 견뎌야 하는 소재. 남 교수는 이 연구에서도 복잡한 기술을 덧붙이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며 해답에 가까워지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연구팀은 최근 이 연구 성과를 복합재료 분야 국제 저명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IF 21.8, 상위 1.5%)’에 게재했다.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복합재의 가능성을 확장해 가고 있는 남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항공대 다기능 복합재료 및 제조 연구실은 항공·우주·국방 분야에서 복합재료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아직 산업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난제에도 도전해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복합재료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고 설계, 최적 제조 공정, 성능 검증까지 복합재료의 전 주기를 함께 연구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방과학 발전을 위한 8대 전략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첨단소재’ 분야에는 스텔스 소재, 극한환경 복합재, 고성능 센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스텔스 복합재료를 연구해 왔고, 그중에서도 전략물자 수출제한 품목이자 반드시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극초음속 비행체 복합재료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이번 논문 게재와 과기정통부 2026 개인기초연구사업 핵심연구(유형B) 과제 선정이 비슷한 시기에 이어졌습니다. 교수님께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결과인가요? 

 “두 성과로 극한 환경용 다기능 복합재 연구가 앞으로의 연구 확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먼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논문 게재는 고내열 다기능 복합재 구조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려는 연구 방향이 학문적으로 설득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과기정통부 2026 개인기초연구사업 핵심연구 과제 선정은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원천 기술과 응용 가능성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Q.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극초음속 복합재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입니다.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소재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비행체의 레이돔(Radome)은 레이더를 보호하는 구조물로, 주로 항공기·전투기·미사일의 앞부분에 들어갑니다. 쉽게 말하면 눈(레이더)을 보호하는 안경(레이돔)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경이 눈을 보호하면서도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하듯, 레이돔 역시 내부 레이더를 보호하면서 전파(레이더 신호)는 손실 없이 통과시켜야 합니다.

  극초음속 비행체에서는 그 난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 공력 가열 때문에 표면 온도가 수천도 이상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소재가 녹거나 깨지지 않아야 하고, 동시에 레이더 성능도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에 스텔스 성능(저피탐성)까지 함께 요구됩니다. 스텔스 기술은 ‘노이즈 캔슬링’ 원리로 이해하면 비교적 쉽습니다. 소음이 일정한 파동을 가지듯 전자기파도 고유한 파동 특성을 갖는데, 여기에 반대 위상의 파동을 만들어 특정 신호를 줄이거나 상쇄시키는 방식입니다. 극초음속 스텔스 복합재는 이러한 전자기파 제어 특성과 극한의 내열 성능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기술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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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연구는 기존 고온·고압 공정 대신 저온·저압 기반 산화물/산화물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재(Oxide/Oxide CMC) 제조 공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PIP(전구체 함침 및 열분해법), CVI(화학 기상 증착법) 같은 공정은 장비 규모가 매우 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고온·고압 환경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대형 구조물이나 복잡한 형상을 제작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저희가 제안한 저온·저압 기반 공정은 보다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재연성과 대량생산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사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하고 있으나 군사용으로 제한된 기술이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고, 저도 가장 빠르고 값싸고 성능 좋은 기술을 수년 동안 연구해왔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복합재의 제조 공정 변수와 최종 성능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산화물/산화물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재는 고온 산화 안정성이 우수하지만 실제 구조재로 적용하려면 매트릭스 안정성, 적층 균일성, 기공률, 경화 및 소결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 반복 실험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정 전체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해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과정은 학생들과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씩 문제를 줄여가며 완성도를 높여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이번 성과는 해외에서도 기술 이전이 엄격히 제한되는 전략 분야에서 독자적인 설계·제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극초음속 비행체와 스텔스 복합재 분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기술입니다. 해외에서도 관련 기술 이전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인 설계·제조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우리나라만의 기술 자립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Q. 교수님께선 대한항공 등과 함께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과제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산·학·연 협력이 연구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현재 ‘극초음속 비행체용 고내열 및 전자파 제어 복합소재 기술 개발’ 핵심기술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약 400억 원 규모의 과제로 산·학·연 40여 개 기관이 함께하고 있으며, 저는 대한항공이 주관하는 세부과제에서 무인기 저피탐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행체, 우주발사체, 위성, 국방 시스템처럼 극한 환경이 요구되는 분야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과제가 많기 때문에 대학·출연연·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도 이런 경험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논문이나 전공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직접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에서도 프로젝트 기반 연구, 국제 공동 연구, 산학연계 인턴십, 시험·평가 인프라 협력 등을 확대해 학생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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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전장 환경이 빠르게 무인화되면서 저피탐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대한항공과 함께 연구 중인 무인기 저피탐 기술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네. 현재 대한항공이 주관하는 과제에서 무인기 저피탐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장 환경은 무인화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비행체 기술은 얼마나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가와 동시에 레이더에 얼마나 탐지되지 않는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유인기 한 대가 여러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개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구하는 저피탐 복합소재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필요한 기술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기술 기반을 더 축적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극초음속·저피탐 기술은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수요가 계속 커질 분야이고, 세계적인 기술 흐름 역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이번 과기정통부 과제는 2030년 2월까지 이어집니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어떤 수준의 성과를 그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4년간 수행되는 과제인 만큼,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극초음속 환경용 세라믹 기반 복합재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극한복합재료 설계, 최적 공정 확립, 극초음속 환경 성능 검증, 실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적용 가능성 제시까지 이어지는 연구 흐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과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기술성숙도(TRL) 기준으로 대학 연구 단계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TRL 6단계(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제품을 검증하는 단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추가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나 장기적인 연구 방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복합재료는 안타깝게도 전쟁과 항공우주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함께 진화해 온 소재입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 우주발사체, 위성, 국방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경량화, 고강도화, 다기능화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소재로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는 전자기파 기능성 복합재료, 극한환경용 고속 복합재료, 우주용 복합재료, 3D 프린팅 복합재료, 용접 및 인시투 성형 기술 등 실제 항공·우주·국방 분야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자동차, 항공기, 우주발사체, 위성, 국방 시스템처럼 높은 신뢰성과 극한 환경 대응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복합재료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넓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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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은 인터뷰 중에도 ‘연구실’보다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연구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연구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안에서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흐름을 조율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거죠.  이제는 하나의 연구실이라기보다 여러 연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그룹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실’보다 ‘그룹’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Q. 끝으로 교수님이 연구를 이어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가장 단순(SIMPLE)한 것이 가장 강력하고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을 놓친 복잡한 이론이나 화려한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을 움직이고 결국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진다고 믿습니다. 마치 유명한 화가의 작품처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의미를 남기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의 본질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것, 그것이 가장 수준 높은 연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