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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드론·AI를 하나로… 이우경 교수,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성' 사업으로 융합형 우주 인재 키운다

  • 2026-09-23

이우경 교수님 인터뷰4
 

  위성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우주산업은 투자의 영역이다. 가치는 위성이 보내오는 데이터에서 만들어진다. 이우경 전자및항공전자전공 교수가 우주항공청 심사장에 들고 간 논리다. 다른 팀들이 위성과 발사체 제작 역량을 앞세울 때 그는 데이터와 AI에 과제의 무게를 실었다. 우리 대학 컨소시엄은 이 전략으로 '2026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성(R&D)' 사업에서 7곳 가운데 최종 2곳에 들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수도권에서 선정된 곳은 우리 대학뿐이다.

 

  밑그림은 지난해부터 그려졌다. 이 교수는 우주항공청을 여러 차례 찾아 위성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사전과제 석 달 동안 서울대·경희대와 한화시스템·LIG넥스원·한국수자원공사·다비오·메이사 등 기업·기관 16곳을 직접 모아 컨소시엄을 짰고, 최종 발표도 직접 했다. 이 사업은 대학이 중심이 돼 기업들과 협의체를 꾸리고, 기업들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함께 연구하며 석·박사를 길러내는 구조다. 과제가 겨냥하는 것은 두 가지다. 고도가 다른 위성과 드론을 하나의 관측망으로 묶어 AI로 즉시 분석하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다룰 석·박사 인력이다. 이 과제에는 단계평가를 거쳐 4년간 최대 49.8억 원이 투입된다. 이 교수에게 선정 과정과 과제가 그리는 미래를 들었다.

 

Q. 전국에서 두 곳, 그중에서도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셨어요. 최종 발표도 직접 맡으셨는데, 부담이 크셨을 것 같아요.

 

A. 첫 사업이다 보니 수도권에서 항공우주 분야를 한다는 대학들은 거의 모두 연합팀을 꾸려 나왔습니다.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죠. 그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저희만 선정됐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큽니다. 석 달 내내 이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발표는 내용에 자신이 없으면 떨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획서를 쓰면서부터 확신이 생겼고, 함께한 팀에서도 좋다는 피드백이 이어지니 오히려 자신감이 붙더군요.

 

발표를 마치고 심사위원들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가에서는 고양시와 연계해 백석업무단지에 조성할 항공우주 산업융합센터도 힘이 됐습니다. 그 공간을 활용해 기업 협력과 학생 창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평가 의견에 반영됐습니다.

 

Q. 발사체와 위성보다 데이터에 먼저 눈을 돌리신 이유가 궁금해요.

 

A. 그게 제 발표의 핵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발사체와 위성이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거기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올라가는 그때까지는 비용만 들어갑니다. 가치는 그다음부터 생기는데, 위성으로 어떻게 가치를 만드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스페이스X도 발사체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들여다보면 이익은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50기가 넘는 레이더 위성을 띄울 예정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쏘아 올린 위성이 30여 기였으니, 그야말로 우주 데이터의 대홍수가 시작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분석할 석·박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문인력을 기르는 데 4~6년이 걸리니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우주항공청에도 이 점을 꾸준히 말씀드렸습니다.

 

이우경 교수님 인터뷰1
 

Q. 과제명 '거대 군집 다계층(VLEO-LEO-UAV) 통합 영상 기반 초저지연 인텔리전스 서비스'에 연구의 설계도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초저지연'과 '다계층'이 눈에 띄는데요.

 

A. 과제가 그리는 큰 그림은 'AI 융합 우주영상 인텔리전스 생태계'입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 고도의 위성과 드론이 지구를 관측하고, 여기서 얻은 영상을 AI가 빠르게 분석해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미래형 관측 시스템입니다. 핵심 기술은 비나 구름, 밤낮에 관계없이 지상을 볼 수 있는 SAR(합성개구레이더)이고, 여기에 위성·드론·AI·통신·데이터처리 기술을 결합합니다. 키워드 하나를 꼽자면 '실시간'입니다. 위성까지는 거리가 있어 완전한 실시간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그 지연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초저지연입니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반쯤 걸려, 한 번 찍으면 다음 관측까지 그만큼 공백이 생깁니다. 그래서 군집 위성도 예전 10기, 20기 단위에서 지금은 수백, 수천 기 단위로 늘고 있습니다. 다만 위로 올라갈수록 넓게 보지만 비싸고 자세히 보기 어렵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대신 볼 수 있는 범위가 좁습니다. 그래서 저궤도 위성과 고도를 낮춘 초저궤도 위성, 더 가까이서 보는 드론까지 모두 띄워 장단점을 결합하자는 것이 '다계층'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스템을 하나로 융합한 연구 사례는 아직 거의 없습니다.

 

Q.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위성에서 데이터를 얻는 단계부터 AI가 정보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단계까지 전 과정을 연구합니다. 첫째는 여러 위성과 드론이 협력해 관측하는 멀티스태틱 SAR 기술입니다. 학교에서 위성을 바로 띄우기는 어려우니 여러 대의 드론으로 미래 군집위성 운용 환경을 지상에서 먼저 실증하고, 위성 데이터는 해외 상용위성이나 참여기업인 한화시스템이 띄우는 초저궤도 위성을 통해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둘째는 위성 안에서 바로 영상을 분석하는 온보드 AI입니다. 위성에서 AI가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내면 통신량이 줄고 재난이나 안보 상황에 훨씬 빨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SAR와 광학 영상을 AI로 융합하는 기술입니다. SAR는 구름과 야간에 강하고 광학 영상은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니, 둘을 결합해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관측 정보를 만듭니다. 넷째는 학생과 연구자, 기업이 함께 쓰는 SAR·광학 AI 학습 데이터와 개방형 분석 플랫폼입니다. 드론 SAR 데이터와 국내외 위성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쌓아, 기업과 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키워갈 겁니다.

 

Q. 이 기술이 우리 생활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쓰이게 될까요?

 

A. 경쟁의 중심이 위성을 만들고 쏘는 산업에서, 위성이 모은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우주 데이터·AI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재난을 예측하고, 해양과 국토를 감시하고, 국가안보와 산업 현장의 의사결정을 돕는 일이죠.

 

저희도 위성 영상을 사진으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분석한 정보를 서비스로 내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바다에서 이상 선박을 찾아내고, 홍수·산불·지진이 난 지역의 변화를 파악하고, 교량이나 건물, 지반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잡아내고, 북극 해빙이나 해양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는 식입니다. 재난 대응이나 시설 안전관리처럼 국민 생활과 바로 이어지는 분야입니다.

 

이우경 교수님 인터뷰3
 

Q. 쟁쟁한 경쟁 속에서 우리 대학이 주관을 맡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서울대·경희대는 어떤 역할을 맡나요?

 

A. 우리 대학은 시스템도 하고 활용도 합니다. 활용만으로는 이런 과제를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시스템부터 활용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었기에 주관을 맡을 수 있었고, 그만큼 우리 대학의 강점이 많이 반영된 과제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2016년 드론에 SAR를 탑재해 10cm급 영상을 구현했고, 이후 10년 가까이 드론 SAR를 운용해 왔습니다. 우리 대학이 드론 연구를 많이 해왔기에 드론과 위성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 가능했습니다.

 

서울대는 지구환경과학부가 참여하는데 위성 영상 활용이 강점입니다. 레이더뿐 아니라 광학 영상도 다루고, 물리·과학을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우리 대학은 레이더 시스템과 드론, 낮은 고도의 영상을 맡고 공학을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경희대는 큐브위성과 온보드 AI가 강점입니다. 서로 겹치지 않고 채워주는 구성입니다.

 

Q. 참여 학생들의 대학원 생활은 기존과 어떻게 달라지나요?

 

A. 이 사업 자체가 산학협력 프로젝트입니다. 기업들로부터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수요 조사를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기업이 그런 연구를 맡기려면 용역비를 내야 해서 과제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사업비로 지원합니다. 저 혼자 하는 과제가 아니라 관련 분야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해,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면 해당 분야 교수님을 연결하고 연구를 뒷받침합니다.

 

참여기업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이를 연구와 프로젝트로 풀게 됩니다. 기업 전문가가 교육과 연구에 참여하고, 기업 데이터와 장비를 활용한 공동연구, 현장실습, 인턴십, 문제해결형 프로젝트도 운영합니다. 학생은 'SAR 이론을 배운 학생'이나 'AI를 전공한 학생'이 아니라, 위성과 SAR, AI, 통신, 데이터, 서비스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우주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Q. 채용과 인턴십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A. 참여기업들은 현금이나 현물로 기관 부담금을 내고 들어왔습니다. 기업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결국 좋은 인재이고, 저희는 좋은 인재를 길러낼 테니 데려가시라고 약속한 셈입니다. 채용연계형 현장실습은 지금도 있지만 대부분 학부생 대상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이 사업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하는 석·박사과정생이 가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에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는 셈입니다. 과제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니, 기업은 졸업 뒤 채용 여부를 훨씬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인턴십도 같은 흐름입니다. 한화시스템도 이 과제에 한해서는 석·박사 인턴을 받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한 달 하고 끝나는 인턴은 원하지 않는다며, 할 거라면 한 학기나 방학 내내 제대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턴 비용은 사업비로 지원합니다. 다비오, 픽소니어, 메이사처럼 업계에서는 탄탄하지만 학생들에게 덜 알려진 AI 위성영상 기업을 소개하는 것도 이 사업의 역할입니다.

 

이우경 교수님 인터뷰2
 

Q. 학생들이 체감할 혜택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이 사업을 통해 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은 등록금 이상의 장학금을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매달 지급하는 방식이라 합치면 등록금을 넘고, 우수한 학생에게는 생활비를 더 지원하려고 합니다. 서울대 경희대와는 학점교류를 해뒀고, 해외 협력 기관 방문 교육과 해외 학회 참가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참여기업을 해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 인사팀이 아닌 연구진을 직접 만나는 기회도 마련합니다.

 

인증제도 운영합니다. 학생이 어떤 기업과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기업이 직접 인증하는 디지털 배지를 발급해, 학위만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경험을 증명해 주는 겁니다. 평가위원들이 특히 좋게 본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제 기간 동안 석·박사과정생 80여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이 중 70% 이상을 우주항공 기업 취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기업이 학생을 지켜본다는 건, 그만큼 학생들의 역량이 곧 사업의 성과가 된다는 뜻이겠네요.

 

A. 그렇습니다. 솔직히 선정되고 나서부터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논문은 당연히 써야 하고, 결국 취업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지켜볼 시간을 드렸는데도 기업이 뽑아가지 않는다면 좋은 인재를 길러내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기업에 보내는 학생도 내부에서 잘 선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학생을 모으는 일이 중요합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 사업을 통해 우리 대학원에 들어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저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일입니다.

 

Q. 학생들이 우주항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A. 학생들에게 우주항공이라고 하면 지금은 발사체나 위성 같은 거대한 하드웨어만 떠오릅니다. 그동안 투자와 홍보가 그쪽에 집중돼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작은 기업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국가 R&D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위성 기업들도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라는 회사는 위성이 한 대도 없습니다. 그런데 뛰어난 인적 자산과 AI 역량만으로, 세계에서 위성을 제일 잘 만드는 록히드마틴보다 세 배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AI와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이 있고 위성과 발사체도 잘 만듭니다. 딱 하나 비어 있는 것이 AI 인프라를 활용하는 분야입니다.

 

Q. 끝으로, 4년 뒤 우리 대학과 학생들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세요?

 

A. 과제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 대학에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 취업이 하나로 이어진 우주항공 인재양성 체계가 자리 잡을 겁니다. 개발한 기술은 기술이전과 후속 사업화로 이어지고, 학생들은 우주항공 산업으로 진출하고, 기업의 새 기술 수요는 다시 교육과 연구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우주항공이 멋있다는 사명감만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 분야에서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학생들에게 창업 의지도, 열정도 생길 겁니다. 우리 학생들이 가장 차별화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우주항공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 과제가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그런 마음가짐을 조금씩 갖춰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