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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AT 01 교신 성공으로 확인한 큐브위성 기술, 송용규 교수

  •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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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학 항공공학전공 송용규 교수가 창업한 항공우주기술 기업 쿼터니언의 초소형 큐브위성 ‘PERSAT 01’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우주에 오른 뒤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이후 정상적으로 분리돼 목표 궤도에 안착하고, 위성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국내 민간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위성이 국산 발사체를 통해 우주로 올라가, 실제 우주 환경에서 검증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위성 개발자이자 연구자, 그리고 창업가로서 송용규 교수가 거둔 이번 성과는 우리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이 기업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우주 공간에서 그 가능성을 증명한 순간이기도 하다. PERSAT 01의 교신 성공부터 위성 개발에 이르기까지, 이번 성과에 담긴 이야기를 송용규 교수에게 들어 보았다. 

 

Q. 누리호 4차 발사 이후 PERSAT 01의 교신 성공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나요.

 

A. ‘아, 최선을 다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첫 시도여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큐브위성은 구조적으로 리스크가 큰 편이라, 실제로 발사된 큐브위성 가운데 교신에 성공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에 그칩니다. 게다가 다른 큐브위성은 대부분 해외에서 가져온 부품을 활용했는데, 우리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부품을 썼기 때문에 ‘과연 이게 작동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교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정말 반가웠어요. 

 

Q. 위성 개발자 입장에서 ‘교신 성공’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 주세요.

 

A. 위성은 발사체에 실려 올라가는 순간부터 매우 가혹한 환경을 겪습니다. 발사 시의 강한 진동과 충격을 견뎌야 하고, 우주에 도달한 이후에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방사선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요. 특히 큐브위성은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환경을 모두 버텨야 합니다. 교신에 성공했다는 것은 위성이 발사 환경과 우주 환경이라는 두 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위성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Q. PERSAT 01은 어떤 목적과 특징을 가진 위성인지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PERSAT 01은 3U 크기(1U는 10×10×10cm)의 큐브위성으로, PERSAT 시리즈의 첫 번째 위성입니다. 탑재된 카메라로 제주도 인근 남해안의 해양 쓰레기 이동 경로와 밀집 지역을 관측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PERSAT’이라는 이름은 ‘Personal Satellite’의 약자로, 누구나 자신의 목적에 맞는 위성을 운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Q. 이번 위성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던 것은 모든 전장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검증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산 검증 부품을 사용하는 대신, 우리가 만든 부품이 실제 우주 환경에서도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충격, 가속도, 진동, 열진공 등 다양한 환경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시험 시설을 확보하고 기준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하나씩 맞춰가며 준비했습니다.

 

Q. 이번 위성 개발은 교수님이 창업하신 쿼터니언이 주체가 된 프로젝트였는데, 연구실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참여한 점이 어떤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보시나요.

 

A. 아무래도 서로 잘 이해하고 있죠. 저와 함께 연구과제를 하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기술을 다 알고 있고 마인드도 잘 맞아요. 무엇보다 학생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이 기업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공학자는 실제 설계, 제작, 시험, 검증을 통해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고 개발되는지 알아야 엔지니어로서 완성되는 것이니, 공학 교육과 실제 개발을 연결하는 이런 프로젝트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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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이 창업하신 쿼터니언은 어떤 기업인가요.

 

A. 쿼터니언은 드론 제어 분야에서 축적해 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드론전문 기업입니다. 국산 기술로 특수드론과 상용드론을 설계·제작·운용하는 기술을 제공해 왔어요. 이번 위성 개발에서도 이러한 드론 시스템 개발 경험을 위성 시스템에 적용해 전체적인 설계와 제작을 수행했습니다. 위성을 하나의 ‘우주 드론’으로 바라보고 접근한 점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안 그래도 드론전문 기업이 위성 분야로 진출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드론 연구와 위성 연구는 어떤 점에서 닮아 있고, 또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드론과 위성 모두 하나의 비행체가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시스템 구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가 있어야 하고, 전력 보드, 통신 보드, 자세 제어 시스템 같은 구성 요소의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드론은 대기 중에서 추력 장치를 이용해 움직이지만, 위성은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무동력으로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여기에 위성은 발사 환경과 우주 환경이라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조건을 모두 견뎌야 하지요. 발사 과정에서는 강한 진동과 충격을 받고, 우주에 올라간 이후에는 극심한 온도 차와 방사선 환경에 노출되거든요. 위성은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되게 하는 모든 시스템을 드론보다 더 작은 몸체 안에 ‘컴팩트하게’ 담아내야 합니다.

 

Q. 드론 연구를 오래 해 오셨는데, 이번 위성 개발은 항공우주산업의 흐름 측면에서도 하나의 전환점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의 흐름을 보면, 그동안 유인 항공기와 드론 기술이 많이 축적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도 함께 발전하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라고 불릴 만큼 우주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누리호 4차 발사와 탑재된 위성들 역시 그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고, 기술적으로도 이제는 위성과 발사체를 산업화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이런 흐름 속에서 위성에 대한 공공·지자체 수요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이 드론과는 다른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드론은 아무리 높이 날아도 수백 미터 수준이기 때문에, 넓은 영역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저궤도 위성은 수백 킬로미터 상공에서 한 번에 넓은 범위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에, 관측 범위와 지속성 측면에서 역할이 다릅니다.

이런 이유로 군 정찰 위성뿐 아니라,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도 위성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이미 자체 위성을 보유해 운용하고 있거나, 위성 개발과 운용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환경 감시, 해양 관측, 기상 예보 등 각 지역의 행정 수요에 맞춰 위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구체화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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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 의미에서 쿼터니언의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일단 PERSAT 01 이후에도 추가 발사가 이미 예정돼 있습니다. 앞으로 총 세 차례 더 발사가 계획돼 있는데, 이 가운데 두 번은 누리호 5차와 6차 발사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고, 한 번은 해외 상용 발사체를 이용한 발사입니다. 여러 차례 실제 발사를 통해 위성을 우주로 보내며 기술을 반복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입니다.

 

위성 기술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다음 단계로는 3U 위성보다 두 배 큰 6U 크기의 위성을 준비하고 있는데, 크기가 커지면 고해상도 센서나 AI 보드 등 보다 성능이 높은 임무 장비를 탑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도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현재는 국민대학교와 협력해 고해상도 카메라와 AI 분석 기능을 결합한 위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위성에서 확보한 영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산사태나 산불과 같은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를 위해 과거 데이터와 실시간 관측 데이터를 함께 축적하고 분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해양 쓰레기 관측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넓은 범위를 지속적으로 관측해 쓰레기의 이동 경로와 밀집 지역을 파악하고, 관리와 정책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현재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며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위성을 단순한 연구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 가능한 위성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위성 시스템을 구축한 뒤,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목적에 맞는 임무 장비를 선택해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수요가 늘고 있어, PERSAT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위성 판매와 활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