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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항공정비사> 펴낸 항공기술교육원 김종복 부원장

  • 2025-03-13

김종복2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고 전 세계 공항과 항공사들이 바빠진 지금, 세계 각국이 항공정비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6년 완공될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와 2027년 완공될 대한항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항공기 엔진 정비 공장까지, 일자리는 넘쳐 나는데 숙련된 항공정비사는 부족하다. ‘10년 후 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가할 직업’ 순위에서 항공정비사가 늘 빠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항공정비사의 이미지는 항공기 타이어를 바꾸고 엔진을 닦고 너트를 조이는 육체노동자에 가깝다. 하지만 진짜 항공정비사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우리 대학 항공기술교육원 김종복 부원장이 <1% 글로벌 항공정비사>라는 저서를 발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항공정비사가 얼마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직업인지, 어떻게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갈 기회를 제공하는지 들려주는 이 책은 항공정비사를 꿈꾸는 이들의 입문서라 할 만하다. 

 

Q. 안녕하세요, 부원장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항공기술교육원 김종복 부원장입니다. 

 

저는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에 입주한 아퀼라항공에서 온라인 항공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및 해외 대학교에서 FAA 항공 기술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데, 이제는 모든 항공 교육 콘텐츠를 핸드폰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미 앞서가는 미국 대학들은 이론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실습만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데다, 많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온·오프라인 수업 중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최종적으로 정부 투자를 받아 AI 기반 항공 교육 플랫폼을 완성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항공기술교육원에서는 작년부터 기초 기술 영어 과정을 만들었고, 올해부터는 직접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에서도 ‘항공 MRO 전공’이 새롭게 만들어져 국내 및 미국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엔지니어 중심, 관리·경영 중심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공군병 기제 정비 부사관으로 제대한 후, 미국으로 항공정비 유학을 떠나 미주리주립기술대학을 졸업하고 FAA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따서 미국 항공정비(MRO) 업체에 취업한 한국인 1세대 항공정비사입니다. 독일 루프트한자 테크닉 훈련원의 한국인 최초 기술 교관으로도 활동했고요. 10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FAA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가르치며 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왔습니다.

 

Q. 이번에 출간하신 <1% 글로벌 항공정비사>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A. 항공정비사란 직업에 대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걸 뛰어넘어서 더 넓고 깊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쓴 책입니다. 흔히 항공정비사는 블루칼라부터 화이트칼라까지 다 공존하는 직업이라고들 해요. 그래서는 저는 이 책에서 항공정비사를 ‘브라운칼라’ 직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반복적인 일을 하는 메카닉(Mechanic), 정비 기술을 가진 테크니션(Technician), 기술지원과 서류능력까지 갖춘 엔지니어(Engineer), 경영 관리 전문가까지, 28개가 넘는 이름으로 불리는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항공정비사의 직업세계를 소개하고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싶었어요. 

 

이 책은 제가 본받고 싶은 정비사들, 그리고 제가 가르쳤던 1%의 항공정비사들 이야기입니다. 10년간 새벽에 틈틈이 써온 글을 모아 펴냈지요. 탈고에만 3개월이 걸렸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항공정비사에 대해 이렇게 멋지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제게도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Q. 최근 글로벌 항공기 사고가 증가하면서 항공정비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느낌이 듭니다. 항공정비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항공법에 따라 세 명의 자격증 소지자가 승인을 해줘야 합니다. 바로 조종사, 운항관리사, 항공정비사지요. 이 세 자격증은 모두 국가 자격증으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항공사와 공항이 운항을 중단했을 때도 유일하게 바빴던 곳이 항공기의 정비, 수리, 분해‧조립을 하는 항공정비(MRO) 업체였다고 하지요. 화물기, 군용기, 자가용 전세기 시장이 새로운 활기를 띠면서 여전히 항공정비사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기비행기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대가 열리면 더 많은 항공정비사가 필요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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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항공정비사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A. 그거요, 사실 간단해요. 현장에서는 일 잘하는 기술자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항공정비 교육 과정에서 실습 비중이 45%나 됩니다. 족보만 외우면 똑같은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영어만 잘한다고 좋은 정비사가 될 수 없죠. 결국, 정직성과 전문성을 가진 정비사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보면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할 줄 아는 학생들이 참 예쁘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단어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쓰는 순수하고 밝은 사람들이 항공정비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태도와 인성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죠.

 

우리 대학에서는 고교 위탁 과정 학생들은 메카닉(Mechanic), 항공기술교육원 과정 학생들은 테크니션(Technician), 공과대학 항공 MRO 전공 학생들이나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 과정 학생들은 엔지니어(Engineer)를 목표로 해볼 수 있겠지요. 여기에 학기 중에 경영을 더 배우면 관리 및 경영 전문가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윤리적 책임감을 가르치는 항공정비 교육입니다. 항공정비사는 국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로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니까요.

 

Q. 그렇다면 부원장님이 말씀하시는 ‘1% 글로벌 항공정비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A. 제가 책에서 말하는 1%는 국내만 바라보지 않은 정비사들입니다. 전 세계를 다니는 용병 정비사들, 외항사 정비사들, 그리고 메카닉을 넘어선 확인 정비사, 엔지니어급 정비사들, 경영을 아는 정비사들의 이야기를 써 보았어요. 이렇게 살려면 지속하는 힘, ‘그릿(Grit)’ 정신이 필요하고,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해야 하죠.

 

처음 비행기를 보면 누구나 설레이죠. 그렇게 시작해서 이 바닥에 들어오지만, 3달 후, 3년 후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진짜 1%, 도전과 열정을 가진 정비사들은 30년이 넘도록 그 열정이 변함이 없더군요. 이 직업을 진짜 사랑하는 항공정비사들이죠.

 

Q.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글쎄요. 기술교육원 입학생들의 매년 평균 40% 이상이 비전공자 학생들이에요. 해외 유학파나 4년제 전공자들도 다시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 등록하더군요. 이들은 실패를 경험해 본 젊은이들이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적성을 찾아온 사람들이에요. 이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야간 전문대학교에서 기계설계과를 전공한 비전공자였죠.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서 공군에 입대했고, 학비를 벌기 위해 부사관으로 제대한 후 다시 시작했어요. 그리고 28살에 FAA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당시에도 군 정비 특기자 선배들은 제대 후 진로가 다 똑같았어요. 그때도 대한항공 아니면 산림청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죠. 어느날 공군에서 정비를 하고 있는데, 미국 제작사 소속 한국인 항공정비사가 기술 고문으로 와서 저희에게 기술을 가르치는데 ‘저거다!’ 싶더라고요. ‘넥타이를 멘 정비사’, ‘가방을 들고 영어를 쓰는 정비사’는 처음 본 거죠. 그때 처음으로 해외취업이라는 꿈을 갖고 1997년 미국으로 항공정비 유학을 떠났어요. 이후엔 아시다시피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 1세대가 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저는 아직도 좁은 국내만 바라보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동물원에 머무르기보다 정글로 나가라고 권하고 싶어요. 월급만 바라보는 항공정비사로 남느니 전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항공정비사로 살라고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1등 정비사가 세계 1등 정비사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 대학 항공정비사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세요. 

A.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면 됩니다. 국내 자격증 과정은 24개월 과정이고, 미국 자격증 과정은 12개월 과정으로 올해는 국내 6개월 과정 이수 후 미국 현지 6개월 과정입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국내·해외 항공사나 항공정비(MRO) 업체에 지원할 수 있어요.

 

특별한 것은 우리 대학에서 운영하는 미국 항공정비사 자격증 과정은 미국 달라스에 위치한 U.S. Aviation Academy와 협력하여,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취득할 수 있는 전 세계 최초의 자격증 취득 과정이죠. 우리 대학 국제은익관 1층에서 FAA 이론 수업을 듣고, 격납고에서 실습 수업을 받게 됩니다. 

 

올해 상반기에 실습용 대형기인 리어젯 기종과 FAA 실습 장비가 새로 들어오는데 우리 학생들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리고 FAA 최종 승인(Audit)을 받으면 이제 미국에 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겠죠. 그때쯤에는 국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도 우리 대학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주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10년 전 ‘MRO’라는 단어도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전 세계 인구 밀도 대비 가장 많은 저비용 항공사가 국내에 생겼어요. 

 

당시에 저는 김포공항 안에서 국토부 인가 항공기 정비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미래가 불안해서 퇴근 후 야간에 한국항공대 경영대학원에 다녔지요. 그때 미래 MRO 항공 산업을 너무 잘 이해하시고 칼럼을 쓰신 한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MRO 정비 조직 인증 제도’에 관한 졸업 논문을 썼어요. 바로 그 논문지도 교수님이 지금의 허희영 총장님이셨죠.

 

총장님 취임 이후 3년 만에 학생이 20명쯤 되던 항공기술교육원도 크게 성장하여 올해는 고교 위탁 과정 및 FAA 과정까지 포함해 총 104명이 등록했어요. 이 인원은 국토부 과정을 운영하는 36개 학교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전 세계 최초로 미국 항공정비학교까지 유치했으니,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신 거죠. 저는 이것을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든 회사든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볼 줄 아는 리더가 조종간을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책에 허희영 총장님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님이 추천사를 직접 써주신 것도 지금이 항공정비사 양성에 있어 최적의 시기라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우리 대학을 포함한 국내 교육기관이 MRO 항공정비사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인력 부족사태가 올 것이고, 동남아 사람들이 그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제 책을 통해 현직에 계신 항공정비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이 항공정비사의 꿈을 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