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인쇄업을 ‘사양산업’이라 부른다. 충무로 인쇄골목을 떠올리며 고층 빌딩 사이 따닥따닥 붙어선 낡은 인쇄소처럼 “인쇄업의 역사도 저물어 가고 있다” 말한다.
그러나 ㈜투데이아트 박장선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인쇄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지속성장가능한 미래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 자신이 인쇄업의 위기 속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낸 CEO이기 때문이다.
㈜투데이아트는 ‘국내 1위 K-POP 앨범 및 굿즈 전문 인쇄기업’이다. SM. YG․JYP․하이브 등 주요 엔터사와 함께 작업하며 올해 매출 2,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중구와 경기도 파주를 베이스로 한 ㈜투데이아트는 내년 코스피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이런 ㈜투데이아트 박장선 회장이 지난 9월 우리 대학에 발전기금 10억 원을 약정했다. 우리 대학은 기부에 감사하는 뜻으로 중소벤처육성지원센터 1층 강당을 ‘투데이아트홀(todayart hall)’로 명명했다. 박장선 회장을 서면으로 만나 이번 기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가 그리는 인쇄업과 투데이아트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회장님. 서면으로나마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사를 읽으실 분들을 위해 회장님과 ㈜투데이아트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투데이아트 박장선 회장입니다. ㈜투데이아트는 K-POP 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한국 인쇄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K-Printing을 대표해 한국 인쇄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최상의 인쇄 품질을 제공한다’는 기업 미션과 ‘우리는 최첨단 기술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에 인지도 높은 인쇄 회사가 된다’는 비전, ‘고객의 기대치 이상의 인쇄 품질을 위한다(품질)’, ‘새로운 인쇄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인다(혁신)’, ‘친환경 인쇄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한다(지속)’, ‘고객 만족을 위한 최상의 납기 및 품질에 노력한다(고객서비스)’라는 기업 핵심 가치에는 이를 지키고, 그것을 향해 전진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는 (주)투데이아트 모든 임직원들의 의지가 담겨 있으며, 이를 지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쇄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서 파주 프린팅사업부 1, 2공장에는 유럽과 일본의 선진 인쇄기업을 뛰어 넘는 최신 친환경 스마트 인쇄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곳에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다양한 K-POP 인쇄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투데이아트가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 중구와 프린팅사업부 1, 2 공장이 있는 파주라는 지역 기반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인쇄 기업인으로서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 하는 것이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인재 양성과 소외 계층 지원과 같은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쇄기업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인쇄 현장에서 삶을 다할 때까지 꿈꾸고 노력하는 인쇄인이 되고자 합니다.
Q. 언론 인터뷰에서 “K-POP과 K-Culture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상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A. 2000년대 초반만 해도 K-POP과 K-Culture는 아시아, 특히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여성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팬덤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죠. 요즘은 유럽 명품브랜드 행사에 가도 K-POP 가수와 K-Culture 배우가 중심에 서 있고 프랑스에도 한국 식당이 수백 곳으로 늘어나는 등, K-POP과 K-Culture가 음식, 패션 등 세계인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콘텐츠로서 그들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K-POP이 글로벌 문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저희 투데이아트가 제작한 K-POP 관련 인쇄물들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투데이아트는 글로벌트렌드를 이끄는 인쇄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Q. SM, JYP, YG,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나요.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성장하면서 K-POP과 관련된 다양한 인쇄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던 시점에, 저희 투데이아트가 품질 높은 인쇄물을 제공하면서 대형 기획사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의 상품과 마케팅 자료를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들 기업과 오랫동안 신뢰를 쌓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세 가지 이유 덕분이에요.
첫째, 품질입니다. 대형 기획사들은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인쇄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최신 인쇄 기술을 도입하고,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품질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둘째, 납품일자 준수입니다. K-POP 콘텐츠는 발매일이나 행사 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희는 기한 내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항상 철저히 준비합니다.
셋째, 관계 구축입니다. 단순히 비즈니스 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변화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Q. 인쇄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회장님께선 오히려 그 안에서 기회를 잡으며 ‘K-POP 앨범 및 굿즈 전문 인쇄’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셨습니다. 회장님을 보며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선 ‘시대와 시장을 읽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창업을 꿈꾸는 본교 학생들이 그런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인쇄산업을 예로 들면, 단순히 많은 양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제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컬러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능력, 빠르게 변화하는 디자인과 후가공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이해,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더 나은 품질을 제안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하겠지요.
인쇄업은 RFID, 디지털 맞춤형 인쇄 등 다양한 IT기술과 융합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현장을 방문해서 최신 기술을 습득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니 방송, 영화, K-POP 등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면서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처럼 내가 열정을 바치는 분야 뿐만 아니라 연관 분야의 흐름과 기술 변화에 대해서도 철저히 탐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시대와 시장을 읽는 눈을 갖추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회장님께서 직접 유럽의 인쇄업체들을 벤치마킹하며 친환경 테마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체 공정의 90%를 친환경으로 바꾸며 업계에서 보기 드문 친환경 인증마크를 획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만난 인쇄업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거라고 보시나요.
A. 인쇄산업의 미래는 ‘친환경’과 ‘공장자동화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친환경은 인쇄산업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쇄 과정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유해 화학 물질을 줄인 잉크와 용제를 개발하며, 생산 공정을 간소화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드루파 2024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기술과 기자재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공정자동화는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트렌드입니다. 대형 인쇄사들은 이미 로봇을 도입해 인쇄물의 이동과 적재를 자동화하고 있고 앞으로는 인쇄공정 전체에 걸쳐 자동화가 확산될 겁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조색, 검수, 디자인, 생산하는 방식의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쇄업은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과 자동화 기술의 도입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입니다. 소재와 소비 패턴은 변할 수 있어도 인쇄가 우리 일상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인쇄산업은 인류와 함께 지속될 것입니다.
Q. 1997년 ㈜투데이아트의 전신인 ㈜명진아트를 설립하시고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많은 도전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오셨나요.
A. 사람들은 인쇄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저희 ㈜투데이아트는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및 품질 혁신을 통해 ‘K-POP 앨범 및 굿즈 전문 인쇄’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도전이 있었지만 저희 직원들의 헌신과, 믿고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어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인쇄품질을 높이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그게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인 기업 세습은 문제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가족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회사의 주체로서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경영 방침 덕분에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현명하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설비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나갔습니다. 2021년 11월 파주프린팅사업부 1공장을 준비할 때 독일 하이델베르그사의 최신형 인쇄기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고품질 인쇄물을 생산하기 위해 친환경과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과감히 도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글로벌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K-POP을 전달하는 인쇄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인쇄 전문가들이 투데이아트의 인쇄품질을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주목받았고, 일본의 유명 인쇄기업의 2세들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현재 파주프린팅사업부 1, 2공장에선 10대가 넘는 하이델베르그 최신 인쇄기가 K-POP 인쇄물을 생산하기 위해 가동 중이며, 해외 수출 전담을 위한 3공장 설립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한국 인쇄업은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가 변화에 적응하고 세계 소비자들이 원하는 인쇄물들을 완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투데이아트는 앞으로도 설비 투자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인쇄업을 사양산업이 아닌, 지속 성장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이번 기부를 결심하신 계기가 하시게 된 계기가 경영학과 신동식 교수님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A. 25년 전, 투데이아트가 SM엔터테인먼트 등 음반사들과 음반재킷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신동식 교수님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책임자로 계셨어요. 당시에 교수님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요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투데이아트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셨던 것이죠.
신 교수님께서 공단을 퇴직하시고 한국항공대로 자리를 옮기신 후, 교수님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방향에 공감하여 제가 먼저 기부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의 오랜 인연과 의리를 지키기 위한 이번 기부가 한국항공대의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기부금의 활용과 관련하여 한국항공대 교직원 및 학생에게 갖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A.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제조와 건설 산업, 2000년대에는 IT와 반도체 산업이 각각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은 항공우주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그저 상상 속에나 있있던 우주여행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선진국들은 항공우주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요.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항공대 학생 여러분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그리고 사회 선배로서 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이번 기부가 학생 여러분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활약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Q. 마지막으로 회장님의 꿈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으며 현재의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A. 제 어린 시절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특별한 꿈을 꾸기보단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인으로서 지역과 사회, 그리고 인쇄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여 하는 것이 제 꿈이 되었습니다.
삽교고등학교 총동문회 장학재단 이사장, 민주평통 중구협의회 회장, 서울 중구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단순히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서울공고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장학금과 해외 연수를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학생들이 첨단 글로벌 인쇄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일하면서 대학 공부까지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인쇄산업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인쇄인으로서, 더 많은 학생을 돕고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또한, 기업인으로서 지역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