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공학과 김상우 교수가 뛰어난 연구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우리 대학에 부임하고 현재까지 SCI급 논문을 20편이나 게재(승인)하는가 하면, 이달 우리 대학이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가 지원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 사업(단장 : 김민기)에 선정되며 45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부터는 산학협력단의 부단장 직무를 수행하며 학교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상우 교수를 만나 이처럼 활발한 연구 성과의 비결을 들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우리 대학 동문(항공우주공학 전공 02)이셔서 2023학년도 1학기에 부교수로 오시면서 14년 만에 모교에 돌아오시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개인적으로나 모교로서나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제가 학부생 때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야말로 아무것도 몰랐어요. 두 번째 직장인 한경국립대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시야가 확 넓어졌던 것 같아요. 세상이 이렇게나 넓구나, 하는 걸 그때 여실히 배웠지요. 오랜만에 돌아온 모교는 외형적으로 많이 커지고 성장한 것 같아요. 아직은 타 경쟁대학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스템적으로 갖춰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요.
Q. 교수님께서는 우리 대학 학부 졸업 후 카이스트(KAIST) 석‧박사 과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경국립대 교수를 거치며 학력과 경력을 쌓아오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교수님이 목표로 하셨던 건 무엇이었나요.
A.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학부생 때의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꿈이 없었어요. 원래 큰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진학이든 취업이든 제일 먼저 합격하는 데로 갔거든요(웃음). 어차피 제가 알아본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할 테고, 여기저기 물어봐도 다들 각자의 상황에 맞춰 대답할 테니까, 가장 빨리 정해진 곳으로 가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전략을 취했죠.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하기도 전에 첫 번째 직장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국내 최고의 항공우주분야 연구소에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 선임연구원으로서 부품 차원이 아닌 실제 발사체와 발사대 개발 실무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지요. 그럼에도 두 번째 직장인 한경국립대에 갈 때는 아무런 프로젝트가 없었어요. 설상가상으로 그곳은 기계공학과 교수진의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작은 대학이라 큰 대학과 달리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지요. 처음엔 맨땅에 헤딩하듯이 혼자서 음료수를 사들고 중소기업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프로젝트를 따내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혔어요. 그러다 교내 간접비 수주액 2등도 하고 산학협력단 부단장도 맡았지요.
Q. 한국항공대로 돌아온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지요. 연구를 하려면 학생들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한경국립대학교는 학부생의 대학원 진학률이 낮은 데다, 박사과정의 전체 TO도 부족했어요.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의 TO가 없어서 저를 믿고 재수를 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날 정도였어요. 그래서 한국항공대로 올 때 그 학생들을 포함한 다섯 명을 데리고 왔지요.
두 번째 이유는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서 한국항공대가 갖고 있는 가치(Prestige)에요. 항공우주분야에서 우리 대학이 쌓아온 역사와 명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한경국립대에 있을 때는 기계공학과 내에서도 항공우주 쪽을 연구하는 것이 저뿐이었어요. 하지만 한국항공대는 제가 몸담은 항공우주공학과만 해도 18분이나 되는 교수님이 계시죠.
세 번째 이유는 한국항공대가 제 모교라는 점입니다. 모교는 항상 정답이지요. 후배들이니까 애정도 남다르고 후배들이 잘됐을 때 저도 더 돋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항상 이야기해요. “나는 선배고 너희는 내 후배다”라고요. 한국항공대 학생들에게는 작은 대학이라는 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수업 시간이나 입학식 학부모 면담 시간에도 후배들, 학부모님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어요. 우리 대학은 작지만 큰 대학이라고, 국토교통부,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사, 항공우주분야 대기업과 연구소에 가면 한국항공대 선배들이 득실득실하다고 말해주지요(웃음).
Q. 주로 항공‧우주‧기계 분야 금속재와 복합재 구조물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데요.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A. 크게 보면 재료와 구조인데, 연구 분야가 넓은 편입니다. 보편적인 항공우주용 금속재 구조, 강화섬유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FRP 복합재 구조, 항공기 엔진을 구성하는 특수 합금 구조 등 다양한 구조와 재료에 대한 기계적 거동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복합재 구조의 물리적 거동을 빠르게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수용 석좌교수님이 퇴직하시고 연구실을 합치면서 연구분야가 더욱 넓어졌어요.
Q. 2023년부터 현재까지 SCIE급 논문만 20편을 게재(승인)하셨을 정도로 논문 게재 실적이 우수한데요. 우수한 연구성과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A. 논문은 학생들이 취업할 때 쓰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논문을 쓰는 것 자체가 졸업할 때 쓸 칼을 갈고 닦는 과정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논문 쓰는 걸 많이 독려한 덕분에 좋은 논문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교수님은 다양한 정부 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표준과학기술연구원), 대기업(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삼성중공업, 두원중공업 등), 대학(KAIST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계시고,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 한국항공우주학회, 한국복합재료학회 등 학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세요. 이런 기관들과는 어떻게 협력관계를 맺고 유지하시나요?
A.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은 ‘기버(Giver)’가 되는 것이죠.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은 네트워크 구축을 잘 하지 못해요. 연구결과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줘봐야 최소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좋은 관계를 맺고 나면 저를 믿는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추천하는 거죠.
Q. KOLAS(한국인정기구‧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LAC)의 상호인정협정(MRA) 서명기구) 공인시험기관으로 2010년부터 인정을 받으셨는데요. 어떤 역할을 하시는 건가요?
A. 다른 기관,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재료와 구조에 대한 시험을 치르고 인증을 해주는 일종의 ‘인증 기구’ 역할을 하는 거예요. 금속 시험 분야 2개, 복합재료와 플라스틱 시험 분야 24개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고 성적표도 발행하고 있어요. 소속은 우리 대학 산학협력단으로 되어 있지만, 운영은 2명의 기술책임자(이수용, 김상우 교수)를 필두로 연구실(복합재료구조실험실) 학생들이 맡고 있어요. 학생들이 시험이나 인증에 관한 실질적인 지식을 갖고 실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Q. 연구실 소개도 부탁드려요.
A. 저희 복합재료구조실험실은 교수, 연구교수, 박사후과정, 석‧박사과정, 학부연구생을 모두 합쳐 20명이 함께 하고 있고, 프로젝트에 따라 팀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특징이라면 학생들이 자신의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 주제’와, 실무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기업체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학술적인 것만 하면 실무를 할 수 없고, 프로젝트만 하면 논문을 못 쓰니, 둘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지는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과 관심사,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따라 정하고 있어요.
Q. 2학기에도 학부연구생, 대학원생을 모집하던데요. 연구실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A. 재료 및 구조는 모든 산업에서 다 필요로 하는 분야에요. 다양한 항공기, 위성, 발사체, AAM, 차량 등 안 들어가는 데가 없지요.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아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안정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학생들이 선호하는 몇몇 세부 전공 분야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반면에 학생들이 기피하는 구조와 재료 쪽은 오히려 고급인력이 부족해서 취업하기 좋아요. 제 연구실 학생들도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중공업의 판교 연구소에 취업했거든요. 최근 구조 분야에 한국항공대 출신들이 여러 대학의 교수로 많이 채용되기도 했고요.
Q.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을 분들을 위한 한 마디를 남겨주세요.
A. 항공우주 분야 유수의 대학인 한국항공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를 주신 총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면접장에서 “몇십 년이 지났을 때 ‘이 친구 잘 뽑았네’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던 제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