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교수가 우리 대학 최초의 ‘연구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우리 대학은 지난달 본교 출신 교수로서 연간 연구간접비 1억 원 이상 등의 기준을 통과한 교수를 ‘연구 석좌교수’로 임용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는데, 이수용 교수는 이 규정에 근거해 임용된 ‘교내 1호’ 연구 석좌교수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 대학으로서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홍남기 교수,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여형구 교수, 뉴욕주립대학 석좌교수에서 소속을 바꾼 이진상 교수 등 세 명의 석좌교수에 이어 네 번째 석좌교수를 맞게 된 셈이다. 지난달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로서 정년퇴임하고 석좌교수로 신분이 바뀐 이수용 석좌교수를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정년퇴임과 석좌교수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A. 누구나 거쳐 가는 길이지만 막상 정년퇴임을 맞이하고 보니 지난 31년 세월이 아득하네요. 지난주 사학연금을 신청하면서 잠시 서글픈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석좌교수로 대학에 남아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도움을 주신 총장님 그리고 대학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Q. 교수님은 현재까지 학생으로서 4년(1977년~1981년), 교수로서 31년(1992년~2023년), 모두 35년을 모교에 몸담아 오셨고, 이제 석좌교수로서 모교와 함께하게 되셨습니다. 학교와의 이런 인연이 남다르게 느껴지실 듯합니다.
A. 46년 전 대학 재학 시절에는 모교와의 이런 오랜 인연을 예상치 못했습니다.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유학 시절이나 1년 6개월간의 삼성종합기술원 근무 시절을 제외하곤 늘 화전벌을 떠나지 않았지요.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 기쁘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 너무나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 대학에 비교해서 우리 대학의 발전 속도가 너무 더뎠던 건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습니다.
연구소에서 지도 학생들과 함께 한 이수용 교수
Q. 교수님이 개인 혹은 항공우주산업기술연구소 차원에서 현재 수행하고 계신 연구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먼저 항공우주산업기술연구소(소장 : 이수용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70여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탄소제로 미래비행체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에는 연구원 20명을 포함해 학생연구원까지 약 40명이 참여합니다. 이 연구 외에도 연구소 소속의 여러 교수님이 연구를 진행해 매년 산학협력단으로 40억 원 넘는 연구비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항공우주 연구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값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중점연구소 사업 이외에도 현재 제가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과제에는 중형 항공기 동체구조 개발, 소형발사체 추진제 탱크 구조 개발, 가스터빈 엔진 컨테인먼트 개발, 항공기 손상탐지 시스템 개발, 복합재 구조시험 등이 있습니다. 당장 올해 집행할 연구비가 약 18.5억 원인데, 이 중 약 2.5억 원이 연구간접비로 쌓일 겁니다. 향후 몇 년간 이미 결정된 연구 사업을 수행하기에도 개인적으로 벅차지만, 모교의 재정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후배 동료 교수들과 신규 연구 사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Q.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 명예회장을 역임하셨고, 한국항공우주학회, 한국복합재료학회 등 교외 유관 학회 임원을 다수 지내시며 학교 밖에 본교를 알려오셨는데요.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서 본교가 가진 위상은 무엇이며, 본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그동안 학회의 임원을 지냈지만,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 점에선 솔직히 대학에 큰 보탬은 되지 못했지요. 우리 대학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국내 최고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입니다. 그러나 타 대학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교비 예산의 규모도 크게 부족합니다. 특히 우리 대학은 공학 계열 위주이고, 타 대학과 달리 비행교육원, 항공기술교육원 등을 유지해야 하니 늘 재정 압박에 시달립니다. 우리 대학이 발전하려면 연구비 수주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합니다. 연구간접비 규모를 키워야 대학 재정에 숨통이 트이는 구조입니다. 대학발전계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입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새 연구실에서의 이수용 교수
Q.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장, 교무처장, 산학협력단장, 대학원장과 공과대학장 등 교내 주요 보직을 거치시며 행정 체계화에도 힘쓰셨습니다. 그동안 기숙사 건설과 단과대학 체제 확립에도 기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보직교수로서의 경험이 학교에 대한 관점을 많이 바꿔놓았을 것 같습니다.
A. 오래 근무하다 보니 여러 보직을 맡았습니다. 일단 보직을 맡으면 개인 연구는 포기하고 대학 행정에만 전념했습니다. 기왕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으니 지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교무처장 시절 당시엔 재단 이사회의 초안을 제가 직접 작성하고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는 상황이었지요. 당시 주위의 만류와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기숙사 건립을 기안했습니다. 당시 고(故) 조양호 회장님께서 이사회를 주재하는 상황이니 이러한 일이 얼마나 어렵고 무모한 것인지 상상이 가실 겁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조 회장님께서 대학의 기숙사가 없느냐고 물으신 뒤 곧바로 기숙사 건설을 지시했지요. 당시 우리 대학 관계자 모두 숙원 사업인 기숙사 건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 지금도 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때는 우리 대학이 아직 단과대학 체계를 갖추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독자적으로 공과대학과 항경대학 이렇게 두 개의 단과대학 체계를 구상해 당시 막 취임한 여준구 총장님을 설득해 재단에 보고하고 이사회의 정관까지 바꾸었지요. 지금의 대학 체계는 이렇게 갖춰진 겁니다. 교무처장을 맡는 동안에는 몇 개의 야간학과를 주간 학과로 전환시켰습니다. 산학협력단장을 맡을 당시엔 재단 이사회에 보고할 산학협력단 예·결산 회계 자료를 대한항공 본사 재무팀 직원이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주변에서는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곧바로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한항공의 간섭을 배제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어떤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 주변의 도움과 찬성보다는 반대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만 보직자들이 대학발전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이 있다면 개인의 이해득실을 버리고, 업무를 강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보직교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Q. 이번에 발전기금 3,000만원을 약정하셨습니다. 기부하신 발전기금이 어떻게 쓰였으면 하는지 바람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약소하지만 저의 평생직장이었던 우리 대학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발전기금은 대학에서 판단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Q.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대학 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입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 너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해서 대학발전에 모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대학 구성원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