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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없는 공중전, 27일 개막… '제1회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예선 관전 포인트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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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대의 전투기가 서로의 꼬리를 물기 위해 선회한다. 급강하로 속도를 벌고, 급기동으로 상대의 조준선을 벗어난다. 200초 동안 이어지는 이 공중전에서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이 할 일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끝나 있다.

 

  우리 대학이 주최하는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2026 AI Pilot Top Gun Challenge' 예선이 8월 27~28일 열린다.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290개 팀, 873명이 참가를 신청한 국내 최초의 AI 파일럿 에이전트 전국대회다. 참가팀은 스스로 판단하고 싸우는 AI 파일럿을 개발해 맞붙는다. 지난해 교내 대회로 처음 열린 '2025 F-16 AI Pilot 경진대회'를 올해 전국 단위로 확대 개편했다. 경기는 교내 강의동 대회장에서 공개로 진행되고, 유튜브로도 생중계된다.

 

  규모만큼 눈에 띄는 것은 문턱이 없다는 점이다. 대학이 주최하면서 전국 대학(원)생 누구에게나 공중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방했다. 전공도, 학교당 참가팀 수도 제한이 없다. AI 공중전 대회를 교내 대회부터 처음 기획한 우리 대학 임상민 겸임교수(방위사업청)는 “그동안 해외의 AI 공중전 대회가 국방 R&D 기술 검증을 위해 소수 기업과 연구기관 위주의 비공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면, 이번 대회는 미래 국방 AI 인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전국대회는, 민간 대학이 주도하여 공중전 시뮬레이션 환경을 공개하고 전국 대학(원)생에게 개방한 ‘세계 최초의 대학 주도 개방형 AI 공중전 대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예선을 앞두고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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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 1. 200초, 세 번 열리는 사격의 문

 

  한 경기는 200초, 3분 20초다. 전투기 두 대가 일대일로 붙는 도그파이트(dogfight) 방식으로, 기총사격으로 상대를 먼저 격추하면 그 자리에서 끝난다. 시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남은 체력(HP)이 많은 쪽이 이긴다. 도망만 다니며 시간을 끄는 경기를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회피만 할 경우 패널티가 적용된다.

이 대회의 승부를 가르는 핵심은 200초를 셋으로 나눈 구조에 있다. 경기 시작 후 100초까지는 타격각 2도, 사정거리 500~3,000피트 안에서만 사격이 성립한다. 100초를 넘기면 타격각은 4도, 사정거리는 500~3,500피트까지 넓어지고, 150초 이후 마지막 구간에서는 타격각 6도, 사정거리 500~4,000피트까지 문이 열린다.

타격각은 사격이 성립하는 각도의 폭(가상 레이저 빔폭), 사정거리는 총탄이 닿는 거리(가상 레이저 도달거리)다. 시간이 흐를수록 둘 다 넓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초반에는 사격이 성립하는 조건이 까다롭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사격의 문이 점점 크게 열린다. 초반에는 탐색과 기동 능력을, 후반에는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하려는 설계다. 버티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관전 포인트 2. 같은 규정, 전혀 다른 답

 

  모든 팀은 똑같은 시뮬레이터에서, 똑같은 규정으로 싸운다. 그런데 나오는 전술은 팀마다 다르다.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AI가 있는가 하면, 상대를 유인해 실수를 끌어낸 뒤 반격하는 AI도 있다. 속도와 고도를 자산처럼 관리하며 최적의 사격 시점을 기다리는 유형도 나온다. 규정상 초반에는 생존과 사격 위치 선점, 중반에는 에너지 관리와 공격 기회 확보, 후반에는 적극적인 교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200초를 버티기는 어렵다. 국면에 따라 전략을 갈아타는 AI를 설계해야 한다.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답이 나온다는 것, 그 답이 개발한 학생들의 판단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이 대회의 가장 큰 볼거리다.

 

관전 포인트 3 지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와일드카드 네 장

 

  예선은 스위스 시스템(Swiss-System)으로 치러진다. 참가 신청을 한 전체 팀이 정해진 라운드를 끝까지 소화하되, 매 라운드 같은 성적을 기록한 팀끼리 맞붙는 방식이다. 한 번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와 달리 모든 팀이 여러 차례 실전을 경험할 수 있고, 모든 팀이 서로 다 붙는 풀리그보다 훨씬 적은 경기로 순위를 가릴 수 있다. 운보다 실력이 반영되는 방식이라 국제 AI 대회와 체스 대회에서 널리 쓰인다.

 

  여기서 본선에 오르는 팀은 16개다. 당초 12개 팀이었으나 운영진이 규모를 늘렸다. 예선 상위 12팀에 와일드카드 4팀을 더하는 방식으로, 와일드카드는 상위 12팀과 소속 대학이 겹치지 않는 팀 가운데 학교당 최대 1팀씩 뽑는다. 전국대회인 만큼 특정 대학이 본선을 독식하기보다 여러 대학이 무대에 서는 편이 대회 취지에 맞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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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팀은 지금 AI 파일럿 에이전트 설계 중

 

  참가팀들은 5월 공통교육 이후 시뮬레이터 환경에서 AI 파일럿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상황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는 행동트리(Behavior Tree)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요령을 익히는 강화학습을 적용해 비행·공중전 성능을 다듬는 단계다. 단순히 상대를 쫓아가는 수준을 넘어 회피할지, 다시 붙을지, 공격할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검증하고 있다.

 

  기술 교류는 공식 디스코드 채널에서 이뤄진다. 운영진과 개발사(리얼타임비쥬얼)가 직접 참여해 개발 환경 구축부터 규정 해석까지 실시간으로 답하고, 참가자들끼리 해결 사례를 공유한다. AI 알고리즘뿐 아니라 공중전 전술과 항공기의 비행 특성까지 함께 이해해야 하는 대회여서, 준비 과정 자체가 실제 개발 프로젝트에 가까운 경험이 되고 있다는 것이 운영진의 설명이다.

 

예선전, 이렇게 보세요

 

  예선은 8월 27~28일 이틀간 교내 강의동 대회장에서 열린다. 참가팀이 개발한 AI 모델을 동일한 환경에서 실행해 경기를 치르며, KAU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예선을 통과한 16개 팀은 9월 17일 교내 대강당에서 본선을 치른다. 4개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거친 뒤 8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본선 당일에는 임상민 겸임교수(방위사업청)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정소영 부장의 키노트 강연, 본선팀 포스터 세션, 방산·항공우주 기업 채용 상담 부스가 함께 운영된다.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팀에게는 상금 1,000만 원이 주어지며, 총상금은 2,500만 원 규모다.

 

  임 교수는 예선을 앞둔 전국 참가 학생들에 대해 “시뮬레이션 상에서 펼쳐지는 200초의 공중전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곧 등장할 ‘Physical AI 파일럿’의 첫걸음이자 기술적 출발점”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미래 대한민국 항공우주 및 국방 AI 분야를 이끌 핵심 리더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 대학 SW중심대학사업단이 주관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주항공청·방위사업청·대한민국 공군이 후원한다.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리얼타임비주얼, IT동아 등도 후원사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