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공유공간으로 창업한 튀는애들.하늘밑

  • 2019-04-10

  우버(Uber)로 대표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소비의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꿨다. ‘갖지 않고 빌려 쓰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난 것이다. 공유오피스, 공유주차장, 공유숙소, 공유자전거…. 공유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플랫폼만 있으면 누구나 공유경제에 뛰어들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말이다.
 

  한국항공대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이제 막 공유경제에 발을 내디뎠다. 교내 학생경력개발센터의 ‘학생창업자 사업화 지원 장학금’을 받은 스타트업 '튀는애들'의 조경모(기계공학 10) 학생과 스타트업 ‘하늘밑’의 고명섭(항공기시스템공학 13) 학생이 그들이다. 이들이 가진 사업 아이템의 공통점은 '공유공간.' 공간을 빌려주는 데서 출발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튀는애들’ : 튀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취미 공유공간




 '모두가 튀는 애들이 되는 세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스타트업 ‘튀는애들’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따끈따근한 스타트업이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마포구 서교동에 작년 12월 1호점을 차렸다. '영상으로 T90호'(http://www.t90ho.com)라는 이름의 1호점은 영상제작이 취미인 사람들을 위한 공유공간이다. 월 8만원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각종 스튜디오, 촬영장비를 제공받고 매달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 및 강연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 대학 조경모 학생이 대표로, 고재형(전자 및 항공전자공학 14) 학생이 커뮤니티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스카이하이 ‘튀는애들’이라는 단어가 참 튀는 거 같은데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조경모 대표 군대를 전역하고 난 후에 학교에 복학하지 않고 이런저런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이 저한테 “너 좀 튄다”라는 소리를 많이 했어요. 대학 친구들은 기계공학 전공이면서 뭐 새로운 걸 하려고 하느냐 그냥 복학해서 얼른 스펙 쌓고 취업해라 소리를 많이 했고요.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정해진 ‘그 길’을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튀는 사람으로 보였나 봐요. 그때 튀는 애들은 좀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해도 괜찮아”라는 말보다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남과 달리 튀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학습하고요. 학교는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갖가지 규정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제한하죠.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어요. 튀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죠. 이런 세계의 거대한 변화 속에 사는 청년으로서, 튀는 사람들을 모아서 대한민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습니다.

 

 

스카이하이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조경모 대표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삶의 만족도 부분에서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죠. 그 이유에 대해서 여가생활을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어요.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1위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2위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3위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피곤해서 라는 답이 이어졌어요.

사실 스타트업이 사업을 한다고 해서 당장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여유나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어드릴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들은 국가에서 정책으로 커버해야 하는 부분이죠. 그래도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정책들이 활성화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되고 있다고 보는데요. 스타트업으로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된 돈과 시간으로 취미를 선택할 때 최고의 선택지를 만들어드리는 일이다 싶더라고요.


스카이하이 학생으로서 창업을 하며 느끼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조경모 대표 아무래도 학생 신분과 스타트업 대표 신분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힘들어요. 요즘처럼 남들도 다 노력하는 세상에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하려면 하나에 집중해야 돼요. 저는 그 중에서 학생의 역할을 포기했어요. 워낙 전공 공부랑 맞지 않아서 원래부터 학점이 낮았거든요. 그래서 3학점 남겨두고 계속 휴학 상태네요. 10학번이 아직 졸업을 안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여러분, 저처럼 되지 마세요(웃음).” 


 

스카이하이 사업은 자본이 중요하잖아요. 혹시 사업비 조달은 어디서 하시나요?

조경모 대표 2018년에 정부지원사업으로 사업비 대부분을 마련했어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서울창업허브 등에서 하는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 주변에 사업하시는 대표님께 투자도 조금 받았어요.
 

스카이하이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사업을 꾸려나가려면 직원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어요.

조경모 대표 튀는애들은 저를 포함해서 총 세 명이 일하고 있어요. 저는 전반적인 사업전략과 회계,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요. 커뮤니티 디렉터인 고재형 디렉터는 고객들의 오프라인 경험을 담당해요. 신규고객 상담부터 기본적인 공간 관리, 커뮤니티 행사 기획까지 책임지고 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김수린 디자이너는 브랜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디자인 작업을 맡고 있어요. 특히 실내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1호점을 만들 때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어요.” 


스카이하이
 튀는애들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조경모 대표 올해는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가 더욱 부각되는 한해가 될 거예요. 그에 맞춰서 저희도 로컬기획자로서 저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에요. 동시에 1호점을 안정시켜서 캐시 카우(Cash Cow)를 만들 생각이고, 연말에는 회원들을 위한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하려고 해요.

스카이하이 창업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경모 대표 친한 후배들한테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화전에서 벗어나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라”구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일이 있고 대단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한살이라도 어릴 때 경험하면 성장 속도가 엄청날 거예요. 대학 생활도 좋지만 작게는 대외활동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자기가 주도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나 캠페인을 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요즘은 각종 지원사업이나 공모전, 크라우드펀딩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와 의지, 멋진 팀원들만 있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세상이에요.”

 

 

‘하늘밑’ : 옥탑방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벤트 공유공간




  서울역 인근의 오래된 옥탑방이 세련된 이벤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것도 남산이 한눈에 다 보이는 ‘루프탑 파티룸’으로. 이곳을 빌리면 프로포즈 등 이벤트를 직접 기획해서 영상으로 담아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스페이스클라우드, 아워플레이스, 필름메이커스, 쉐어피플 등 다양한 공유공간 플랫폼에서 '하늘밑'으로 검색하면 손쉽게 대여 가능하다. 대표를 맡은 고명섭(항공기시스템공학 13) 학생과 이승훈(전자 및 항공전자공학 12), 최원균(물류 15), 김남준(소프트웨어학과 14) 학생이 함께 꾸려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스카이하이 정말 뷰가 좋은 옥탑방이네요. 여기 앉아 있으니 정말 하늘 밑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혹시 하늘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가요?

고명섭 대표 ‘하늘 아래 있다’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웃음). 여름에 구름이 가득 껴있는 하늘을 보면 정말 이 공간이 ‘하늘 바로 아래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하늘 밑에서 만나자는 의미로 ‘Meet’를 넣어서 좀 더 다채로운 의미를 갖게 했어요.
 

스카이하이 정말 멋지네요! 하늘밑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고명섭 대표 이 공간은 원래 창업동아리 ‘튀는애들’의 동아리방이었어요. ‘우리끼리 지낼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격이 싼 옥탑방에 방을 구했는데, 돈이 없는 학생들이라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시작했던 작은 사업이었어요. 당시엔 제대로 된 사업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죠.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사업이 달라지면서 흩어지게 되자, 이 공간에 정이 많았던 제가 제대로 된 사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무작정 시작한 건 아니고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선택한 휴학 생활 동안 다른 공간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도전한 거에요. 




스카이하이 창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거 같아요. 학생으로서 창업을 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고명섭 대표 장점은 제 생각을 실현해볼 수 있다는 것, 어린 나이에 크고 작은 실패를 겪으면서 보통의 대학생이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평범한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의 몇 십 배의 행복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요. 단점은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 많은 시간을 사업에 쏟다 보니 여자친구와 자주 다툰다는 점인 것 같아요(웃음).”
 

스카이하이 정말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죠(웃음). 사업비는 어떻게 모으셨는지 궁금해요.

고명섭 대표 공모전에 나가고, 학교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교수님에게 조금 빌리고,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모두 갚은 상태입니다(웃음). 

스카이하이 정말 고생하셨어요. 혹시 올해의 계획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고명섭 대표 ‘MEET’이라는 컨셉으로 4개의 공간을 더 만드는 것과  개인 홈페이지 운영 및 서비스 플랫폼 확장, 문화체험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스카이하이
 마지막으로 먼저 창업을 하신 선배로써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고명섭 대표 제가 누구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은 아니어서 제 경험을 토대로 느낀 것만 말씀드릴게요. 머릿속에만 사업 아이디어를 가두어 두지 마세요. 그러면 ‘안 되는 이유’가 많아져서 결국 포기하고 사라지더라고요. 그냥 한 번은 멍청하게 부딪혀서 실패든 성공이든 끝을 봤던 경험이 앞으로 나아갈 디딤돌이 되어줘요. 후배님들, 작은 것부터 하셔도 됩니다. 꼭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취재기자 / 조재형
사진기자 / 이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