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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상 수상한 박만호 동문(항공재료 91)

  • 2020-01-10


 박만호 동문(항공재료공학과 91)이 최근 ‘IR52 장영실상(Industrial Research 52)’을 수상했다. 이 상은 국내 기업의 주요 연구개발 실적 중 기술성과 사업성이 뛰어난 기술을 일 년 52주 동안 매주 1건씩 선정하여 주는 상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해 수여하고 있다. 박만호 동문은 반도체 공정장비용 고청정 금속필터를 개발해 2019년 50주차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스카이하이가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카이하이: 안녕하세요. 박만호 동문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만호 : 안녕하세요. 항공재료공학과 91학번 박만호입니다. 모교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친 후 금속 신소재 관련 벤처기업인 화이버텍과 고려아연 그룹의 알란텀에서 근무하면서 20여 년간 금속 소재를 연구개발 했습니다. 2014년 항공재료공학과 송요승 교수님께 박사학위를 받은 후 (주)아스플로의 연구소장으로 근무 중 입니다.

스카이하이 : 현재 재직 중이신 ‘아스플로’는 어떤 회사인가요.

박만호 : ‘ASFLOW(Aerospace & Semiconductor Flow)’는 사명에 나와 있듯이 항공 산업 및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근래에는 반도체 공정이나 장비에 사용되는 고순도 가스용 금속 튜브, 밸브, 금속분말 소결 필터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독일에 지사 및 대리점, 베트남에 가공부품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토종 한국기업입니다.

스카이하이 : 이번에 개발하여 장영실상을 수상한 ‘반도체 공정 장비용 고청정 금속필터’란 어떤 제품인가요?

박만호 : 작년 7월 일본 수출규제 당시 언론에서 “순도 99.999%의 고순도 가스”라는 말을 자주 들어보셨을 거예요. 반도체 공정은 매우 정밀해서 이물질이 전혀 없는 가스나 물질을 사용하지만, 만에 하나 반도체 생산 장비에 이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하는 부품이 필터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검증이 안 된 제품은 상업성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부품입니다.

이번에 상을 수상한 제품은 수 ㎛ 크기와 수십 ㎛ 크기의 금속분말로 2층 구조의 필터층을 만들어 공기는 잘 통하면서 수 ㎚ 크기 (1㎚ = 10-9m) 입자까지 99.99999% 이상 걸러지게 만든 제품입니다. 금속분말을 이용한 다층 구조 필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업화에 성공한 기술인데, 국내특허를 획득하고 PCT 검토 후 미국에 특허 출원을 했습니다. 그동안은 미국 및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값비싼 제품을 국산화하면서 수백억원대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고, 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전자분야 특수 필터 시장에 뛰어들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한 셈입니다.

스카이하이 : 이번 수상은 동문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박만호 : 개인적으로는 2011년에 장영실상을 한번 수상한 적이 있고, 이번이 두 번째 수상입니다. 한번 받기도 어렵다는 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대단하다고 하는데, 저도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졸업 후 20년 동안 가장 재밌고 가장 잘 하는 일로 한 우물을 판 결과 상을 수상한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은 제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상이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상이었다면, 이 상은 제가 연구책임자로서 받은 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으로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해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필터 하면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스카이하이 : 반도체 산업이 2018년 대비 불황입니다. 곧 회복될 거라는 평가도 있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이런 전망과 관련하여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또 장차 반도체 분야로 진출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박만호 동문 : 제가 일하는 분야는 정확한 의미에서 반도체라기보다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부품소재 분야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반도체 산업은 광범위한 부품소재로 구성되는 장치산업입니다. 저보다 훨씬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감히 제 의견을 드린다면, 대부분의 산업이 ‘싸이클’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2017~2018년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누렸다면, 2019년 조정기를 거쳤고, 이제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는 턴어라운드 시점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5G 통신, 데이터 센터의 교체 및 확장, AI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본격화 등의 화두를 바탕으로 많은 메모리칩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2020년부터 다시 상승무드를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소재를 개발하면서 대학 때 전공과목에서 배웠던 기초 지식을 활용해왔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지금 배우는 지식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을 가졌었지만, 결국 그 지식이 지금의 제품을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전공과목에 대한 지식을 잘 쌓고, 반도체 관련 최신 기술에 대한 지식을 논문이나 전문서적으로 축적한다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스카이하이 : 연구원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어떤 때 힘들고 어떤 때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박만호 동문 :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공대를 선택했고, 석사과정에 진학하며 ‘연구개발’이라는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연구원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입사한지 4∼5년 지났을 때로 기억됩니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쌓는 게 목적이었으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걸 해보며 기술을 배웠는데, 기업은 주어진 시간과 예산 안에서 최단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해 나가며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는 데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아요.

그 어려움을 극복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잠자면서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토론과 실험을 하다 보면 밤을 샐 때도 많았습니다. 10여 년 전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용 필터를 개발할 당시에는 매주 대구, 대전, 서울을 돌면서 시제품 개발과 평가를 하고, 한 달 걸러 한 번씩 중국과 미국 등지로 출장을 다녔었습니다. 활동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지요.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금속 다공체(Porous Metal)’라는 좀 유별난 소재의 매력에 빠져들어 20여 년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이 분야에선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히는 영광도 맛보고 있습니다.

스카이하이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려요.

박만호 동문 : IMF 당시에 석사 학위를 마치면서 가뜩이나 어렵다는 직장생활을 아주 어렵게 시작했었습니다.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오가며 20여 년을 지내고 보니 제 나름의 철학이 생겼습니다.

대기업은 회사마다 독특한 조직문화가 있고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스킬 등을 배우기 좋은 직장입니다. 반면, 중소기업 혹은 중견기업은 승진이 빠르고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좋은 직장입니다. 

어디를 가든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평생 기술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특히 공대 중심인 우리 학교의 특성상, 평생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중 어느 직장이 좋은 직장이냐 보다는 그곳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력은 결국 보상을 받게 마련이며, 어떤 어려움이 앞에 놓이게 되더라도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아직 학생이기에 결과보다는 과정도 즐기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지혜와 지혜의 원천이 될 체력도 함께 키워 보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