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국내 최초 여성 기장, 홍수인 동문(항공통신정보91)

  • 2019-07-22



 2008년 11월, 국내 민간항공 60년 역사상 첫 여성 기장이 탄생했다. 대한항공 보잉 737 항공기의 기장이 된 홍수인 동문(항공통신정보공학과 91)이었다.
  홍수인 동문이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항공운항학과에서 여학생을 뽑지 않았다. 그는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한국항공대학교 항공통신정보공학과에 입학해 꿈을 키웠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끝까지 꿈을 잊지 않았다. 마침내 대한항공 조종 훈련생이 되어 ‘대한민국 첫 여성 민항기 기장’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제는 23년차 베테랑 조종사가 된 그는 조종사를 꿈꾸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홍수인 동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솔직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다.

스카이하이 안녕하세요, 홍수인 동문님. 동문님이 파일럿이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홍수인 어릴 적부터 하늘을 동경하고 좋아했어요.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직업이 조종사인 것 같아 막연하게 조종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터무니없는 꿈이었어요. 당시에는 민간항공사에 여성 조종사가 없었고, 조종사가 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었거든요. 하지만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맞았어요. 계속해서 원하니 길이 생겨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스카이하이 직업으로의 파일럿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홍수인 모든 직업에는 다 장·단점이 있어요. 그러나 제가 조종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직업으로서 가진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에요.
조종사만큼 세계 곳곳을 다닐 수 있는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전 세계를 다니며 여러 문화를 경험하고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건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는 여행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인데, 우리 직업은 일과 함께 그런 것들을 해볼 기회가 많아요. 나만 좀 더 부지런하고 호기심이 있다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단점은 비행이 많을 때는 계속해서 시차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오래 비행을 해도 시차는 익숙해지지 않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힘들고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 직업의 최대 단점은 바로 그런 시차와의 전쟁인 것 같아요. 


스카이하이 아직까지 남성 조종사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꿈을 이뤄가면서 혹은 입사 후에 성차별을 느끼신 적이 있을까요?
홍수인 ‘성차별’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었어요. 여성이 한 명도 없던 입사 초기에는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는데, 요즘은 회사 내에 여성 조종사 수가 많이 늘어나고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에도 많은 여성 조종사가 있어서 그런 지나친 관심들은 많이 없어졌어요. ‘여자가 기장이 될 수 있겠어?’라는 걱정과 우려도 이제는 더 이상 없는 듯해요. 올해가 대한항공 50주년인데 제가 벌써 23년차이니 대한항공 역사의 반 정도를 함께 한 셈이고, 이제 서서히 그런 편견들은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카이하이 결혼이나 육아 문제도 있었을 텐데 이로 인해 힘든 점은 없었나요?
홍수인 제 경우에는 남편도 같이 비행을 하고 있어서 제 일의 많은 부분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줘요. 그러나 육아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열 살이 된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데 아직도 매일이 전쟁 같아요.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으니 그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에 같이 있을 수 없다는 미안함이나 제대로 챙겨줄 수 없을 때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육아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딸에게 “엄마 일 그만하고 늘 같이 있을까?”하고 물어볼 때마다 “아니”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엄마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없을 때도 제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 지내고 있다는 믿음이 있고요. 남편과 아이로부터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일하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스카이하이 비행이 없는 날은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조종사들만의 특별한 취미가 있을까요?
홍수인 우선 몸 건강이 중요한 직업이니까, 다들 자신에게 맞는 운동들은 하나씩 다 하는 것 같고, 그 밖에도 다양한 취미생활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결혼 전까지는 도자기 굽기, 그림 그리기, 요가, 골프 등의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육아”라고 대답해요. 집에 있는 시간에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고 시간 날 때마다 아이와 어디든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스카이하이 파일럿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홍수인 요즘 조종사가 되고자 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졌다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예요. 이제는 조종사가 되는 데 있어서 여성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단지 조종사라는 직업 자체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은 가치 있고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매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스카이하이 혹시 앞으로 또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홍수인 조종사들의 꿈은 모두 같아요. 비행을 마치는 그 날까지 아무런 사고나 문제없이 안전하게 비행하는 거요. 기회가 된다면 공부를 좀 더 해서 비행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강단에서 제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해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