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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중 교수의 ‘김수영과 하이데거 - 김수영 문학의 존재론적 해명’

  • 2007-06-28



시인 김수영( 1921~1968 )의 작품 중에서도 대표적인 난해 구절이었던 「병풍」 (1956)의 마지막 부분에 대해, ‘육칠옹해사’는 바로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Heideg ger·1889~1976)를 지칭하는 암호와도 같은 단어였다고 분석한 국문학자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바로 최근 단행본 김수영과 하이데거- 김수영 문학의 존재론적 해명  (민음사)를 출판한 한국항공대학교 교양학부의 김유중 교수이다.

‘육칠옹해사’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60~70 정도 나이로 바닷가에 숨어 사는 선비’ ‘병풍에 찍힌 도장에 새겨진 인명’ 정도였다. 김유중 교수는 이에 대해 ▲「병풍」의 내용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타난 죽음에 관한 논의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병풍」이 쓰여진 1956년은 하이데거가 정확히 67세가 되는 해이며 ▲하이데거의 중국어 표기가 ‘해덕격(海德格·hai de ge)’인데 셰익스피어를 ‘사옹(沙翁)’, 톨스토이를 ‘두옹(杜翁)’이라고 지칭했던 관례에 비춰볼 때 김수영이 하이데거를 ‘해사(海士)’로 표현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유중 교수는 나아가 김수영의 문학사상이 하이데거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일상적인 삶의 세계가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반박하고 인간 현존재를 ‘죽음을 향한 존재’로 규정하고,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므로 인간은 항상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현재의 스스로의 삶을 끊임없이 반성하며 삶의 매 순간을 소홀히 보낼 수 없게 된다고 했는데, 이런 하이데거 죽음론(論)의 핵심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시가 바로 「병풍」이라는 설명이다.

자칫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우리 현대 문학 연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있던 존재론적인 접근 방식을 새롭게 모색하고 활성화하여, 정당하게 자리매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던 김 교수의 의지를 잘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몇 해 동안 하이데거 존재 사유의 문제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존재 시론 전반으로 내 자신의 관심의 폭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국문과 주변의 현대시 분야 연구에서 이러한 존재론적 관점에서의 연구 노력이 특히 취약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앞으로 이 방면의 연구를 꾸준히 진척시켜, 한 편의 완성된 존재 시론서를 집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보기도 한다.”라고 밝힌 책의 서문에서와 같이, 김 교수의 학문적 도전과 노력이 큰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