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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법 선구자, 박원화교수

  • 2009-09-23

우리대학 박원화교수의 우주.항공법과 관련된 중앙SUNDAY 인터뷰기사를 소개합니다.

-다음은 중앙SUNDAY 인터뷰 내용- 

 


 

 한반도에서 지난 4월 5일 대포동-2 장거리 미사일이, 지난달 25일엔 우주발사체 나로 1호가 발사됐다. 11일에는 일본이 운반 중량이 나로 1호(100㎏)의 190배인 로켓 H2B 발사에 성공했다. 다음 달 12~25일에는 세계 60여 개국 3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우주대회(IAC)가 대전에서 열린다. 이런 배경에서 많은 우리 국민이 ‘미사일 박사’ ‘우주 박사’가 됐지만 우주법이라는 국제법 분야는 생소하다.
 

 지난달 한국항공대 박원화(59) 교수가 19년 만에 『우주법』『항공법』 개정판을 냈다. 그는 30여 년 외교관 생활을 뒤로 하고 올해 3월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1990년 『우주법』과 『항공법』을 펴낸 이 분야 국내 선구자이자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고려대, 프랑스 국제행정학원, 캐나다 맥길대에서 공부한 박 교수는 외교관으로선 국제기구 과장, 주 남아프리카공화국·스위스 대사를 거쳤다. 국제통신위성기구(INTELSAT) 법률전문가로 연속 피선되기도 했다. 11일 한국항공대에 있는 박 교수의 연구실에서 우주항공산업에 도전하는 우리의 숙제와 외교관 생활이 남긴 교훈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우주법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국가 주권이 미치지 않은 곳은 공해와 심해저, 남극대륙, 우주다. 주권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할 수 있는 우주 공간에서 법적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외기권조약’(1967), ‘구
조 협정’(68)’, ‘책임 협약’(72), ‘등록 협약’(75), ‘ITU 헌장과 무선 규칙’ 등으로 구성되는 우주법이다.”

-어떤 경쟁이 벌어지고 있나.

“인공통신위성 덕분에 지상의 모든 현상과 지하자원을 파악하는 원격탐사, 위성 방송 송·수신, 전 세계 대상 통신과 데이터 송·수신, 기상 관측을 통한 자연 재해 예방 등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온도 상승을 탐지해 말라리아 예방에 필요한 모기장을 공급해 사망자를 대폭 줄인 사례도 있다. 지구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없이는 운전할 수 없는 분도 많을 것이다. 일상 생활과도 밀접한 일기예보나 GPS를 규율하는 것은 우주법이다. 그런데 인공위성의 궤도와 위성 운영에 필요한 무선 주파수는 한정돼 있다. 궤도와 주파수 확보를 위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라는 유엔전문기구의 각종 회의에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러시아·중국 간 우주 경쟁, 특히 군사 경쟁은?
“소련이 1957년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이래 우주개발은 미·소 간 냉전 구도하에 전개됐다. 대외적으로는 서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표방했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의 기술이 허용하는 한 방해받지 않고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한다는 내부 목표가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편 상공에 군사·첩보 용도의 인공위성을 설치했으며 구체적 내용은 서로 비밀로 하고 있다. 2007년에는 중국이 인공위성 요격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못 쓰게 된 인공위성을 미사일 발사로 파괴시킨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도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인공위성 발사체 능력은 러시아가 적은 돈을 투입하고도 미국에 약 5년 앞서고 있다. 인공위성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은 미국이 앞서 있으나 미국의 우주산업 전개는 불투명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위원회를 조직, 우주 탐사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부정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미국의 우주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내에서 박사급 이상 우주법 전문가는 몇 명이나 되는가.
“열 명 이하다. 우주법 관련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30~40명은 돼야 한다.”
 

-국내에서 우주법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우주대학원 설립 아이디어가 몇 년 전 나왔으나 실천이 안 되고 있다. 사법고시에서 국제법이 필수가 아닌 것도 우주법을 비롯한 국제법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70% 이상이다. 국제사회를 알아야 하지만 그 확실한 기반이 되는 국제법에 관심이 없다. 국제 거래로 먹고사는 한국이 국제법의 분야인 국제거래법·항공법·우주법·군축법·인권법에 무관심하다.”
 

-국제법을 몰라서 본 손해는 어떤 게 있나.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 항공운송편이 제6장으로 추가되는 데 대응이 잘못됐다. 국제항공법을 본떠 넣으려고 하는 것인데 죽은 조약을 인용하며 우리나라에 손해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야별로 전문가 층이 두텁지 않아 이런 일이 빚어진다.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하고 실수하고도 우리나라 대표들이 입 다물고 보고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아직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30여 년 외교관 생활이 준 교훈으로는.
“선진국의 특성은 전문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 전문성이 미흡하다. 전문성 없이 나라가 온전하게 발전하기 힘들다. 현상 유지만 하다가는 추월당한다. 여러 학문 분야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국제 세미나에서 망신을 당하건 말건 국민과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 눈 부시게 발전한 한국이지만 사고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라 아쉽다.”
 

-구체적인 사례는.
“매년 국제 회의 1만 개가 개최된다. 한국인이 두각을 내는 분야가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극히 드물다. 2009년 재정기획부는 국제기구에 분담금으로 2.17억 달러 냈으나 국제기구에 취업한 인원은 323 명에 불과하다. 우리가 당연히 챙겨야 할 몫도 못 채우고 있다.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면 전문성과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중 하나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 드물다. 국내에서 싸우지 말고 전문성을 확보해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 


-나로 1호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중 어떤 쪽에 가까운가.

“성공으로 봐야 한다. 우리의 조급증을 극복해야 한다. 우주 물체가 아닌 항공기도 개발이 힘들다. 500명을 태울 수 있는 A380 항공기는 에어버스가 15년 전 개발을 시작해 200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 출시된 것은 2007년이다. 우주 산업의 거대 프로젝트에는 점검과 확인에 막대한 시간이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 시행착오가 필요한 우주 산업을 일본·중국·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어떤가. 
“유럽의 경우는 문화의 동질성 덕분에 신뢰가 있다. 아시아는 이질적이다. 한·중·일 간의 역사적 불신 때문에 우주 산업을 독자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에게 덜 불안하다. 그러나 우리는 수출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진하며 수많은 덤핑 제소를 당했다. 기본 지식을 몰라 바보처럼 당하기도 했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미국과 협력하더라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선 일정한 규모로 우주 산업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
 

-인류가 사실은 달에 못 갔다는 근거로 수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달에 갔다. 달 착륙 과정을 69년 수억 명이 시청했다. 달 착륙이 거짓말이라면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우주법』 1판과 2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을 소개하고 우주법의 다른 분야와는 달리 계속 발전하고 있는 우주통신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ITU 규율을 중심으로 최근 현황을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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