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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항공우주공학과 신임교수에 임용된 조성민 동문(항공우주공학 전공 10)

  • 2023-08-01


 

바야흐로 우주 시대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고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에 뛰어드는 등 국내 우주생태계는 지금 폭발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다.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뉴스에 나오는 위성이며 로켓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그런 요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우리 대학 조성민 동문(항공우주공학 전공 10)이 지난 7월 5일자로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신임교수에 임용됐다는 소식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학기 수업을 기다리고 있을 조성민 동문을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Q.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재직 중인 조성민입니다. 먼저 모교와 인터뷰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스럽고 감사합니다. 저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KAIST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학했습니다. 이후에는 KAIST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올해 7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분야는 차세대 유인 우주선 설계에 필요한 고온 플라즈마 관련 연구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야인가요. 

A. 제 주된 연구 분야는 우주선이 각 행성 대기로 진입할 때 그 주변에 나타나는 고온 플라즈마와 관련된 물리적 현상입니다. 우주선은 대기로 진입할 때 굉장히 빠른 속도-소리의 속도보다 약 5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 상태-로 들어옵니다. 이러한 조건에선 우주선 주위에 강한 충격파가 형성됩니다. 지구 고고도에 있는 차가운 대기가 이 충격파를 통과하면 우주선이 갖고 있던 운동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전환되고, 종래에는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우주선 표면을 수천도 단위로 가열하게 됩니다. 제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에너지의 전환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석 모델과 고성능 컴퓨팅 기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우주선의 표면 가열량을 예측해 우주선 설계에 응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주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막대한 가열량을 버텨내지 못하면 계획된 우주탐사 미션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주선, 우주탐사, 극초음속 같은 키워드는 아직까진 우리에게 도전적이고 미래적인 말로 느껴지는데요, 앞으로 우주탐사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우주광물 채취, 수송, 우주택시 같은 산업이 활발해지면 ‘극초음속 대기 재진입’ 이라는 연구분야도 더 이상 국가 단위의 우주탐사나 군사 목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의미를 크게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비용 최소화나 시스템 최적 설계와 연결되니까요. 저는 이런 부분들도 점진적으로 연계해가며 연구분야를 확장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이 해당 분야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한국항공대에서의 학부 과정 중에 <압축성 유동>이란 교과목을 수강했는데, 일반적으로 고체나 액체가 갖기 어려운 ‘압축성’이라는 성질을 기체가 갖는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유동이 가속되면 물체의 형상에 따라서 그 압축성에 대한 효과가 충격파 혹은 팽창파로 달리 나타난다는 점도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요. 관련 내용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운 좋게 그 분야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주어졌고, 그걸 계기로 현재까지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당시가 마침 한국에서 초고속 무기체계 및 우주탐사 설계에 대한 기초 연구가 활발히 시작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Q.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분야는 실험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시나요?

A. 대형 지상시험 장비나 실제 비행 시험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시험 데이터의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시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분자 스케일의 충돌 동역학 계산과 같이 굉장히 정밀한 전산 모델링 기법을 활용해서 지상시험 장비에선 얻을 수 없는 미시적 화학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얻어낸 미시적 스케일의 데이터를 거시적 스케일의 우주선 주위 플라즈마 유동을 해석하거나 우주선 표면에 도달하는 가열량을 예측하고 주위 유동 내부의 물리현상을 규명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우주선진국인 미국의 일리노이 주립대에서의 경험은 교수님의 연구에 어떤 자극을 주었나요?

A. 제가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는 극초음속 연구센터 (Center for Hypersonics and Entry Systems Studies, CHESS)가 있었는데 저는 그곳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해당 연구센터에는 항공우주공학 전공 연구자뿐만 아니라 화학·재료·기계·물리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와 연구원이 모여 극초음속 비행체 주위에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연구자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업하며 더 큰 규모의 연구를 함께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공자가 모인 만큼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도 한 연구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대학, 산업체, 연구소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각자의 전공분야에 매이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서 대형 행성탐사나 관련 무기체계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연구에 참여하고 싶은 미래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A. 저희 ‘Applied Aerothermodynamics Group(응용 공기열역학 그룹)’은 행성 대기 진입 시 나타나는 극초음속 환경이나, 다양한 산업의 고온 기체·플라즈마 환경에서 발견되는 다물리 연계 현상(예: 유체-고체-열전달-전자기파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해당 현상들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전산 해석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 해석 모델이 갖는 불확실성이 실제 시스템 설계상에서 어떻게 전파되어, 목표 설계 인자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정량화(Uncertainty Quantification) 연구도 수행합니다. 이들 연구는 우주탐사·국방·반도체·고온재료 등에 대한 시스템 설계 및 해석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졸업 후 진로를 설계해볼 수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선 관련 연구를 함께 수행할 석·박사 연구원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학부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사전에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주탐사나 국방기술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유체역학에 대한 기초지식만 있다면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단, 앞서 설명한 연구 분야와 내용이 너무 광범위해서 한 사람이 모든 연구를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연구실 안에서도 각 구성원이 힘을 합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시스템 통합적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한편, 국내·외 타 기관·대학의 다양한 연구자와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더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한국항공대에서의 학부 시절 경험은 교수님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A. 한국항공대 학부생으로 수학했던 기간은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공학도와 연구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두 가지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첫 번째는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님들과 제 주변의 학부생 선후배들이 늘 열정이 넘쳤던 것입니다. 교수님들이 해주신 열정적인 강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전공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항공대에는 학부생들이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주도적·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강의가 많았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제가 협업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캠퍼스 인근 덕양중학교 학생들에게 방과 후 학습지도를 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억입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과 지식을 나누고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고 훗날 교육자로서의 꿈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한국항공대 교수님 및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려요. 

A. 한국항공대에서의 학부 시절은 늘 다음 학기가 더 기대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이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교수님들이 해주신 열정적인 강의나 선후배들과 함께 밤새우며 공부한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늘 모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인터뷰를 빌려 지면으로나마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항공대 출신은 산업계, 학계에서 매우 좋은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길을 개척해주신 선배님, 그리고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는 후배님 덕분입니다. 저도 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연구를 열심히 수행해나가고자 합니다. 선후배님들의 행보를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