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국내 대학 최초의 공군 학군단(ROTC)으로 창설된 학군단은 우리 대학만의 자랑이다. 지난 53년간 3천 명이 넘는 공군 장교를 양성한 우리 대학 학군단은 장성급 장교까지 연이어 배출하며 더욱 주목받았다. 한효우 동문(항공운항학과 73/공군 학군 4기)이 첫 번째, 김구회 동문(항공운항학과 88/공군 학군 19기)이 두 번째로 별을 달았다. 올해 초 공군 준장으로 전역한 김구회 동문을 서면으로 만나 그가 걸어온 군인으로서의 길에 대해 들었다.
Q. 안녕하세요. 김구회 장군님. 이 기사를 보실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1988학번으로 입학해 1992년도에 졸업한 후 공군 ROTC 19기로 임관한 김구회입니다.
야전부대로는 김해와 성남의 비행단에서 C-130 수송기 동승 조종사*로 근무했고, 정책부서로는 공군본부(기획관리참모부 방위사업협력과장), 합동참모본부**(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2처장 등), 방위사업청(항공기사업부)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올해 초에 공군 준장(장군으로 불리는 장성급 장교)으로으로 전역했습니다.
*동승 조종사 : 교육, 훈련, 평가를 위해 다른 조종사와 같이 비행하는 조종사.
**합동참모본부 : 육‧해‧공군의 작전부대(전투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국군의 최고 군령 기관.
제가 군 생활 동안 주로 수행한 것은 ‘전략증강’ 업무 전반에 대한 임무입니다. 우리 군이 선진 정예 강군이 되려면 병력의 ‘정예화 훈련’과 더불어 이들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수한 성능의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전력증강’이 필요합니다. 우리 군의 전력증강 프로세스는 각 군 본부와 합참이 미래 위협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전력구조와 무기체계를 결정하면, 방위사업청이 해당 무기체계를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획득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여러분도 각종 언론을 통해서 F-35, KF-21 같은 전투기나 군 정찰위성, 미사일, 잠수함 등이 도입되었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그런 무기체계를 갖추는 임무가 바로 전력증강 임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공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학군장교 출신으로서 별을 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장군님은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기셨나요.
A. 초급 장교 시절에는 아무래도 사관학교 출신이 대학생활과 군사교육을 병행하는 학군장교 출신에 비해 군에 대한 목표가 높고 지식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학군장교는 의무복무만 하고 전역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실제로 전역률이 높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보직이나 진급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학군장교들은 좀 더 넓은 시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비행, 정비, 관제 등 현행작전을 주로 수행하는 야전부대와 달리, 미래를 예측하고 기획해야 하는 정책부서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기획력을 필요로 하지요.
저 역시 군의 현행작전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부서에서 전력증강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은 게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고 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여 누구나가 아닌 나만이 가진 경쟁력을 만드는 것, 즉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처음 학군단에 지원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현재의 후배들에게도 학군단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A. 지금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당시에는 조종사가 되려면 대부분 공군사관학교나 학군단에서 조종장교로 임관해야 했어요. 그래서 학군단에 가게 되었지요.
그러나 학군단은 조종사를 선발하는 곳이 아니라 장교 후보생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조종사가 되는 단계로만 선택하면 딜레마에 빠져서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학군단을 통해 장교로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역량과 통솔력을 키우고 전역 후에도 다양한 동기 및 선‧후배와 강한 유대감을 이어간다면 사회에서 여러분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짧은 군 생활이 이후의 긴 인생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는 거지요.
혹은 군에서 계속 복무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군에서도 출신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여 인사나 진급을 합니다. 공군 학군단 출신도 조종뿐만 아니라 정비, 공병,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대령으로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Q. 공군 복무 후에 민항 조종사가 되는 길을 선택하실 수도 있었는데, 군 조종사로 남으신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A. 저는 비행훈련 중 수송기 동승 조종사로 분류되어 민항 조종사로의 이동에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후배들이 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특히 최상위 군령부대인 합참에서 육‧해‧공군이 같이 근무하면서 우리 군의 전력증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정책부대인 공군본부, 합참, 국방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군에 대한 전반적인 시야도 넓어졌고요.
Q. 어떤 사람이 민항 조종사보다 군 조종사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A. 학군 조종장교는 13년간 의무복무를 합니다. 비행만 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 민항 조종사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군 조종사는 비행뿐만 아니라 군의 장교로서 리더의 자질과 능력, 장차 우리 군을 이끌어갈 비전과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비행보다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Q. 군 생활 중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전력증강 업무를 하면서 계획했던 핵심무기체계가 우여곡절 끝에 도입되었을 때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F-35 전투기, KC-330 급유기가 국내에 첫 착륙을 했을 때나, 미래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될 KF-21이 최초로 비행하는 모습을 봤을 때가 아직 생생합니다. 한국군의 군사력 건설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어요.
Q. 군인이라는 직업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무엇일까요. 가족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직업일까요.
A. 군인에게는 국가관과 사명감,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군인은 ‘국가의 자식이고 남편이고 부모’일 수밖에 없거든요. 군인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잦은 이사, 열악한 교육환경 같은 가족들의 남다른 내조와 희생이 필요해요. 직업군인은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있다면 권하고 싶지만,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봐요.
Q. 앞으로 장군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은 공군본부에서 항공력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공군과 우리 군의 미래 군사력 건설을 위한 것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곳에서 함께 할 계획입니다.
지금 우리 군은 ‘국방혁신 4.0’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무인체계를 결합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전 영역에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군도 양산을 앞둔 KF-21 전투기를 활용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와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산학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기사를 읽는 다른 동문님들, 선후배들, 교직원들,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우주항공은 항상 우리들을 가슴 설레게 하는 단어입니다. 우주항공이 가진 군사적, 비군사적 영역과 가치도 무한합니다. 우리나라가 우주항공 강국으로 가려면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주항공 인재 양성의 요람인 한국항공대학교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서 미래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우주강국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