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우주는 해볼 만한 도전이다”, 스마트드론공학과 윤지중 교수

  • 2024-07-24

스마트드론공학과 윤지중 교수 1
 

스마트드론공학과 윤지중 교수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 OOV-Cube가 이달 극적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16일 새벽 1시 첫 교신을 한 후 현재 우주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 중이다.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TU Berlin)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이미 6개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경험이 있는 윤지중 교수지만, 이번 발사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우리 대학에서의 첫 위성 발사인 데다, OOV-Cube의 성공을 기점으로 TU Berlin과 우리 대학 간의 우주 분야 공동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윤지중 교수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몇 개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우주 분야에 대해 실용적인(Practical) 접근을 중시한다”고 설명한 그는, 이론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위성을 실제로 개발, 발사, 운용하는 실제적인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위성, 특히 군집위성 개발의 전 과정을 경험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할 계획이다. 윤지중 교수가 그리는 분산형 우주시스템 연구실(Octolab)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스마트드론공학과 윤지중 교수 2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반갑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실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지난해 한국항공대로 온 스마트드론공학과 윤지중 교수입니다. 저는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왔다가 다시 독일로 가서 TU Berlin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주 분야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관련 교육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려 제게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이 없었던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된 거였어요. 학위를 취득하고 TU Berlin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위성 시스템을 연구개발 했는데, 큐브 위성, 나노 위성, 마이크로 위성까지 소형 위성의 모든 클래스를 연구개발 하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관련해서 2개의 스핀오프 회사-국제우주공학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beSpace’와 소형 위성을 제작하는 ‘Rapid Cubes’-도 설립했고요. 

 

Q. 20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아직 우주산업을 위한 교육이나 연구 환경이 충분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주 분야 연구개발 현황에 있어 우리나라와 유럽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요. 

 

A.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우주 분야에 대해 실용적(Practical)으로 접근합니다. 계속해서 위성을 만들고 우주로 보내서 경험을 쌓지요. 반면에 한국은 실제로 위성을 발사하는 기회가 다소 부족해서 관련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에요. 하지만 이론 연구는 그리 늦지 않았고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어요. 

 

특히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필요한 우주기술 상용화나 서비스 제공의 측면에선 유럽과 5~10년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은 특히 정보통신기술이 크게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대략 2028년 이후에 6G 통신표준이 상용화되면 저궤도 위성통신이 핵심기술이 될 텐데 그때 한국이 가진 우수한 기술력이 좋은 기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Q. 교수님의 주요 연구분야는 무엇인가요. 

 

A. 위성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지요. 특히 30kg 이하 초소형 위성의 시스템을 개발하는데요. 쉽게 말해 위성의 모든 기술을 전자레인지 만한 사이즈로 소형화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부품만 작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완성도 있는 위성이 될 수 있게끔 체계를 연구개발 하는 것이지요. 

 

여러 개의 위성을 군집을 이뤄 동시에 발사한 다음 각 위성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협력하며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기도 해요. 하나의 큰 위성보다 여러 개의 작은 위성을 개발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이 더 적게 들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 유연하게 활용하기 좋거든요. 이렇게 여러 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걸 군집 위성, 혹은 분산형 위성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이 군집 위성에 대한 연구를 지난 2012년부터 다소 일찍 시작했었어요. 지금은 군집 위성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등 위성통신을 주제로 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요. 

 

윤지중 교수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 OOV-Cube 사진과 위성 발사 모습
 

Q. 이번 OOV-Cube 위성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OOV-Cube의 주 임무는 IoT, AI 등 첨단기술들을 탑재하여 우주환경에서 각각의 기술들을 시연하고 검증하는 일이에요. △고효율 IoT 프로토콜 수신기 △차세대 Perovskite 태양전지 △고효율 AI 프로세서 및 온보드 구름탐지 신경망 △저궤도에서 정지궤도 위성 간 통신을 위한 L-band 트랜시버 △2개의 광학 카메라 등의 기술을 실험해보는 것이지요. 이런 다양한 실험들은 여러 기관에서 모집한 연구과제인데, 각각의 실험 비용을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참여 기관에서 부담했어요. 사실 ‘OOV-Cube(On-Orbit Verification‧궤도상에서의 검증)’라는 위성의 이름 자체가 일종의 서비스 개념을 갖고 있어요. 

 

OOV-Cube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앞으로 이런 기술검증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봐요. 이미 유럽 우주시장에선 이런 수익 모델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제가 창업한 회사인 ‘Rapid Cubes’도 그런 초소형 위성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OOV-Cube의 임무 중 하나인 IoT 기술 시연이 성공하면 위성을 환경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될 거예요. 군집 위성에 조그만 온도 센서나 위치 센서를 달아서 지상의 수많은 휴대용 IoT 단말기와 연결하면 농업지대, 야생동물보호구역, 사막, 재난지역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거든요. 위성이 데이터를 수집해서 지상의 과학자들에게 보냄으로써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는 거지요. 한국에선 비무장지대(DMZ) 감시와 같은 국방의 용도로도 쓰일 수 있을 테고요. 또 위성통신과 지상통신을 연결하는 6G 통신에 필요한 핵심이 되는 기술인 IoT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예요. 

 

Q. OOV-Cube 위성은 유럽우주국(ESA)이 최신형 발사체 아리안 6호의 첫 비행을 앞두고 개최한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면서 별도의 발사 비용 없이 우주로 발사될 기회를 얻었다고 들었어요. 이 대회에는 어떻게 참가하시게 된 건가요. 

 

A. 보통 초소형 위성을 하나 우주로 보내려면 개발에 10~20억, 발사에 3-5억이 들어가요. 2021년 말 경진대회 공고가 떴을 때, ‘발사 비용 면제’라는 문구를 보고 고민하다가 지원하게 되었어요. 일단 위성을 개발할 기간이 1년 반으로 너무 짧았고, 발사체의 첫 비행이었기에 위성이 발사 후 폭발하면 개발 비용까지 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리스크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안고도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주는 항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해요. 기회가 올 때 잡아야 하죠. 

 

물론 그런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제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어요. 예전에 위성을 개발하면서 테스트용으로 썼던 하드웨어를 재활용한다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지요. ‘Rapid Cubes’는 충분한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재활용해도 신뢰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유럽에선 하드웨어 재활용이 허용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Q. TU Berlin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에 OOV-Cube 위성에 사용된 위성체 플랫폼인 ‘TUBiX10’을 개발하셔서 2018년부터 이 ‘TUBiX10’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운용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위성체 플랫폼이란 어떤 것인가요.

 

A.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 해볼게요. 자동차 회사는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아요. 플랫폼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하나의 체계거든요. 위성도 이 플랫폼만 있으면 임무에 따라 개조, 변경하는 게 가능해요. 제가 개발한 ‘TUBiX10’은 군집 위성용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돼요.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A. 일단 ‘Rapid Cubes’를 통해 내년에 위성 하나, 내후년에 2~3개의 군집 위성을 각각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목적은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IoT 기술을 시연하는 거예요. 유럽에선 환경이나 기후에 대한 부분이 워낙 큰 이슈라 환경 모니터링에 대한 관심이 높거든요. 이러한 분야에서도 우리 대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시의 지자체 위성인 ‘대전 Sat’의 비행 소프트웨어 개발도 계획하고 있어요. 우리 대학 우주시스템기술연구소(소장 : 항공우주공학과 오현웅 교수)를 통해 초소형 위성을 활용하는 다수의 임무 역시 계획 중이고요.


Q. 랩 소개도 부탁드려요. 

 

A. 저희 랩 이름은 ‘분산형 우주시스템 랩(Octolab.)’이에요. 영문명은 ‘문어(Octopus)’에서 따왔죠(웃음). 문어는 돌고래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해요. 분산형 신경망을 갖고 있어서 뇌를 거치지 않고 팔다리가 개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연구하는 군집 위성도 각각의 위성이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서로 협력해서 하나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스마트드론공학과가 아직 신생학과이고 저도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학부연구생 6명과 대학원생 1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들을 추가로 모집 중입니다. 

 

분산형 우주시스템 랩은 이론적인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위성의 개발, 발사, 운용까지 모든 것을 같이 할 계획이에요. 자동차를 잘 만들기 위해선 자동차를 많이 타봐야 하듯이, 위성을 잘 개발하려면 위성 개발의 전 과정에 다 참여해봐야 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려고 해요. 학생들이 장차 위성‧국방 분야로 취업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실제로 저희 랩 학생 중 2명은 대전의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현재 인턴십을 하며 위성의 임무 설계, 발사, 운용 경험을 쌓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랩을 운영해 나가려고 해요. 학생들에게 우주 쪽으로 나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A. 저는 우주 분야의 장래가 갈수록 밝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도 우주산업에 대해 집중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관련 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높으니까요. 우주 분야는 특히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봐요. 실제적인 임무를 위해 실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고, 앞으로도 이런 철학을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에서 가르치고 연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