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항공우주 체계종합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Korea Aerospace Industries, Ltd.)은 정식 명칭보다 영문 약칭인 ‘카이(KAI)’로 더 친숙하다. 항공우주 종합대학인 한국항공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이름, KAI엔 우리 동문이 몇 명이나 일하고 있을까.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일 동문(항공기계공학과 88)은 “전체 직원 5,000명 중 300여 명이 한국항공대 출신”이라고 말한다. 동문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도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 고루 포진되어 있다. KAI는 어떤 회사이고,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성일 동문에게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회장님. 서면으로나마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모교 홈페이지 방문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일입니다. 저는 KAI에서 인니 현안대응 TF에 소속되어 KF-X 체계개발 사업(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의 전투기 공동개발사업)의 해외사업관리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팀 이름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KF-X/IF-X 체계개발 사업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 얽힌 문제를 풀어가는 역할을 하거나, KF-21 개발 과정의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의 협력 업무, 항공기 구성품의 수출통제 업무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KAI는 고정익, 회전익, 무인기, 우주 분야에서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체계종합기업인데요. 각 분야에서 KAI가 가진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사실 ‘체계종합기업’이란 말 자체가 전 세계 10여 개 남짓한 기업 중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부품을 생산·구매하여 제품을 조립·테스트하고 고객에게 체계적인 교육·정비 시스템과 함께 인도한 후 지속적인 서비스와 성능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이번 KF-21 개발로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으로 발돋움했다는 뉴스를 보셨을 텐데, 우리보다 앞선 7개국도 모두 강대국들입니다. 고정익(KT-1, T-50, FA-50, KF-21), 회전익(KUH, LCH, LAH), 무인기, 그리고 얼마 전 발사에 성공했죠? 누리호의 체계총조립을 담당한 업체가 바로 우리 회사 KAI였습니다.
Q. 동문님의 말씀에서 KAI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KAI를 직장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세요?
A. 초등학교 시절 살던 동네가 김포공항 근처였어요. 그래서 여객기가 내리기 직전에 랜딩기어를 펼치며 고도를 낮추는 광경을 볼 수 있었지요. 그때 어른이 되면 꼭 저런 비행기와 우주선을 만들겠다는 꿈이 생겼는데, 그 꿈을 이룬 거죠. 우리 후배님들이 비행기가 좋아서 그리고 비행기에 미쳐서 한국항공대와 항공분야 전공을 선택했다면 KAI가 최고의 직장이라고 확신합니다.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의 지난해 정기산행
Q.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A. 저희 동문회의 자랑은 회원들 모두입니다. 우선 대선배님이신 이O우 기술고문님(항공기계 80)은 현재 개발 중인 KF-21의 Chief Engineer로서 지금의 형상과 체계를 만드셨고, 최O선 전무님은 비행제어 자립을 진두지휘하고 계시지요. 그 밖에 많은 선후배님들이 KAI의 과거와 현재를 끌어왔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문회에선 신입회원들도 아주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두 명의 총무가 살림을 맡아서 동문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모임도 지원하고 있지요. 곧 가을 산행도 다녀올 예정입니다. 동문회에선 후배들을 위해 해마다 5백만원의 장학금을 모교에 기탁하고 있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선배들의 정성을 모아 꾸준히 기부하겠습니다.
Q. 동문회 회원들은 어떤 때 KAI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하시나요.
A. 요즘같이 맑은 날이면 사무실에서 항공기 엔진 소리가 들려요.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수업을 중단 시키던 소리이죠(웃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 엔진 소리가 참 좋습니다. 요즘은 매일 여러 차례 KF-21 엔진 소리가 들리는데, 이륙하는 소리로 엔진이 하나인 지 둘인 지 알죠. 누구에겐 소음일 수 있어도, 비행기 '덕후'들에겐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립니다.
항공기 제작업체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만든 항공기, 위성, 발사체 등의 결과물이 성공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계약을 통해 수출로 이어지는 순간이죠. 2002년 T-50이 최초 비행하던 순간 같이 서 있던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일이나 꼭 20년 뒤인 2022년 KF-21이 활주로에서 치솟듯 이륙하던 순간 감격했던 일은 모두가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이번 주가 Seoul ADEX 2023이 열려서 서울에 와있는데. 우리 후배님들도 꼭 시간을 내어 행사장에 있는 KAI 전시관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전시관에 있는 미래 체계에 여러분 선배들의 피와 땀이 들어 있으니까요.
Q. KAI에서 일하는 우리 동문은 어느 정도 되고 매년 그 수는 얼마나 달라지나요.
A. 전체 KAI 직원이 5,000여 명 정도인데 우리 동문은 300여 명 정도 됩니다. 항공기 체계종합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항공 관련 전공자가 많은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적은 비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매년 입사하는 후배들의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근무지가 경남 사천이라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되네요.
Q. 말씀하신 대로 KAI는 2005년 경남 사천으로 본사를 이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천으로의 근무지 이전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지방 근무와 관련하여 회사에서 제공하는 지원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당시 본사 이전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지 이전이라 보시면 되는데, 모든 제작공장과 직원의 대부분은 원래도 경남 사천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서울사무소 근무 인원 중 일부만 이동했고, 현재까지도 서울사무소(강남구 역삼동 소재)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KAI는 1999년 10월 1일 삼성-현대-대우 3개 회사의 항공우주 부문을 통합한 회사로 조직문화 통합의 의미도 있었다고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회사에서는 진주, 사천, 삼천포 전 지역으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합니다. 최초 연차 22일에 하기 휴가 5일이 별도로 주어지고 있고, 주택 구입 시 일정 금액의 이자 지원도 됩니다. 회사 바로 옆에 직장어린이집이 있어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출퇴근하는데 가끔 회사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참 귀엽습니다. 또, 유연근무가 잘 정착되어 있어서 팀원들과의 협업 하에 본인의 역량개발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을 전해주세요.
A. 비행기가 좋아서, 본인의 의지로 한국항공대를 선택했다면, 완제기를 하러 KAI 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한민국에 완제기를, 고정익과 회전익과 미래를 다 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여기 밖에 없는데 여기서 꿈을 이뤄봐야죠.
저는 대학 졸업 후 오직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만 일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입사 후 13년간은 생산기술 엔지니어로서 기계가공 NC Programmer가 되어 T-50을 개발했습니다. 이후엔 복합재 ME로서 보잉(Boeing)사의 B787(민항기 주미익 및 동체의 주요 구조물에 복합재를 처음 적용한 기종) 대형 복합재 개발/양산 공정을 최초로 구축했고, 민수 사업관리로 옮겨 에어버스(Airbus)사의 A320 계열 신규사업을 양산한 후, 군수사업인 KF-X 사업으로 이동 해왔습니다. 제 손으로 만들어도 보고 팔아도 보며 정말 후회 없는 항공인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은퇴까지 한 자리 수가 남았지만 여전히 일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우리 KAI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연말 즈음에 모교에서 사천 본사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후배님들이 와서 직접 보고, 느끼고. 본인의 선택지가 여기라는 것을 깨닫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물론 우리 선배들이 저녁 만찬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의 정기모임
* 우리 대학 학생처는 11월 말~12월 초에 재학생 40명 규모의 KAI 본사 견학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이날 참가한 후배들을 위해 KAI 한국항공대 동문회에서 선후배 간의 만남의 자리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쉽게 가볼 수 없는 항공우주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선배들에게 진학, 진로 관련 조언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관심있는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신청은 학생역량관리시스템( https://scm.kau.ac.kr/ )을 통해 곧 이뤄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