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익명의 장학금이 만들어낼 기적, 교내 창업지원 프로그램 신설

  • 2017-06-14

 “100만 달러를 투자해 10년 뒤 1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100만 달러로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성장해 10년 뒤 일으킬 사회적·경제적 파급력이 훨씬 클 수 있습니다. 기부는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가장 올바른 투자(The Best Investment)입니다.” (클로드 로젠버그)
 

  세계 최고의 투자 귀재 워렌 버핏을 기부로 이끈 한 마디다. 기부가 최고의 투자임을 믿는 사람들은 클로드 로젠버그와 워렌 버핏처럼 ‘한 사람의 미래’가 아니라 ‘세상의 미래’를 바꾸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교육은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훌륭한 투자처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 익명의 기부자가 한국항공대 기획홍보팀을 찾아왔다. 우리 대학 동문인 이 기부자는 앞으로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총 1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조건은 단 하나, 한국항공대 학생들을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기부자가 제안한 것은 항공·경영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프로그램(가제)’과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창업체험 프로그램(가제)’이었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은 항공·경영대학 학부생들을 위한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환(방문)학생 경비를 지원해주는 것이고, 글로벌 창업체험 프로그램은 교내에 해커톤·메이커톤* 행사(일종의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만들거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을 견학하는 등의 해외 창업체험 행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부자는 이 두 가지 프로그램에 매년 장학금 2.000만원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대학은 후배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기부자의 큰 뜻을 감사히 받아들여 올해 2학기부터 이 두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기부자와 각 부서가 활발히 소통하며 만들어갈 예정이다.


 “아무도 모르게 기부하게 해주세요. 제가 모교에 받은 것이 많으니, 후배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익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기부자는 수줍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부하려는 그 마음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그 역시 워렌 버핏처럼 ‘한 사람의 미래’가 아니라 ‘세상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이 부족하고 안보가 불안한 나라 이스라엘은 ‘창업’으로 생존의 활로를 찾고  강대국들 틈에 우뚝 섰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등 창업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익명의 기부자와 그가 만들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어떤 나비효과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해커톤’과 ‘메이커톤’

해커톤 :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이 팀을 꾸려 긴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만드는 대회. 페이스북은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해커톤을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이커톤(MAKE-A-THON) : ‘만들다(Make)’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최종 시제품을 제작하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