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기부의 선순환을 꿈꾸는 이봉구 세무사

  • 2017-06-19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집안형편이 좋지 못했어요. 어른이 되면 나 같은 아이들을 위해 꼭 장학금을 기부하겠다 다짐했었죠.”

  일산의 빌딩숲 한 가운데 널찍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봉구 세무사는 뜻밖의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세무사, 한국항공대 겸임교수, 회계·세무학 박사…. 그를 수식하는 많은 직함 중 어느 것에서도 짐작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는 야간과정으로 상업전수학교(교육법상 ‘각종 학교’ 중에서 중학교 및 고등학교 과정에 준하는 교육기관)를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사이버대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땄다고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꿈꾸던 대로 학생들을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 대학에도 2012학년도 2학기부터 현재까지 총 4,8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그를 현재에 이르게 한 남다른 인생철학과 기부철학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세무사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세무사님은 저희 대학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저는 한국항공대의 최고경영자과정인 ‘CEO아카데미’ 2기로 처음 한국항공대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한국항공대 겸임교수로서 경영학부 학생들에게 <경영설계>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지요. 한국항공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 학생들보다 열정이 있어서 가르치는 보람이 참 커요.
 

세무사님은 작년 3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에 만든 1억 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어떤 기부를 해오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쭉 학생들에게 기부를 해오고 있어요. 한국항공대에서 받는 강사료는 학교에 전액 기부하고 있고, 그 밖의 여러 곳에 개인적으로 기부하고 있지요. 그와 별도로 회사 차원에서도 기부를 하고 있고요. 제가 몸담고 있는 세무법인 석성은 전체 본지사들이 매출액의 1%를 석성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있어요. 그밖에 1명이 1만원씩 1만 명이 모이면 1억이 된다는 의미의 ‘1만 사랑회’ 운동에 전체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지요.
 


지난 몇 년간 한국항공대 학생들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해주고 계신데, 특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데 혹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신청해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한 번은 제 수업을 듣는 여학생이 편지를 건넸어요. 읽어보니 제가 기부한 장학금을 받았다면서, 나도 세무사님처럼 꼭 성공해서 기부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기도 했고, 그동안 그 여학생이 수업시간에 눈도 안 마주치고 늘 수심에 잠긴 표정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죠. 알고 보니 그 무렵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시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그동안 학생들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많이 받았지만, 그 여학생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세무사님의 삶에는 기부가 중요한 일부분인 것 같아요. 세무사님이 갖고 계신 기부철학이 궁금합니다.

사실 기부라는 게 일종의 ‘중독’인 것 같아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색하면 기부를 못해요. 그리고 기부는 ‘선순환’이에요. 저희 법인의 회장님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에 선정될 만큼 기부에 앞장서고 계신 분인데요. 이미 사후 전 재산 기부와 신체기증까지 서약하셨어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니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더라고요. 석성장학회의 총 자본금 30억 중 10억은 회장님의 선행에 감동받은 익명의 독지가가 본인의 토지를 기부하여 조성된 것이었어요. 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나도 기부를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도 세상에 좋은 일을 했다는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바로 기부의 ‘선순환’이죠.
 

19년 간 세무공무원으로 일하시다가 현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의 대표세무사를 맡고 계신데요. 인생의 다음 꿈은 무엇인가요?
 

제 사무실 벽에는 ‘보물지도’란 게 붙어 있어요. 제 꿈을 이미지화 시켜서 게시판에 붙이는 건데요. 그동안 붙인 꿈들(‘대학교수’ ‘박사’ ‘4개국어’ ‘저서 발간’ ‘고양세무사협회 회장’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등)은 거의 다 이뤘어요. 매일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제가 예상한 시점과 비슷하거나 빠르게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꿈은 ‘동기부여’ 강의를 많이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미 대학 강단에서 동기부여 강의를 하고 있지만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왜 동기부여 강의냐 하면…. 제가 어렵게 자라서 항상 ‘가진 자에 대한 분노’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런 분노가 잘못된 거란 걸 알았어요. 내 안에 잠자는 거인을 깨우면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성취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지나온 세월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오랜 시간을 노력한 결과 카네기 강사 라이센스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대인공포증’이 있었어요. 개업한지 13년째인데, 처음 개업을 했을 때는 사람들 앞에만 서도 덜덜 떨 정도였죠. 지금은 여러 교육을 들으며 많이 바뀐 거예요. 중국어, 영어, 일본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빠르면 올해 안에 중국 대학에서 중국어로 동기부여 강의도 할 예정이에요.
 

제가 롤모델로 삼은 분 중에 연세대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님이 있어요. 이 분은 올해 98세인데 지금도 열정적으로 동기부여 강의를 하고 계세요. 제가 58세인데, 앞으로 그분을 따라가고 싶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