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항공]마하7.6(시속 9000㎞) ‘스크램제트엔진’ 시험비행 성공

  • 2006-03-29

韓·美등 6개국 공동연구팀 개가 마하7.6(시속 9000㎞) ‘스크램제트엔진’ 시험비행 성공
[조선일보 이영완기자]

세계 1일 생활권이란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등 6개국 공동연구팀은 지난 25일 호주에서 음속의 7배(마하 7)로 비행하도록 설계된 신형 제트엔진이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정도 속도라면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시간에 날아갈 수 있다. 고온에 견디는 엔진 개발 등 아직도 해결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세계를 하나로 묶을 비행시대가 개막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산소통 없는 로켓 가능

이번 실험의 핵심은 영국의 방산업체 퀴네티큐가 설계한 ‘초음속연소 램제트엔진(Supersonic Combustion Ramjet Engine, 약칭 스크램제트엔진)’. 연구팀은 이 엔진이 장착된 비행체를 호주의 오리온로켓 끝에 달아 25일 호주 애들레이드 북쪽 우메라에서 발사했다. 이 로켓은 314㎞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구로 떨어졌으며, 지상 35㎞ 지점에서 스크램제트엔진 비행체가 6초 동안 마하 7.6인 시속 9000㎞의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스크램제트엔진의 구조는 장구를 연상하면 된다. 공기 흡입구는 장구처럼 입구가 넓고 안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배출구는 반대로 밖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다.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흡입구로 들어온 공기 역시 초음속이 되는데, 여기에 연료를 분사하면 자연 발화돼 다시 초음속의 배기가스가 나오게 된다.

이 엔진은 기존 로켓이나 제트기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파워가 세다. 우선 대기 중에서 산소를 얻기 때문에 로켓에 달린 산소통이 필요 없다. 로켓의 무게가 줄어들어 비행속도가 빨라지고 발사비용도 저렴해진다. 따라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대기권에서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산소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기존 로켓엔진을 이용하면 인공위성 발사비용이 지금의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항공기의 터보제트엔진 역시 산소를 대기에서 얻지만 터빈을 돌려 압축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스크램제트엔진에 들어온 공기는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발생하는 V자형 충격파에 자연 압축되므로 터빈이 필요 없다.

◆미국과 다국적팀 경쟁 체제

이번 마하 7 비행 실험은 ‘하이샷(Hy Shot)Ⅲ’란 국제공동연구팀이 수행했다. 여기엔 호주 퀸즐랜드대, 영국 국방연구소,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독일 항공우주연구소, 일본 항공우주연구소, 그리고 서울대 정인석 교수의 항공우주추진연소연구실이 참여하고 있다. 정 교수팀은 엔진 지상실험과 비행실험에 대한 수치계산과 함께 초음속 흡입공기에 연료를 분사하고 혼합하는 방법을 시험해왔다.

스크램제트엔진의 원형은 램제트엔진이다. 다만 흡입 공기의 속도가 음속보다 낮은 점이 다르다. 램제트엔진은 이미 1951년 프랑스에서 마하 2.1의 비행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스크램제트엔진 개념으로 발전해 미국·러시아·영국 등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현재 가장 앞선 곳은 NASA. 2004년 11월 스크램제트엔진을 단 NASA의 X-43A가 태평양 상공 3만3500m 상공에서 마하 9.8의 속도로 10초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NASA와 하이샷 모두 각각 한 번 실패를 겪은 뒤 지금까지 단 두 번만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샷은 29일에 일본이 자체 개발한 스크램제트엔진을 장착한 하이샷IV 실험을 할 예정이다.

◆실용화엔 30년 이상 걸릴 듯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성공한 뒤 “하이샷이 앞으로 영국과 호주를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음속 대륙 간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엄청난 속도로 들어오는 공기를 연료와 혼합해 연소를 조절하는 일이 이론과 달리 매우 힘들다”며 “특히 사람이 타는 항공기에 적용하려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석 교수 역시 “연소실의 30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재료가 개발돼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실용화엔 30~4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군사용으로는 그보다 더 빨리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차세대 위성운반체에 스크램제트엔진을 적용하기 위한 기초연구와 지상실험 설비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일단 마하 3 정도의 램제트 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외 부산대, 충남대, 건국대에서 기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KSR-Ⅲ 로켓으로 수년 내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스크램제트엔진 비행체 실험을 단독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