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항공산업]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이

  • 2006-10-18

세계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 양대 산맥이 지배하고 있다. 현재 보잉은 사업에 날개를 단 반면, 한때 보잉을 앞지르기도 했던 에어버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프 회장은 "개발과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보잉의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에어버스가 이렇게 추락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새로 개발한 A380 수퍼점보기 때문이다. 보잉 747기보다 승객을 두 배 이상 실어나를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최근 에어버스는 A380 공식 운항을 다시 12개월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싱가포르항공 등 다수의 아시아 항공사들은 수퍼점보기를 주문했다. 에어버스사는 운항이 지연된 데 따른 보상으로 싱가포르항공에만 2억 달러(약 1900억원)를 물어내야 할 처지다.


에어버스는 지난 4년 동안 6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 사이 보잉이 개발한 장거리 제트기 '드림라이너'의 주문량은 수백 대로 치솟았다. 드림라이너는 기존의 것보다 크기가 줄고 가격이 싸졌으며 운영비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에어버스는 지금까지 A380기 159대의 주문을 받았다. 43대를 주문한 에미레이트항공이 이를 취소하면 A380의 미래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에어버스는 A380을 주문한 항공사 고객들에게 비디오나 전화 등 기기를 각자 편리한 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비행기마다 서로 다른 케이블시스템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제작공정을 표준화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작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계속 공식 운항이 지연되고 있으며 비용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 회사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정치적 괴물'이다. 그 위에는 모회사 EADS가 있다. EADS는 특정국가, 특히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1970년 컨소시엄 형태로 생겨난 에어버스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다.


이른바 '산업정책'도 문제가 된다. 에어버스에 참여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개별 국가의 일자리에 더 관심이 많다. 에어버스는 유럽 16곳에서 항공기를 나누어 조립 제작한다. A380 기체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들어진다. 중간 부분은 프랑스 낭트에서 조립된다. 그런 다음 부분 조립체들은 다시 프랑스 툴루즈와 독일 함부르크로 각각 옮겨져 전체가 완성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제작 공정이다.


최고경영진이 둘로 나눠져 있는 것도 에어버스의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다. EADS에는 두 명의 회장이 있다. 한 명은 프랑스인이고 다른 한 명은 독일인이다. 이들은 회사의 이윤도 생각하겠지만 출신국에 대한 충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측이 함부르크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요구했을 때 독일 정부가 끼어들었다. 논란 끝에 EADS는 독일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애초의 공장 폐쇄 요구를 없던 일로 넘어갔다. EADS의 독일인 최고경영자 토마스 엔더스는 "에어버스가 탈정치화되고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독일 정부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정부가 기업의 결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경영은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것이 민간기업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이다. 효율성과 이윤을 가장 마지막에 생각하는 에어버스가 어떻게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