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군사]공군, F-15K 조종사 ‘의식상실’로 추락

  • 2006-08-18

공군은 지난 6월7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의 사고원인은 조종사가 기체 고도를 높이려다 가중한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18일 발표했다.
김은기(중장.56) 공군 참모차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F-15K 전투기 사고원인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그같이 밝혔다.

김 참모차장은 "사고기의 기체나 엔진에는 아무런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비행고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조종사가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G)에 노출되어 의식을 상실(G-LOC)해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시조종사 2명은 9G에 노출됐었다"고 말했다.

G-LOC은 전투기의 출력속도가 높아지면서 건장한 체격의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6G 보다 높은 7~9G까지 상승, 조종사의 뇌로 보내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2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의식상실 상태에 빠졌다는 공군측 설명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공군작전사령부 안전과장인 박준홍 이사관은 "두 명이 탑승한 전투기의 전방석 조종사가 G-LOC에 빠지면 후방석 조종사도 거의 G-LOC에 걸리게 된다"며 "이런 사고의 발생 확률은 높지 않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참모차장은 "조종사가 적기에 대한 공대공 공격을 가한 후 적기의 반격을 회피하고 재공격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기동에 집중하던 중 전투기의 강하 자세가 깊어지고 비행고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결국 이번 사고는 기체ㆍ엔진결함 또는 조종사의 과실도 아니다"고 밝혔다.

때문에 기체 및 엔진제작사에 전투기 가격 1천억여원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돼 국민의 혈세 1천억여원은 고스란히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됐다.

사고기는 6월7일 오후 7시42분 해상 야간요격훈련을 위해 3기로 구성된 편대의 임무 편대장기(1번기)로 대구기지를 이륙, 오후 8시11분께 포항 동쪽 해상에서 가상공대공 공격과 전술기동을 하던 중 고도 1만1천피트에서 "임무중지" 송신을 한 뒤 16초 후에 해상으로 추락했다.

추락 당시 엔진은 최대출력 상태였고 속도는 음속의 1.34배였다.

1997년 F-5 제공호가 조종사 G-LOC으로 추락한 적이 있으며 미국 공군에서도 1년에 평균 1.45대 꼴로 G-LOC으로 인한 추락사고가 발생한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공군은 사고재발 방지 차원에서 조종사들의 항공생리훈련 체계를 보완하고 신형G-LOC 훈련 장비를 조기 도입할 계획이며 모든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F-15K의 비행훈련은 이달 21일부터 재개하되 임무 난이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기로 했다.

김 참모차장은 "총 40대를 도입하는 F-15K 전력화 계획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15K는 현재까지 추락기를 포함, 6대가 도입됐다.

공군은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블랙박스(ECSMU)를 찾지 못했으며 해저에서 인양된 조종사 휴대용 비행기록장치(DVR) 마저메모리칩이 심하게 손상돼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했다.

때문에 블랙박스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사고조사 결과가 '미완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에 대해 공군은 "기체 잔해의 75%를 인양했으며 이 가운데는 사고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된 엔진부품, 항공기 결함을 지시해 주는 경고장치, 조종면 작동장치, 흡입공기 조절장치, 보조 자세계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김은기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공군과 기체 제작사인 보잉, 엔진 제작사인 GE,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군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