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한-프 항공회담 되로 받고 말로 주나

  • 2007-01-24

한-프 항공회담 되로 받고 말로 주나

[한겨레 2007-01-24 08:00:19]

[한겨레] 2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한국과 프랑스의 항공회담이 ‘되로 받고 말로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쪽이 ‘파리노선 복수 취항을 위해 유럽연합(EU) 지정항공사 조항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 나라 항공정책 관계자들은 이날 현재 1개씩의 국적항공사(대한항공, 에어프랑스)만 취항하고 있는 파리 노선의 복수화에 대해 협의했다. 회담에서 프랑스쪽은 서울-파리 노선의 복수 취항을 허용하는 대신, 유럽연합의 어떤 항공사도 기존 노선 총량 내에서 한국에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는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쪽은 유럽연합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와 파리노선 복수화시 소비자들의 이익 등을 고려해, 프랑스쪽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나라가 최종 합의할 경우 한국은 이 조항을 받아들인 최대 항공 시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39개국이 이 조항을 받아들였지만,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국내 항공 산업 보호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 지난해 3월 프랑스와 회담에서 지정항공사 조항을 거부한 바 있으며, 그 뒤 열린 독일과 핀란드와의 항공 회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외교통상부가 ‘유럽과의 교역 활성화를 위해 지정항공사 조항 수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며 방향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김칠영 항공대 교수(항공운항과)는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은 2개의 항공사를 보유한 한국과 127개의 항공사를 보유한 유럽연합이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