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한국일보] "훨훨 날고 싶어라" 불혹 넘기고도 파일럿 도전장

  • 2012-02-16

아래 기사는 한국일보 11월 26일자 기사입니다.



[경제와 사람] "훨훨 날고 싶어라" 불혹 넘기고도 파일럿 도전장
민간 조종사 양성하는 울진비행교육훈련원

25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 울진비행교육훈련원. 1.8㎞길이의 활주로 끝에 2인승 훈련기가 자리잡고 있고 그 안에는 조종대를 쥔 훈련생과 교관이 함께 탑승해 있다. 훈련생이 무전기로 관제탑에 " 울진TWR, UNS34, ready for take off, left crosswind departure(이륙준비, 좌선회 이륙경로를 요청합니다)"라고 말하자 " UNS34, wind 300 at9, cleared for take off(풍향 300도 풍속9노트, 이륙을 허가합니다)"라는 응답이 온다. 그러자 훈련기는 굉음의 엔진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떠나 비상한다. 이륙 후 교관의 엄격한 지도가 이어진다. "수평 맞추고, 우회전. 고도유지. 우측 방향키 더 쳐주고…."


창공을 훨훨 날아 세계 어느 곳이던 갈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선망의 직업이다. 그렇지만 조종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공군사관학교 등 일부 대학밖에 없어 제약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유일의 민간인 조종사 양성기관인 울진훈련원이 문을 열면서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일반인도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80여명의 훈련생이 이 곳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원에서는 올해 가을 12명의 조종사를 처음으로 배출했다.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비행 이론 교육 ▦조종훈련 ▦모의비행훈련장치 훈련 등을 거쳐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CPL)을 취득, 항공기 조종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운항 인턴 조종사로 입사한 심진규(33)씨는 지난 1년이 꿈만 같았다고 회상한다. "어릴 적부터 조종사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공군사관학교에 입학을 못해 꿈을 접고 일반대학을 가야만 했죠." 심씨는 교육원이 생겼다는 소식에 망설임도 없이 가장 먼저 지원을 했다. 그리고 1년여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조종대를 잡고, 또 잡았다. 하늘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희열이 그에겐 전부였다. 현재 심씨는 민항기를 조종할 수 있는 정식 부기장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 1년여 동안 비행교육훈련 등을 이수하면 부기장으로 발령이 나게 된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조종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더욱 노력해 부기장뿐만 아니라 기장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울진훈련원은 당초 공항으로 설계됐다. 1999년 기성면 봉산리 일대에 1,317억원을 들여 공항이 건설예정이었으나, 예산부족과 항공수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2010년 훈련원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는 조종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계산도 반영됐다. 우리나라에서 민간 항공사 등에 종사하는 조종사는 4,000여명이다. 향후 5년간 1,6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차원의 조종인력 양성체계가 미흡해 국적항공사 조종사의 60% 이상이 군전역자나 외국인으로 충원되는 실정이다.


훈련원에는 심씨처럼 민항기 조종사의 꿈을 꾸는 사람이 모여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에 근무중인 이헌엽씨는 올해 마흔을 넘겼지만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조종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활력소가 됩니다."이씨는 현재 회사와 훈련생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에서 이씨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근무시간을 조정해줘 가능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이씨는 "가족들은 안정된 직장을 두고 왜 어려운 길을 택하느냐고 만류하지만, 조종사는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도 안정적이고, 향후 민간항공 조종사에 대한 전망도 좋아 도전해 볼만 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넉 달 과정만 더 채우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울진훈련원은 4년제 대학졸업, 토익800점 이상 등 간단한 조건만 충족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1년간 전(全) 과정 교육비가 4,500만원 가량으로, 미국 비행학교 FSA 등 외국의 전문 교육기관에 비해 30%이상 저렴한 편이다. 국비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훈련사업자로 한국항공대학교와 한서대학교가 선정돼 교육을 맡고 있어 교육프로그램도 우수한 편이다. 장석환(30) 교관은 "자가용 비행기 면허부터, 날씨가 안 좋은 날 운항할 수 있는 비행증명, 그리고 사업용 면허까지 다양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훈련원을 마친다고 해도 민간 항공사 조종사가 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장애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항공사들이 여전히 신규 채용시 군 출신을 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울진훈련원의 비행훈련 시간도 200여 시간에 불과해 대한항공 등이 취업 시 요구하는 필수 비행시간인 1,000시간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 교수는 "현재 관련 교육기관 중에서 1,000시간 이상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곳은 군이 유일하다"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채용 기준을 조종하고, 항공사에서도 인력양성에 도움을 줄만한 시스템을 마련해 부족한 조종사 국내 양성에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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