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칼럼] 인천공항, 글로벌 공항 되려면 아직 멀었다

  • 2011-09-22

아래칼럼은 2011년 9월 10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우리대학 항공경영대학 허희영학장의 칼럼입니다.

[칼럼]  인천공항, 글로벌 공항 되려면 아직 멀었다



요즘 해외여행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목적지와 날짜만 대면 어디를 가든 예약과정에서 간단히 해결된다. 여행하는 동안 개별 항공사가 아닌 항공사 공동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제휴가 보편화된 이유다. 흔히 ‘적과의 동침’으로 비유되는 제휴현상이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이제는 공항업계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10년 전 프랑크푸르트공항이 공항그룹으로 전환해 8개 공항을 국내외 자본으로 묶은 것을 계기로 프랑스 드골공항그룹, 싱가포르공항그룹, 영국공항그룹도 세 불리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경쟁은 항공 자유화 흐름과 맞물려 가열되고 있다. 공항도 이제는 어느 제휴그룹에라도 끼어야 생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판도도 변화무쌍하다. 한때 동북아 허브를 자부하던 일본 나리타공항은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고, 첨단기술로 주목받던 간사이공항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지분 34%를 매각한 베이징공항은 인천공항의 두 배로 규모를 확장하면서 동북아 중심공항에 바짝 다가섰다. 홍콩과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공항들도 환승률에서 인천공항을 앞선다. 상하이공항 역시 47%의 지분을 매각하고 민영화 중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경제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수요에 대한 예측에 의문이 든다. 현재 터미널 수용능력 1700만 명인 김해공항에는 연간 약 710만 명의 여객이 이용하고 있는데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활주로의 안전성과 소음 등의 문제가 있어 야간운항이 가능한 대규모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허브(Hub) 공항 경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인천공항이 지분 매각 논쟁에 휘말렸다. 지분 매각은 국제공항들의 ‘그룹화(化)’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논점 자체가 틀렸다. 정치권까지 나서서 국부 유출, 헐값 매각, 이용료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국제적으로 기간산업의 민간자본 참여가 과연 새로운 일인가. 가치평가도 하기 전에 헐값 매각을 우려하고, 51% 정부 지분을 갖는 공기업의 공항 이용료 인상까지 걱정한다. 글로벌 경제와 시장경제의 흐름을 몰라서일까. 그 진심이 궁금하다. 이미 세계 50대 공항의 70%는 지분과 운영권이 매각되었거나 진행 중인데 말이다.
 

그럼 현재의 인천공항은 과연 최고인가. ‘서비스 부문 평가 1위’가 가져다 준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이용객·취항사·환승률 등의 일반적 평가지표에서는 여전히 주요 7개국(G7) 바깥의 갈 길 먼 신생 공항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휴 때마다 혼잡을 빚는 공항 출국장을 보라. 수용력 부족에 대비한 확장사업 예산만 4조원이다. 투자가 집중되는 2014년부터는 재원 확보 방안도 불투명하다. 비싼 통행료를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공항고속도로처럼 또 민자 유치에 매달릴 것인가.
 

요즘 각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인천공항의 앞날을 지켜보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 서비스 공항, 개항 10년 만에 정점에 이른 공항 브랜드를 어떻게 시장가치로 구현할 것인가. 규제를 풀고 해외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공항은 원자력발전과 철도 못지않게 10년, 20년 후 해외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다. 이제는 좁은 국내 품 안을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고 글로벌 공항그룹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 상호 자본으로 묶어 ‘동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기를 놓치면 시장가치는 줄어들고, 경쟁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