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칼럼]국산우주선이 달 탐사하는 날

  • 2009-05-26

아래 칼럼은 매일경제 5월 20자에 실린 우리대학 허희영 학장의 기고 글 입니다.

[기고] 국산우주선이 달 탐사하는 날  


 

 
14만명이 넘는 인류를 싣고 끝없는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범선. 1000년간 우주를 떠도는 나비모양의 이 우주선은 파피용호다.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다.

 

별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인간의 능력이다. 인공 중력이 작용하고, 우주선 안에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우주선은 언젠가 실현될 기술력을 상징한다.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는 이미 400여 년 전에 큰 거울로 우주 범선을 만들면 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록 발사가 실패로 끝났지만 미국과 러시아 과학자들이 공동 개발했던 코스모스 1호는 우주 범선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항공우주의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짧다. 190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있었던 인류 최초 동력비행은 12초. 지상을 이탈하고 마침내 36m를 이동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서울 용산의 조선군 연병장에서도 일본 해군장교인 니라하라에 의해 동력비행이 이루어졌다. 1913년 우리나라 항공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해방과 더불어 민항의 시대가 열린 후 항공운송 부문에서는 이제 세계 8위권으로 부상했다.

 

지금 우주개발의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땅에서 쏘아올리는 독자적인 우주발사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우주개발은 크게 인공위성을 지구궤도나 우주공간으로 띄워 보내는 발사체 개발사업과 우주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 개발사업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인공위성 개발에서 연이어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막 준공을 앞둔 나로우주센터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 우주발사기지 보유국이 된다.

 

흔히 우주개발은 과학기술이 결집돼 이루어내는 첨단과학의 결정체로 불린다. 그래서 우주개발국가로 인정받게 되면 과학기술의 브랜드는 한 단계 상승한다. 최근 중국은 유인우주선 선저우호 발사의 성공으로 값싼 노동집약적 국가 이미지에서 과학강국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한편 지난 4월 발사된 북한의 로켓에는 적지 않은 오해와 진실이 있다. 위성사업의 목적은 발사체에 위성체를 탑재시켜 궤도상에 진입토록 한 후 과학탐사나 통신, 국방안보 등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데 있다. 확인되지 않는 탑재물체를 단지 멀리 보내는 것은 그냥 군사용 미사일 기술에 불과하다.

 

경제적으로도 우주개발은 최고 부가가치산업에 속한다. 개발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들이 각 분야로 전파돼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의 자력발사는 우주개발의 자주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는 위성 발사를 외국에 의존함으로써 개발된 위성기술이 발사기지 보유국에 그대로 노출되는 불리를 감수했다. 발사기술 개발이 인공위성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7월 말 과학기술위성 2호가 국산 우주발사체인 `나로`(KSLV-1)에 실린다. 세계는 대한민국 최남단 고흥의 외나로도 우주발사대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최초 위성발사의 위험부담도 작지 않다. 우주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더라도 성공확률은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건의 성공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무엇보다도 우주과학의 꿈을 미래 청년들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콜럼버스의 항해에 비유되는 우주개발사업. 우주과학 인력의 양성과 개발투자를 전제로 한다면, 2020년부터는 국산 우주선이 달 탐사를 시작할 것이다. 우주의 꿈이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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