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본 항대

[연합뉴스] 캠퍼스로 뛰어가는 음식 배달 '포만감'

  • 2019-05-28

5월 26일 연합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U~스타트업] "시험공부로 바쁘다고"…캠퍼스로 뛰어가는 음식 배달 '포만감'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1번 XX도시락이요! 2번 OO햄버거요! 3번이요!"
점심시간이면 경기도 고양시 항공대학교 학생회관 옆 도로에서는 이 학교만의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다.

 

잠시 멈춰 선 차량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점심 식사가 봉투에 담겨 끝도 없이 나왔다. 매일 항공대에서 약 150명 분의 음식배달을 대행해주는 '포만감'(포터가 만나러 감)의 대표 최은성(28)씨를 22일 항공대 학생회관에서 만났다.

지난해 항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씨는 학교 앞 식당에서 친구와 일본 음식을 먹다가 "이렇게 맛있는 걸 학교로 배달시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박한 생각 끝에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항공대는 학교 정문에서 식당이 모여 있는 밀집 지역까지 멀어서 나가 밥을 먹고 오려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은 필요하다. 거리가 있다 보니 식당들도 학교로는 배달을 꺼리고 배달을 시키려면 5천원은 더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식사를 마친 뒤 식당 사장에게 한 번에 여러 건의 주문을 받아오면 배달을 해줄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식당 사장은 단번에 '오케이'했다. 그길로 주변 식당 3곳을 더 찾아가 같은 제안을 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최씨는 이때 "되겠다"고 예감했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범 삼아 주문을 받았고, 마침 시험 기간이었던 터라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워 단 3일 간 100건의 배달대행을 성사시켰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구축, 하루 평균 150명분의 음식 배달대행을 하고 있다. 학교 앞 식당 8곳의 주문을 한꺼번에 받아 하루 5차례 학교 학생회관, 기숙사 등으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특정 업체 음식이 아닌 햄버거, 떡볶이, 치킨, 우동, 김치찌개 등을 자유로이 골라 한꺼번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면 되는 시스템이어서 이용자의 반응은 더 좋다. 올해는 전북 군산대학교에도 진출했으며, 전국 다른 대학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도시락을 기다리던 우석원(25·항공대2)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멀리 먹으러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훨씬 편하다"면서 "아직 카드결제가 안 되는데, 그것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결제 수수료 문제와 안정적인 서버 유지 등 실질적인 과제가 아직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는 아무래도 '수익성'이다. 현재는 음식 금액에 따라 배달대행 수수료의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협의해 '마이너스'를 면하고 있긴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 확보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직원 3명, 인턴직원 3명인 스타트업 회사의 어엿한 대표인 그는 "친구들은 취업해서 월급날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나는 이제 월급 줄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있는 학교를 상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다른 제휴 아이템도 계속해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사업이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금은 사실상 '홈리스'(homeless·노숙인) 상태로 자취방을 빼고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잠을 잔다"며 "20대의 도전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생각보다 이번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만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허유빈(21·항공대2)씨는 "이론이 아닌 실전을 경험해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며 "나도 창업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했는데, (최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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