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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푸른밤’ 대표이사 김진용 동문(기계공학 02)

  • 2019-06-27

 

  스타트업은 도전이다. 성공과 실패 사이를 파도 타듯 오르내린다.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믿음과, 실패해도 배울 수 있다는 마음가짐.


  투자금 50억 원을 유치한 스타트업 ‘푸른밤’도 처음부터 승승장구 한 것은 아니었다. 두 번의 실패를 거쳐 포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중소사업자를 위한 인사.급여 자동화 서비스인 ‘알밤’을 만들고부터다. ‘알밤’은 2014년 9월 서비스를 론칭하고 그해에 KDB 스타트업 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 1월 ‘푸른밤’이 설립됐고, 현재 국내.외 7만 7000개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푸른밤’의 대표이사인 김진용 동문(기계공학 02)은 솔직했다. 인터뷰라고 하면 ‘성공’한 경험만 그럴 듯하게 포장해낼 수도 있을 텐데, ‘실패’한 일들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도 오늘의 나, ‘인간 김진용’을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카이하이 안녕하세요. 김진용 동문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진용 안녕하세요. 기계공학 전공 02학번인 김진용입니다. 대학 졸업 후 2009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신사업 프로젝트인 Air-care T/F로 배치 받아 공기정화 기술 및 제품/피부노화 방지기술 및 제품/자동차 공기정화부품 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이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해서 음식점 사장을 3년 정도 하다가 ‘알밤’을 만들었고, 현재는 주식회사 푸른밤이라는 스타트업의 대표이사로 있습니다.  
 

스카이하이 삼성전자 연구원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장이라니 다소 특이한 이력인 것 같아요.
김진용 “엔지니어의 마지막은 치킨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잖아요. 입사 3년차가 되면서 혼자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너 재미있어?’라고요. 재 인생의 가치가 ‘재미’거든요. ‘10년 뒤, 20년 뒤에도 대기업 연구원으로 사는 게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해봤어요. ‘음식점 창업을 했다가 망해도 젊으니까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도 던져 봤고요. 그때 ‘나가서 젊을 때 미리 해보자!’라는, 지금 생각하면 과감한 결정을 내렸던 것 같네요.
 

  삼성전자 같은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진짜 내 실력보다 고평가 하게 되잖아요. 주변에서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볼 때 “삼성전자 연구원입니다”라고 하면 “오...”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실 대기업은 주로 업무상의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많이 배울 수 있는 조직이에요. 수많은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관리 스킬 같은 것들이지요. ‘본인의 가치’를 올리고 ‘진정한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잘못된 생각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죠. 하지만, ‘삼성전자 연구원 ○○○’은 그 회사에 다닐 때만 달 수 있는 직함이잖아요?
  

  퇴직하고 3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인생 공부를 많이 했어요. ‘어느 회사 누구누구가 아닌 ‘인간 김진용’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나?’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스카이하이 스타트업은 어떤 계기로 창업하게 되었나요?
김진용 별 고생을 다 하면서 음식점 사업이 하나하나 자리 잡아가던 중이었어요. 사업주로서 가게를 운영하는데 ‘이걸 왜 사람이 해야 하지?’ 싶은 게 너무도 많은 거예요. 그 중 하나가 직원 관리, 급여 관리였어요. ‘알밤’은 사실 제가 불편해서 가게에서 만들어 쓰던 앱이었어요. 가게를 정리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주변에서 “그거 괜찮던데?”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토어에 론칭 했다가 반응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실 알밤 이전에도 두 가지 정도 아이템을 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 부분은 창피해서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아이템 실패에서 ‘제품을 만드는 건 끝이 아니고 그때부터 시작이다’ ‘대표가 기술에 빠지면 회사가 망한다’라는 걸 알게 되었죠.


스카이하이 ‘알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진용 ‘알밤’은 중소사업자를 위한 출퇴근 기록, 근무스케줄링, 급여계산, 급여이체 자동화 서비스입니다. 중소사업자는 자체 인사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들과 달리, 인사급여 관리의 많은 부분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비싼 솔루션을 도입하기도 어렵고요. 알밤의 1차 목표는 인사.급여 프로세스의 자동화였어요. 이미 7만 7,000개 사업장에 도입됐으니 1차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개인사업자 대상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 했고요. 다음 목표는 중소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복지혜택을 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한 단계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스카이하이 ‘푸른밤’이라는 회사명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김진용 스타트업을 연달아 실패하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려고 맘 정리하러 친한 동생(푸른밤 공동창업자)과 제주도에 놀러갔어요. 밤에 바닷가에서 소주 먹고 밤하늘 보고 있는데, 영업을 했던 대기업 계열사 한 군데서 알밤을 도입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좀만 더 해볼까”하다가 KDB 스타트업 대회 나가서 대상을 탔고, 투자자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제주도의 푸른밤’ 하면 여행사 같으니 ‘푸른밤’으로 하기로 했어요. 서비스명인 ‘알밤’과 라임(rhyme)도 맞았고요. 나름대로 창업 스토리가 들어가 있는 이름이지요.


스카이하이 많은 후배들이 졸업 후 진로 때문에 고민을 하는데요.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김진용 어차피 “대기업만 바라보지 마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는 안 먹힐 것 같아요. 저도 대기업 가서 돈도 많이 벌고, 학자금 대출도 갚았으니, 창업도 하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닐까요? 재학 중인 후배님들 입장에서 대기업 가려고 하는 건 당연한 생각의 흐름 아닐까요? 솔직히 제가 사업을 하는데,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게 도움이 안 되진 않거든요. 물론 요즘 좋은 스타트업 중에는 대기업 초봉보다 많이 주는 회사도 있지만요.


  저는 적극적으로 창업을 권장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루하루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거든요. 다만, 그 과정에서 뒤를 돌아보면 나의 가치가 올랐고 성장했다고 느껴요. ‘만에 하나, 억에 하나, 내가 하는 비즈니스가 잘 안 돼도 내 능력으로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죠.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인간 김진용’을 성장시키며 내 가치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창업을 원하는 후배가 있다면 ‘준비 없는 창업’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빚내서 사업하지도 마시고요.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게 중요해요. 훌륭하지 않은 멘토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대기업 들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대신, 가서 훌륭한 능력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삶에 대한 생각이 안정되면 순간순간 ‘재미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지 내 인생은 100% 내가 결정하고, 책임도 내가 지는 거예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적어도 한국항공대 후배들이라면 각자의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현명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그 나이에 작은 실패를 한다고 해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