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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열풍의 중심, 임대웅 동문(항공경영학과 92)

  • 2021-09-29

 

 

 ‘ESG’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환경(Envr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다른 말로 ‘지속가능경영’이라고도 불리며,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경영하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투명하게 운영되는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세계 각국의 자본이 탄소중립으로 몰리기 시작하자, ESG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기업들에게 ESG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었다. 


  국내 ESG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인 임대웅 동문(항공경영학과 92.경영학과 석사 96)은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ESG를 처음 제안한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한국 대표이자 에코앤파트너스 2도씨(℃) 대표인 임 동문은 한국항공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했다. 그를 만나 코로나19 시대에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ESG에 대해 들었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 유엔환경계획(UNEP)과 금융부문 간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전 세계 대표 은행, 투자펀드사, 보험사 등 500여 개 금융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ESG 요인을 고려한 책임투자원칙(PRI)을 작성하여 공유했다.



안녕하세요. 동문님.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임대웅입니다. 저는 현재 에코앤파트너스라는 회사의 의장이자 대표파트너, 자회사인 에코앤파트너스 2도씨의 대표이사로 있습니다(에코앤파트너스 2도씨는 최근 회사 이름을 ‘Beyond Net Zero’라는 의미의 BNZ파트너스로 바꿈).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발전, 특히 심각한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방법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정부, 산업, 금융기관, 국제기구가 이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정책을 만들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 대해 자문해주고 있습니다.


2002년 UNEP FI가 ESG라는 용어를 처음 발표했을 때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불게 될 것을 예상했을까요?


당연합니다. 목적이 그것이었으니까요. 당시 UN이 만든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가 있었는데, “자산운용 측면에서 금융권과 접목을 시켜 보자”, “지속가능발전의 경제, 사회, 환경 이 세 가지 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며 만든 게 ESG였습니다. 애초에 전 세계 자본주의의 틀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ESG에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ESG가 등장한 후 지난 20년을 살펴보면, 시작은 비재무적인 요소들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조금 더 책임 있는 경영을 하자는 식이었죠. 그러나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는 등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 ESG도 완전히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비재무적 요소인 ESG로 인해 재무적인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재난이 와도 손실액이 화폐화가 되면서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탄소중립기본법이 우리나라에서도 통과되었는데, 다들 탄소세를 내거나 탄소배출권을 사야 해서 힘들어합니다. 이것도 재무적 영향이죠. 이제는 비즈니스 자체도 탄소중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탄소중립을 생각하는 비즈니스를 하면 엄청난 기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중이죠. 결론적으로 예전의 ESG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돈 버는 방식에 대한 문제가 된 거예요. 똑같은 에너지 회사라도 휘발유나 석탄을 이용하는 회사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회사는 당연히 큰 차이가 있겠죠. 시장이 변화한 거예요.


앞으로 ESG 경영이 나아갈 방향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S와 G는 글로벌 금융제도 안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요. S와 G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기업이 문 닫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반면 환경과 관련한 법규를 위반하면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어요. 즉, E는 완전히 재무적 성과와 직결되는 부분이죠. 그래서 E 부분인 ‘기후 리스크’부터 제도화가 돼요. 바젤은행감독위원회나 국제결제은행 등 글로벌 금융제도를 설계하는 곳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시 반영하는 건 기후 리스크뿐이에요. 앞으로 십 년 동안은 기후 리스크를 글로벌 금융제도 내에 자리매김 시키고 차차 S와 G를 제도화시킬 겁니다.


이제 화제를 바꿔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릴게요. 3년 전에 가족들과 함께 SF소설 <뮤테이션>을 집필하셨던데 어떻게 책을 내게 되셨나요?


소설의 모티브는 ‘GMO(유전자 조작)’예요. WHO에 의하면, 유전자 조작 식품의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중 ‘gene transfer(유전자 전달)’라는 것이 있어요. 이를 이용해 모종의 단체가 동물과 식물의 유전자가 섞인 움직이는 거대한 식물을 만들면서 전 세계에 치명적인 위험이 닥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가족과 함께 쓰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아이들과 종종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곤 하다가 그 이야기를 글로 남겨놓고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서로 내용이 잘 연결되더라고요. 가족들이 한 명씩 쓰기도 하고 다 같이 쓰기도 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 보니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그래도 본업이 아니다 보니 좀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아빠이시네요. 저희 후배들 가운데도 ESG 쪽에 관심 있는 학생이 있을 텐데 학부생 시기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취업과 창업, 둘 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교내 동아리, 연합 동아리 등등 다양한 지속가능발전 관련 활동을 하면서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연구, 네트워크, 비즈니스 등 현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에 따라 ‘자신이 갈 길’을 찾는 거예요. 금전적인 욕망만을 좇는 것과 단순히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은 성공한 삶이라고 볼 수 없어요. 인간의 삶에서 기대 역할을 수행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사회에 필요한 것과 사회에 스스로 기여할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받아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감 역시 찾게 되죠. 저 역시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ESG가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힘들 때도 많지만, 지금은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학부생 시절을 돌아보면 인생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너무나 막막했던 것 같아요. 압박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었고, 잘못된 선택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고 위축되기도 했었죠. 모두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약간의 핸디캡이 존재하기에 사람이 더 단단해지고,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배수진을 친 것처럼 필사적으로 일을 잘 해내요. 많은 것을 스스로 해내다 보니 ‘차돌’ 같은 사람이 되는 거죠. 제 동기들도 용케 다들 잘 살아남아 중요한 곳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너무 자괴감이나 자격지심을 가지고 힘들어할 필요가 없었단 생각도 들어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하려고 하는 사람이 뭐든 해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러분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