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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대 유튜브, 그들만의 상승세 비결은?

  • 2021-08-30

 


  한국항공대학교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m8pyKJztzKI5BJVtoaD_Bg)이 요즘 화제다. 대학 유튜브 채널의 뻔한 공식을 탈피해 대학생활, 연애, 패션 등 수험생 및  대학생이 좋아하는 주제를 다루며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어서다. 

  한국항공대 유튜브가 만들어진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한 달에 두 번 올라오던 영상이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올라오기까지, 영상제작에 참여하는 학생들(PD 및 크리에이터) 수를 늘려가며 조금씩 성장해왔다.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특성화대학으로서 종합대학보다 학생 수도 적고 인지도가 낮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항공대 유튜브는 학교 홍보 컨텐츠와 재미 위주 컨텐츠의 비율을 일대일 정도로 가져가고 있다. 한국항공대에 관심이 없던 10대 후반~20대 초반에게도 학교를 알리기 위해서다.


  올해 선발된 PD와 크리에이터의 바람은 딱 한 가지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항공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그러기 위해 매주 영상으로 댓글로 친근하게 말을 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답해주길 바라면서. 한국항공대 유튜브를 꾸려가는 주역들, PD와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았다.



요즘 한국항공대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실감하시나요?

김주안(CP.책임 프로듀서) : 많이 실감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유튜브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요즘은 가끔 크리에이터들 이름까지 줄줄 외우는 사람도 사람도 만나면서 ‘그래도 팬층이 좀 생겼구나’ 싶어요.

토마스(크리에이터) : 고등학생들이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해올 때가 가끔 있어요. 그럴 때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한국항공대 유튜브를 만드는 PD들, 왼쪽부터 이현기, 김주안, 최원영 학생

영상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평이 많은데 비결이 뭔가요?

김주안 :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이 나올 수는 없죠. 올해 들어 PD들의 노동 강도가 올라갔어요(웃음). ‘제작 공정’이라고 하지요, 편집을 보정-컷 치기-음악과 자막 입히기-효과 입히기-썸네일 제작, 다섯 단계로 나누고 다섯 명의 PD가 한 단계씩 맡는 거예요. 여기서 CP가 피드백을 주어 동일한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도록 조절하고요.


편집 능력자는 누구죠?

이현기(PD) : CP인 주안이가 센스도 좋고 잘해요. 정말 열심히 하는 데다 완벽주의자에 잠도 안 자요. 스스로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주안이를 보면 제 자신을 반성하게 돼요.


제목에 요즘 유행하는 ‘밈(meme)’을 넣기도 하고 영상들이 다 트렌디한 것 같아요.


김주안 : ‘도발’을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에브리타임에서 욕을 많이 먹으면 조회수가 잘 나와요. 그래서 누가 에브리타임에서 저희 욕을 해주는 걸 제일 좋아해요(웃음).


영상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요?

토마스 : 각자 아이디어를 생각해와서 회의를 해요. PD가 6명에, 크리에이터가 6명이니 총 인원 12명이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다 쏟아부어요. 한 사람이 다섯 개의 아이디어만 내도 60개가 나오는 거죠. 거기서 한 달 치 찍을 것을 추려요.


회의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느 분이 내시나요?

김주안 : PD들은 위기감을 느끼면 다들 아이디어를 잘 내요. 크리에이터 중에선 토마스가 아이디어뱅크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인데, 평소에 메모장에 적어 놓았다가 의견을 많이 내요.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김주안 : 촬영은 보통 한 달 반에 한 번씩 해요. 하루 종일 크리에이터들이 의상을 갈아입으며 6~7개의 영상을 찍고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는 거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던데 사실 촬영장소는 강의동 108호에요. 스튜디오처럼 보이게 하려고 빔프로젝터를 내려서 흰 배경에서 찍은 거예요. 조명을 잘 쓰고요. 작년 초에는 조명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지금 같은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던 건 아니고, 무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추가된 거죠.

토마스 : 촬영 일주일 전에 PD들이 영상 주제를 전달해주면 크리에이터들이 미리 준비를 해요. 촬영 하루 전날 더 디테일한 내용을 받아서 의상을 맞추고, 촬영 당일 질문지를 받아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거죠.


매번 대본을 준비하나요?

김주안 : 작년에는 모든 촬영이 즉흥적이었어요. 주제만 제시해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요즘은 컨텐츠에 따라 대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요. 웹드라마(https://www.youtube.com/watch?v=CZUcyi1-dg8) 같은 경우는 섬세한 대본이 필요해요. 다함께 장면과 대사를 구상해서 콘티를 짜요. 토크 컨텐츠도 대본을 짜긴 하고요. 충격적이지만 즉흥으로 가는 경우도 있어요. 얼마 전 올렸던 공대 남자 룩복(https://www.youtube.com/watch?v=HBiLn-LQv3k)은 출연자인 쭈니에게 딱 한 마디 했을 뿐이에요. “준성아, 너는 이제 GD가 되는 거다. 너는 GD야.” 그렇게 컨셉만 잡고 나머지는 쭈니가 혼자 즉흥적으로 짜낸 거예요. 영상을 잘 들어보면 쭈니가 대사를 할 때마다 저희가 웃음 참는 소리가 들리실 거예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뚜이(크리에이터) : 최근에 촬영한 여대생 룩북(https://www.youtube.com/watch?v=I8chaGOZJmc) 영상이 제일 어려운 촬영이라 기억에 남아요. 옷을 세 번 연속으로 갈아입는 게 너무 힘들기도 했고, 뻔뻔하게 멘트 치고 모델워킹 하듯 걸었는데 촬영 끝나고 나니 부끄러움이 물밀듯이 몰려왔거든요.

쭈니(크리에이터) : 저는 공대생 룩북이요.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컨셉을 잡는 걸 좋아해서요. 제가 멘트를 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웃음을 참는데, 그게 가장 즐거웠어요. 그런데  이건 진짜 ‘오피셜’인데 전 아직 그 영상을 못봤어요. 일단 조회수는 올려야 하니까 틀어놓긴 했지만요. 보기가 좀 고통스럽달까요.

뚜이 : 저희도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김주안 : 신입생 꿀팁(https://www.youtube.com/watch?v=-KAHP7leyw0&t=10s) 영상을 만들고 나서 인스타그램으로 디엠을 하나 받았어요. 항상 댓글을 달아주던 고3 친구가 보낸 건데, 한국항공대 수시모집에서 떨어졌다는 거예요. “그래도 한국항공대 유튜브 영상들 보면서 힘을 받고 있어 고맙다”고 하는데, 뭉클해졌어요. 그때가 마침 ‘이렇게 유튜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회의감이 들 무렵이었는데, 우리 유튜브를 통해 한두 명이라도 힘을 얻는다는 걸 알게 돼서 기억에 남아요.


“카메라 마사지를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유튜브에 출연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실제로도 본인이 점점 예뻐지고(잘 생겨지고) 있다고 느끼나요?

쭈니 : 예전보다 외모에 신경 쓰긴 해요. 원래 세수도 비누로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피부과에 다니며 여드름약도 먹어요. 시청자분들에게 좀 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뚜이 : 처음 카메라 앞에 설 땐 익숙치 않아서 얼굴이 경직되었었어요. 그런데 찍을수록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니까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더 밝아보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토마스 : 솔직히 말해서 저희는 일반 학생이잖아요. 연예인처럼 예쁘고 잘 생겨진다기보다 자기관리로 인한 변화가 큰 것 같아요. 학교 공식 유튜브이니 좀 더 깔끔하기 보이려고 개인적으로 옷을 산다든가 화장에 신경을 쓴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최대한 잘 보일 수 있게 신경을 써요. 저는 촬영 일주일 전부터 팩을 해요(웃음). 길게 텀을 두고 보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김주안 : 이건 채널의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는 건데, 저희는 친근한 채널이고 싶었어요. 실제로 크리에이터를 선발할 때도 잘 놀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털털한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했어요.

뚜이 : 저는 지원 영상에서 아무 멘트 없이 길거리에서 춤만 추었어요. 정말 춤 하나로 뽑힌 거예요. ‘미친 텐션’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이었어요(웃음).

쭈니 : 제 지원 영상은 과자만 먹다가 끝나는 영상이었어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해서 30초 동안 과자만 먹는 영상이요. 생각 없이 올린 영상이 아니라 여섯 개를 찍어 놓고 그 중에서 고른 영상이었어요. 담당 선생님이 어이가 없어 안 뽑으려다가 어떤 앤지 궁금해서 면접에 오라고 하셨대요. 그때부터는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면접장에서의 원맨쇼로 좀 압도를 한 것 같아요.

토마스 : 저는 지원서에 기재한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좋게 보셨다고 하셨어요. 저희 크리에이터들은 기본적으로 텐션이 좋은 친구들인데 다들 정상적인 친구들은 아니에요(웃음). 뭔가 매니아적인 면이 있거나 드립을 잘 치거나 춤을 잘 추거나 아님 그냥 비정상적이거나.




그럼 PD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뭘까요?


김주안 : 사실 지원자들 모두가 편집 실력이 출중한 상태로 오는 건 아니에요. 편집 실무에 바로 뛰어들긴 힘든 실력이라도 부족한 건 배우면 되고, 안 되는 건 CP가 메우면 돼요. 동영상을 편집해본 경험이 있고 동영상 편집의 기본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것 정도가 PD의 자질이 아닐까 싶어요. 한 가지 더 바라자면 적어도 i5 이상의 컴퓨터는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RAM 16GB 정도가 있으면 아주 좋고요. 사실 장비는 다다익선이에요.

최원영(PD) : PD에겐 자신의 의견을 힘있게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유튜브를 많이 보는 습관도요. CP가 제목을 다 짓는데, 유튜브를 평소에 많이 봐야 그런 센스나 감각이 길러져요.


앞으로는 또 어떤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나요? 

토마스 : 사실 학교 공식 채널에서 제작하는 컨텐츠는 시즌별로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2월에는 개강이니 술 이야기, 8월이면 복학생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에요. 좀 뻔하죠. 그래서 그렇지 않은 걸 찾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구독자와 함께 하는 컨텐츠를 해보고 싶어요. 토크쇼가 될 수도 있고 거리 인터뷰가 될 수도 있고요. 연애, 대2병, 복학 등등 대학생들이 하는 여러 고민을 사연으로 받아서 크리에이터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컨텐츠도 좋을 것 같아요. 한국항공대 캠퍼스에 곧 전시될 A300-600 항공기 리뷰 영상도 해보고 싶고요.

김주안 : 학과별 교수님을 모셔와서 학과에 대한 오해 풀기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요. “인정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잖아요?”, “안 그런 과 있음 나와보라 그래” 같은 반응을 기대하면서요.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 중에 서울대생 찾기’, ‘래퍼 중에 래퍼 아닌 사람 찾기’ 같은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그런 걸 저희 학교에 접목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예를 들어 ‘신소재공학과 모아놓고 아닌 사람 찾기’처럼 학과별 특성을 녹여내는 거죠.


더욱 더 발전하는 한국항공대 유튜브가 되길 바라면서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김주안 : 한국항공대 유튜브가 좀 더 빨리 성장했으면 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바랍니다.

뚜이 : PD들이 목요일마다 밤을 꼬박 새요. 영상 뽑아서 컨펌 받고, 수정하고, 또 컨펌 받는 과정의 반복이에요. 채널을 위하는 모든 PD와 크리에이터들의 열정을 많이들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