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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제 3, 4대 총장 반선섭 동문(항공관리 77)

  • 2022-05-25

 

  국립 강릉원주대학교(이하 강릉원주대) 제 3, 4대 총장인 반선섭 총장(항공관리학과 77)은 1988년 강릉원주대 회계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5년째 강릉원주대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동안 강릉대학교와 원주대학이 통합된 강릉원주대는 강릉과 원주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8,000여 명의 재학생을 보유한 중부권 핵심 대학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대학이 걸어온 길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6년 반 총장이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만 해도 강릉원주대에는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전국 국립대 중 하위 15%인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정되어 각종 구조개혁 조치까지 이행했었다.


  그런 대학이 반 총장이 취임하고 나서 놀랍도록 바뀌었다. 부실대학 오명을 벗고, 연간 24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는 탄탄한 재정구조를 자랑하는 대학, 지역사회와의 활발한 교류로 사랑받는 대학으로 거듭났다. 반 총장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11월 교직원과 학생이 한마음으로 선출한 첫 직선제 총장이 됐다. 먼 강릉에서 한국항공대학교 동문으로서 누구보다 밝게 모교를 빛내고 있는 반 총장을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총장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역대학이 위기라는 말도 있는데 강릉원주대는 △LINC 사업 1~3단계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율지원대학 △국립대학육성사업 최우수 A등급 △RIS 사업(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주요 정부지원사업에서 5관왕을 하며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구성원 간의 소통과 화합이 아닐까 합니다. 소통을 통해 단합된 힘으로 함께 목표를 이뤄가는 거죠. 간섭하기보다 자율권을 부여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되는데, 그런 것들이 각종 지원사업에서 좋은 성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연임 당시 교수, 직원, 학생, 세 집단 모두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성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으신 셈인데 참 뿌듯한 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총장이 될 때 공약이 “앞으로는 절대 부실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임기 때부터 개혁에 매진했었고 다시 총장으로 연임하게 됐을 때 ‘그동안의 성과를 지속해달라’는 구성원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개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은 비결 역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교내에 소요사태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는 항상 학생회와 교수회에 먼저 의제를 주고 논의된 내용을 교무회의 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미흡한 부분을 수정해서 새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지요.


이번에 독어독문학과와 물리학과를 폐과할 때도 현수막 하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입생 충원율 등 정확한 폐과 기준을 미리 공지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폐과한 덕분입니다. 우리 대학에는 55개 학과가 있는데 각 학과에서 제일 젊은 교수를 위주로 ‘학사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대학에 가장 오래 남을 구성원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폐과는 해당 위원회의 치열한 논의 결과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총장님께선 1988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대학에 몸담아 오셨습니다. 그야말로 대학의 역사와 함께 살아오셨는데요. 강릉원주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곳이니까요. 소속감이 남다르지요. 이제는 강릉이 제 고향인 청주보다 더 친숙합니다.



강릉원주대는 지역에 거점을 둔 국립대학인 만큼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상생하는 대학’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총장님은 2023년 강원지역대학 총장협의회 회장이 되어 강원평화특별자치도(2022년 5월 16일부터 도명 변경) 소재 대학들을 이끌게 되셨는데요.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강릉원주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총장을 하면서 제일 강조한 것이 지역사회와의 협력입니다. 대학은 각자가 속한 지역사회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사회와 협조하며,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대학이 발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지역사회에서의 체험학습을 권장합니다. 지역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서 발표하게 하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강릉시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발전방안을 짜게 하는 식이지요. 어찌 보면 철학, 역사 같은 인문학적 소양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런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지만 연 1회 지역사회 인사-기관장, 각종 사회단체장, 교장, 기업체 대표 등- 150여 명을 초청해서 학교를 알리고 지역사회가 우리 대학에 바라는 걸 청취하기도 합니다.


강릉원주대가 강릉시에 있어서 생기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대학도 알고, 지역사회도 알아야 합니다. 몇 년 전 한국은행이 펴낸 책자에 따르면 강릉원주대가 강릉시에 미치는 경제유발 효과가 연간 천육백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학의 중요성을 지역사회와 대학이 인지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 그래서 지역사회가 소중히 여기는 대학,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학이 되도록 하는 것이 총장으로서의 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총장님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강원대학교와 통합해서 ‘1도 1국립대학’을 제 임기 내에 완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강원대와 통합되면 모두 4개의 캠퍼스가 생겨납니다. 강릉 캠퍼스는 ‘해양수산’을, 삼척 캠퍼스는 ‘방재.에너지’를, 원주 캠퍼스는 ‘기계.자동차’를, 춘천 캠퍼스는 ‘AI’를 각각 특성화분야로 삼게 될 겁니다. 그렇게 대학이 발전하면 각 캠퍼스가 있는 4개 시도, 강원도도, 국가도 발전할 겁니다.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저는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습니다. 퇴임식도 필요 없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플랜카드 하나면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 특히 아내와 여행하며 사는 게 소박한 꿈입니다.





한국항공대학교가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총장님이 대학에 다니시던 때의 한국항공대,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제가 대학을 다니던 당시에는 한국항공대학교가 국립대학이었습니다. 5개 학과에 정원도 200명밖에 되지 않았지요. 그때는 특차 모집이어서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모였습니다. 경쟁률도 20대 1이 넘었고 서울대에 갈 수 있는 학생들도 왔었지요. 등록금 없이 기성회비만 고등학교 학비 절반 정도만 내고 다녔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수재들이 전국에서 몰려왔었어요. 학생 수가 적었기 때문에 조종, 관제, 할 것 없이 서로 다 알고 지냈지요. 학생들이 다 순수했어요. 그런 순수한 학우들이 제 대학생활의 소중한 자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한국항공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요즘 학생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명확한 목표의식입니다. ‘나는 왜 한국항공대, 이러저러한 학과에 입학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건가’라는 목표의식 말입니다. 왜 학교에 다니는지도 모르고 왔다 갔다 해선 안 됩니다. 자칫 4년이란 시간을 특정한 목표도 없이 헤맬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돈보다 시간입니다. 시간은 한 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모교인 한국항공대학교에 하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려요.


모교에도 마찬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항공대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과연 우리 대학은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 이외에 어떤 장점이 있는가, 항공우주특성화라는 강점이 얼마나 존속될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