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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항공기(반디호) 개발 산증인 성기정박사(항공기계과 및 대학원 박사 졸업)

  • 2007-01-17

 

성기정 항공우주硏 팀장 : 항공기계과 및 대학원 박사 졸업

"반디호가 세계 자가용 비행기 시장에서 히트상품이 되지 말란 법 있나요."

`비행기 박사` 성기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사업단 첨단비행제어팀장은 자식과도 같은 반디호 얘기만 나오면 입이 근질근질하다.

1997년 국내에서 개념조차 생소한 선미익기(canard, 수평꼬리 날개가 동체 앞에 있는 비행기)를 배워보자는 결심에서 출발한 반디호가 지난해 국산 민간 항공기로는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비행기 하나 만들어 보자`는 성 박사의 소박한 꿈이 라이트 형제의 본고장, 미국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반디호는 지난해 10월 첫 수출을 시작으로 향후 60대 추가 계약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어 그의 기대도 크다.

"2001년 초도비행한 지 6년 만에 비행기의 본고장, 미국 하늘을 마음껏 날게 됐습니다.

세계 최대 소형 항공기 시장을 향한 반디호의 도전이 시작된 셈입니다.

" 최초 국산 자동차 모델인 포니가 오늘날 자동차 강국의 신호탄이 되었듯이 반디호가 국내 항공산업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성 박사의 믿음이다.

그의 비행기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빠져든 모형비행기에서 시작됐다.

하늘을 나는 보잉 747의 유려한 동체와 날개를 아름답다고 느끼던 고등학생이 결국 무인 항공기 비조, 초등훈련기 KTX-1, 8인승 쌍발 복합재 항공기와 반디호 개발을 이끌며 국내 소형 항공기 역사를 직접 쓰게 됐다.

그는 "설계도의 수치를 이용해 계산하고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비행기가 뜬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실제 내가 설계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날아오르는 순간은 그저 경이롭다"면서 "아직도 내가 만든 비행기가 뜨는 걸 보면 신기하다"고 말한다.

1998년 매년 70만명의 전세계 자가용 비행기 조종사들이 다녀가는 세계 최대 비행기쇼 오시코시 에어쇼에 참석했던 일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세계에서 6000대가량의 소형 비행기가 모여들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지요. 비행기는 사람이 만든 가장 아름답고 자연에 가까운 발명품인 것 같아요."

한국항공대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 우주항공연구소를 거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사업단까지 20년 넘게 비행기 개발 현장을 지킨 그였지만 그렇게 많은 비행기를 본 적이 없다.

자신이 개발한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나는 것 역시 비행기 개발자만이 누리는 또 다른 기쁨이다.

조수석이 아닌 조종석에서 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고 아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못 탈 정도로 겁이 많지만 내가 개발한 비행기 조수석에 타고 날아오를 때 뿌듯함은 두려움을 모두 잊게 한다"고 털어놨다.

반디호는 최고 시속 330㎞로 한 번의 연료 주입으로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왕복할 수 있는 4인승 소형 비행기다.

영화에서처럼 출퇴근과 출장은 물론 여행을 위한 자가용 비행기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07년에는 6인승 소형 제트기에 도전합니다 . 올해 국내 항공산업에는 기쁜 소식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대전 = 이은지 기자]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07-01-0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