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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MS와 끝까지 싸울 것” 특허컨설팅 피앤아이비 김길해 대표(항공통신정보공학과 졸업

  • 2007-01-02

“자사(MS) 제품 불법 복제는 적극 단속하고 제재하면서 남의 기술은 거저 먹으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6년간 특허침해 소송을 벌여 승소한 ㈜피앤아이비 김길해(45·사진) 대표는 29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MS가 굴지의 글로벌 기업답게 지금이라도 우리의 특허기술을 존중, 무단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앤아이비는 (특허)기술거래·관리 및 특허컨설팅 중소기업으로 한국항공대 이긍해 교수와 함께 거대기업 MS를 상대로 지난한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법정 다툼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교수가 개발하고 피앤아이비가 특허권의 50%를 획득한 ‘한·영자동변환기술’을 MS가 협의 없이 자사 문서편집 소프트웨어(MS오피스)에 사용한 게 발단이 됐다. 한·영자동변환기술은 입력되는 문자열을 어절단위로 한글이나 영문으로 자동 전환하는 것으로, 일일이 ‘한/영’전환키를 누를 필요 없이 문서를 작성토록 한 것이다. 한글과 영문이 섞인 문서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에 유용하고, 국내 기업인 ‘한글과 컴퓨터’, 특허청 등은 피앤아이비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자체 소프트웨어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앤아이비와 이 교수는 2000년 4월 MS를 상대로 법원에 특허 침해금지 가처분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MS는 이에 맞서 그해 8월 특허심판원에 “해당 특허는 (관련) 선행기술이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며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처음에는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판을 받아낸 MS가 유리한 듯했다. 그러나 반발한 이 교수 등이 특허법원에 무효심판 취소소송을 내 승소하고,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상황이 달라졌다. 대법원은 이 교수 등에 대한 전체 40개 특허권리항 중 35개 항의 실효성을 인정하고, 나머지 5개는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김 대표와 이 교수는 MS 측으로부터 협상제안 연락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황당한 소식만 들렸다. MS사가 ‘선행기술에 관한 증거를 추가로 발견했다’며 새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김 대표는 “대법원이 특허의 실효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MS사와 원만하게 합의해 5년째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도 좋게 해결하려 했다”며 “MS의 횡포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피앤아이비 등이 제기한 특허 침해금지 가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특허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5년째 서울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보류돼 왔다. 김 대표는 그동안 소송 관련 서류만도 수만장에 달하고 소송비용도 엄청나 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때문에 MS의 또 다른 특허 무효심판 제기는 재판을 길게 끌어가면서 힘없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려는 ‘물귀신 작전’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답게 MS가 우리의 특허기술을 존중하고 적절한 로열티 지급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