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총장이 드론매거진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을 비롯한 항공우주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우리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서 항공기 조종부터 정비, 위성, 드론의 모든 분야가 서로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대학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한 허 총장은 “도심항공교통(UAM)‧드론 등 융‧복합 기술로 이뤄진 항공우주분야에서, 수도권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인재 양성의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드론매거진의 동의를 얻어 기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전문은 드론매거진 2월호 참조)
Q. 2022년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한국항공대학교에 대한 총장님의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A. 한국항공대학교는 1952년 한국전쟁 중에 설립되었습니다. 전쟁을 하는 데 조종사, 정비사, 통신병 등이 필요했고, 핵심 인력을 급히 양성하기 위해 이 학교가 2년제 특설로 부산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 용산으로 올라왔고, 그 후 1969년에 다시 지금 이곳(고양)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민간 항공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우리 한국항공대학교 출신입니다. 지금도 항공 분야의 교수들을 보면 여기 출신이 많습니다. 한국항공대 출신 교수가 없는 대학이 없는데, 그만큼 항공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요.
Q. 개교 7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하신 ‘비전 2025’가 궁금합니다.
A. 2025년은 제 총장 임기가 끝나는 해입니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임기 내에 이 학교 가운데 어떤 비전을 설정할지 고민했고, ‘비전 2025’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설정했던 목표가 전부 달성된 것은 아니지만, 성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교육혁신 성과에서 원래 우리 대학이 B등급을 받아 왔는데, 제가 취임하고 나서 2023년에는 A등급을 받았고, 작년에는 S등급을 받았습니다. 즉, 많은 것들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가장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올해부터 학과가 없어집니다. 무전공으로 입학해서 19개 전공 트랙으로 전환됩니다.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을 다니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고, 2학년 때부터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고 세워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교수들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VOC(고객의 소리)도 도입했습니다. 학생도 일종의 고객이라고 볼 수 있지요. 저희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VOC 페이지가 있는데, 학생들 누구나 민원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습니다. 학교가 개선해야 할 점들을 지적해주고 있는데, 학교의 모든 부서가 VOC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의 사기도 많이 올랐습니다.
또 지하철역(한국항공대역)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화전역이었는데, 2023년 말에 바꿨습니다. 1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고 시청 및 국토교통부와 소통하며 결국 한국항공대역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학교의 강점은 제 자문 그룹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자문 그룹으로 석좌교수 몇 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홍남기 前 경제부총리, 여형구 前 국토부 차관, 그리고 뉴욕주립대학에서 석좌교수 하다가 오신 이진상 교수 같은 분들이지요. 정기적으로 총장 자문회의를 합니다. 제가 판단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는 이분들이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이분들은 국가 차원으로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총장 자문그룹으로는 저희 학교가 최고일 겁니다.
Q. 지금은 ‘비전 2030’을 설정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A. 비전 2030에서 세운 목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종합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항공우주 분야 명문대학으로 중국에 4개의 대학이 있고, 싱가포르와 일본에도 몇몇 있습니다. 제가 다 다녀보았는데, 한 번 경쟁해 볼만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그들에게서 같이 협업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학들과 컨퍼런스를 같이 개최할 거 같은데, 특히 서울에서 우리 대학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진행하려 합니다. 저희 대학은 ‘대한항공’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고, 대한항공과 협조도 잘 됩니다.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s) 분야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항공 정비사는 저희 한국항공대가 중심이 될 겁니다. 특히 저희는 대한항공과 MOU를 맺어서 실습, 교재, 교원 등을 모두 대한항공과 같이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의대 증원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선 의대 지원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총장님께서는 ‘우주가 미래’라는 의견을 꾸준히 내비치고 계십니다.
A. 재작년 고등학교 다섯 군데로 특강을 나갔는데, ‘우주가 미래다’라는 타이틀은 공주 한일고등학교 특강에서 발표했던 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대 열풍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의대 가면 다 성공하는 것 같지만, 20~30년 후 미래까지 보고서 대학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앞으로 유망한 분야는 바이오, 에너지, 그리고 우주입니다.
Q. 항공우주 분야를 논하면 호남권에서는 고흥군이, 영남권에서는 사천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부권에서는 고양시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A. 현재 국가 전체를 놓고 보면 대전-사천-고흥이라는 큰 삼각 축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항공우주 분야의 연구와 교육은 카이스트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있는 대전시가 강세이죠. 경남 사천시는 우주항공청과 KAI가 있어 항공우주 종합 클러스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남 고흥군에는 우주발사체가 있지요. 이것은 이미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도권만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수도권에는 우수한 인력과 좋은 사업장들이 많습니다. R&D, 공항, 항공사 본사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요. 고양시의 위치 또한 공항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3+1이라는 개념을 꺼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과 기조 축이 삼각이라면, 3+1 개념으로써 중부권의 고양시가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양시는 인구가 108만 명으로, 특례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규모는 광역시에 버금가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나라 도심항공교통(UAM)·드론 산업에서 고양시가 하나의 클러스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시는 R&D와 교육 측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전시도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죠. 하지만 수도권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면 고양시만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UAM 산업을 위해 조종사, 정비사 등의 전문 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인력 양성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UAM 같은 경우에는 조종, 정비, 관제 등에 대한 법 제도가 지금 세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시점을 대비해 저희는 고양시와 함께 인력 양성의 허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Q. 최근 드론 관련 학과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항공대학교 스마트드론공학과만의 강점 또는 경쟁력은 무엇이 있을지요.
A. 최근 전국적으로 드론 관련 학과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저희 스마트드론공학과는 정부의 첨단분야 조정 정책으로 인해 2021년에 개설되었고, 이번에 첫 졸업생이 배출됩니다.
저희 학과의 강점은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젊은 교수님들이 많이들 오셔서 대학원 과정까지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드론 산업이 최근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산업계에서 저희에게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저희 대학은 항공우주 종합대학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 항공기 조종부터 정비, 위성, 드론이 다 있습니다. 이 모든 분야가 서로 협업을 하는 것이 저희의 최대 강점입니다. 스마트드론공학과라고 해서 드론공학과 교수님들만의 영역이 아니고, 인접한 분야의 교수들이 서로 협업을 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진은 15명이고, 카이스트는 21명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서로 협업을 하기 때문에 교수진 규모가 100명 이상으로 봐도 무방한 것이죠. 드론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하더라도 항공우주 전 분야가 함께 매달립니다. 아시겠지만 드론은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융·복합된 기술의 결과가 바로 드론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드론을 배우고자 한다면 인접 학문을 함께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최근 방산 분야가 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산은 그대로 기초역량이 풍부하고 당분간 괜찮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수천 명의 방산 엔지니어들이 있는데, 그곳이 방산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그곳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 전문가 박종승 소장을 작년 9월에 우리 학교로 모셨습니다. 원래는 이분도 카이스트로 가려 했는데, 제가 발빠르게 가서 모셔온 것이죠. 저희 한국항공대학교는 교수를 발탁할 때 찾아다니면서 뽑고 있습니다. 역량이 훌륭한 분이라면 직접 찾아뵙고 모셔 오는 것이죠.
이제 대학은 지각 변동이 크게 일어날 겁니다. 입학정원을 보면 지금 존재하는 대학의 거의 절반 가까이는 소멸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작지만 세계적인 대학으로 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